현직 교사가 당한 교육청 시스템 허점

2023.08.21 11:19:40 호수 1441호

“검찰·법원이 차라리 공정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박희영 기자 = 교권회복을 위해 현직 교사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러면서 숨겨져 있던 사건들이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제야 국회는 대책 마련에 고심이다. 그사이 교사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중심에는 교육청이 있다. 교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제대로 마련돼있지 않아서다. 



5년 전, 광주의 한 고등학교 A 교사는 직위해제를 당했다. 성비위 의혹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5년 동안 그를 내몬 것은 2명의 학생이 한 짧은 진술이었다. 오랜 기간 싸운 끝에 무죄를 선고받고, 간신히 다시 교단에 설 수 있었지만, 억울함을 풀기 위한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긴 시간 학교와 교육청은 교사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죄를 물었다. 교사를 보호하는 장치가 부족한 시스템상의 문제였다. 

전수조사
그 이후…

기말고사가 막 끝난 2018년 7월 말, 광주의 한 고등학교서 임시 교무회의가 열렸다. 부장 교사들과 교장이 회의하고 난 뒤 오후에 교직원 전체회의가 이뤄졌다. 성비위 정보가 들어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는데 ‘교사들이 도대체 학생들에게 무슨 짓을 했느냐’는 말이 나왔다. 학교 측은 즉시 경찰에 정식 수사 의뢰했고, 교육청서 2차 전수조사도 나온다고 했다. 

제보 과정도 수상했다. 사건 초기 학교 측이 교육청에 보고한 서류에는 학생회 학생들이 찾아와 신고했다고 돼 있지만, 시의회에 보고한 내용에는 최초 신고자가 여교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교감 역시 경찰의 조사 과정서 여교사가 이야기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신고 후 교육청은 특별조사단을 꾸렸다. 이후 정책기획관서 감사관실에 감사를 요청했고, 감사관실은 16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수사를 요청했다. 이후 이사회는 관련 교사 16명을 직위해제하는 건을 의결해버렸다. 


“전수조사를 학교 자체서 먼저 한 게 문제라고 본다. 매뉴얼상으로도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교사를 즉각 신고하는 게 맞다. 교육청의 전수조사도 매뉴얼과 규정에 없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담당 장학사가 교장에게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수상한 부분은 전수조사 이후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광주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광주광역시교육청 학생 성폭력 사안 처리 방법 문건을 살펴보면 어디에도 전수조사한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학교 성폭력 발생 시 신고 방법은 상담 후 피해 학생 또는 보호자가 사건 수사를 원하는 경우와 원하지 않는 경우를 나눠 신고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또 학교 측에서 학교폭력 사안 접수 보고서를 작성한 후 해바라기 센터에 공문을 제출하도록 명시돼있다. 

전수조사 이후 전체 남자 교사 중 절반이 넘는 교사가 성비위 교사로 분류됐다. 이 중 19명은 직위해제가 이뤄졌고, 경찰 수사까지 받았다. A 교사도 마찬가지였다. 과정도, 결과 처리 방식도 불투명했던 전수조사가 낳은 결과였다.

B 학생과 C 학생의 진술이 효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교육청도 해당 사안에 대해 당장 분리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광주시교육청 성희롱·성폭력 근절추진단 운영회의의 발언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성비위 의혹…바로 직위해제
5년 긴 소송 끝 무죄에도 징계

원칙대로 분리해야 하지만, 의혹이 발생한 33명에 달하는 인원을 분리 조치하기에는 무리라는 의견과 구체적인 혐의가 확인되지 않았고 학교 운영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직위해제 역시 수사 개시 이후에 통보돼야 한다는 것. 

결국 A 교사를 포함에 16명만 분리 조치가 됐고, 여교사 4명을 포함한 17명은 분리 조치되지 않았다. 그러나 2번의 전수조사 이후 A 교사를 비롯한 다른 교사들은 곧바로 사실 확인, 소명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은 채 분리 조치, 직위해제, 수사 의뢰로 이어졌다. 그때부터 A 교사에게는 지옥 같은 시간이 펼쳐졌다. 

분리 조치는 교육청의 감사관실서 진행된 사안인데도 교육청의 매뉴얼을 따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해당 사안을 담당한 체육복지건강과 장학사가 작성하고 교육청 홈페이지에도 게시해 광주의 거의 모든 학교에 공문으로 보냈던 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셈이다. 

“절차를 무시하고 자기들 임의대로 신속하게 처리한 것 자체가 시스템의 문제다. 이것까지 양보한다고 해도 당시 분위기 때문에 무혐의가 나온 교사들을 몽땅 징계한 경우는 아마 우리나라 어느 기관을 찾아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자체가 교육청 스스로 부적절했다고 인정하는 반증인 셈이다.”


이른바 스쿨 미투가 터지면 교육청서 사안을 확인한 뒤, 제대로 된 소명 기회를 주고, 사안을 따져 직위해제를 하는 게 절차다. 그러나 해당 사건에서는 순서가 뒤바뀌었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하고 무기력하게 당했다. A 교사는 장학사의 입김이 센 구조도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학교가 전수조사를 교육청서 실시한 이유도 장학사의 권유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범인
지옥 같은 시간

통상 장학사는 교육 전문직이지만, 학교의 행정 지휘, 직접적인 명령권은 없다. 다만 학교를 시찰하고 평가하는 권한을 가진다. 단순히 시찰·평가의 권한을 가진 것을 생각했을 때만 놓고 보면 전수조사를 지시하는 게 온당치 않다고 보인다. 장학사는 행정적인 면에서 최상위 포지션에 위치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장학사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파워가 결정된다. 직급이 높은데도 행정 출신 팀장이 장학사에게 꼼짝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 민원이 들어왔을 때도 제대로 처리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구비돼있지 않다.”

이후 A 교사는 5년간 싸움에 휘말려왔다. 자비를 들여 힘들게 소송을 이어온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그를 위해 120여장의 탄원서를 써준 제자와 학부모들도 힘이 됐다고 한다.

그러나 학교 및 교육청과의 싸움이 남아 있었다. 1심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학교에 복직했으나 이듬해 1월 징계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이하 소청위)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무죄를 받은 상태서 징계가 내려졌기 때문에 소청위에 가면 쉽게 끝날 줄 알았다. 소청위는 각급 학교 교원의 징계처분과 그 밖에 그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분에 관한 소청심사를 담당하는 곳으로 교육부 소속기관이다.

하지만 소청위 역시 소명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지 않았다. A 교사를 포함한 4명의 교사들이 소청위를 찾아갔지만 한 사람당 주어진 소명 시간은 고작 15분이었다. 원래는 개인당 10분인데,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교육청 압박
소청위 외면

“순진했다. 억울한 교사의 말을 더 들어주고 위원들도 교사 출신이 많다고 해서 믿었다. 무슨 말이라도 하려고 하면 대법원 주심처럼 담당이 그만하라고 했다. 전국의 여러 건을 모아서 하니까 얼마나 대충했겠느냐. 누구 한 명의 말을 들어주면 전체를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소청위는 결국 교사들의 징계 건에 기각 처분을 내렸다. A 교사는 이대로 물러날 수 없었다. 다시 재판에 돌입할 준비를 갖췄다. 징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냈고 법원은 학교 측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그의 손을 들어줬다.

조사 과정, 재판 과정서 진술이 번복된 학생 2명의 말로 시작한 사건이 해결되기까지 5년이 걸렸다. 

“억울한 일이 있으면 학교나 교육청, 소청위서 들어줄 것으로 생각했다. 법정까지, 행정소송까지 갈 사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 경험은 반대다. 우리는 법원의 결과, 검찰의 수사를 비판한다. 내 경우에는 법원이 제일 공정했고, 다음은 검찰이 공정했다.”

A 교사는 학교와 임금과 관련해서도 민사소송을 벌였다. 학교서 징계받았던 기간 동안 임금을 지급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미 지급하라는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여전히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무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청과 학교는 A 교사와 몇몇 교사를 여전히 죄인 취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요시사>는 전수조사를 지시했다는 당시 D 장학사에게 경위를 물었다. D 장학사는 전수조사를 지시한 게 본인임을 인정했다. 그는 “교육청 보고가 와 교장 선생님께 전수조사를 하라고 말씀드렸다. 그래서 학교 자체적으로 일단 조사를 해보시라”고 말했다. 

혐의 확인 없이 학생 진술만
매뉴얼 따르지 않고 ‘맘대로’
“학교에 선생님 편은 없다”

이어 “신고가 들어옴과 동시에 학교서 사안이 발생하면 교육청과 경찰에 신고한다. 학교서 교육청으로 보고가 들어오면 어떤 사안인지 알아보기 위해 교육청서 학교에 먼저 나가 보는데, 학교 담당자와 관리자를 만나고 나서 사안이 전수조사가 필요한 경우 교육청서 사안 처리 컨설팅단이 학교로 가서 조사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광주교육청에는 성인식팀이 없었고 사건 이후 생겼다. 따라서 해당 사안이 발생했을 때는 사학팀서 성비위 관련 사안을 주관했다. D 장학사는 2018년 3월 전수조사 매뉴얼이 이미 있던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소명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대다수의 많은 교사가 연루돼있어 분리 조치가 당장 필요했다. 피해 학생 보호가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당시 분리해야 한다는 여성가족부 지침도 있었다. 또 다수 교사들이 관련돼있었기 때문에 성고충심의위원회를 학교서 개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들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에게 소명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해명이다. 교육청과 학교 관리자가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도록 규정돼있기 때문이다. 결국 의심 신고만으로도 실질적인 처벌이 가능한 셈인데 신고 남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역시 교권을 보호할 제도 및 장치를 만들기 위해 관련 법안을 발의 중이다. 교육부도 물리적 제제가 가능하도록 규정을 고치는 등 대책을 내놨다. 또 최근 교권회복 및 보호 입법화 지원을 위한 여·야·정·시도교육감 4자 협의체가 처음으로 열렸다.

지난 14일에는 교육부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서 ‘교권회복 및 보호 강화를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서도 교사의 처벌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전제상 공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실제 억울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헌법상 엄격한 처벌 근거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며 “정당한 교육활동을 침해했을 때 법적 심판을 받는다는 시그널을 분명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직위해제 시 신중성 제고를 위한 절차적 규정이 마련돼야 하고, 아동학대처벌상의 조사 및 수사에 앞서 교육청 등 교육 전문가 의견 청취가 의무화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내몰린
교사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일요시사>에 “교사들이 근본적인 대안으로 지적하는 게 교원의 직위해제 요건을 개정하는 부분”이라며 “묻지마 민원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아동복지법을 중심으로 장학사의 권한, 소청위의 시스템 등 심도 있게 근본적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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