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동관 봐주기’ 의혹

2023.08.21 10:32:25 호수 1441호

얼렁뚱땅 조사 안 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원조 ‘MB핵관’이 돌아왔다. ‘언론장악’ 논란의 장본인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주인공이다. 이명박정부 홍보수석실이 국정원을 동원해 방송사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부인만 하고 있다. 직접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정황까지 언급됐는데도 말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후보자가 조사조차 받지 않은 게 미스터리라고 보고 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주도한 언론장악 근거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공개된 문건에는 ‘홍보수석’과 보고자 ‘이동관 대변인’이라고 적혀 있다.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는 게 이 후보자의 주장이다. 정치권 ‘회피 수법’으로 통하는 일시·선택적 기억상실일 수도 있다. 법조계에선 사실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해당한다고 분석한다. 

장악 시도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후보자는 2009년 청와대 대변인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MBC 경영진 교체·개혁’을 직접 보고한 의혹을 받는다. 실제 보고한 정황이 담긴 청와대 문건이 공개된 건 최근이다. 이 후보자가 이명박정부 시절 공영방송 장악에 깊숙이 개입했던 결격사유가 드러나면서 여권서도 임명을 강행하기에는 무리라는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지난 14일 MBC <뉴스데스크>는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년 8월24일자 대통령 서면 보고서를 단독 공개했다. 당시 대변인이던 이 후보자가 보고자로 나와 있는 ‘<미디어워치> MBC 100분 토론 시청자 의견 조작 관련 특종 보고’에는 “지난 5월 <100분토론> 시청자 의견 조작으로 방통심의위 징계를 받았던 MBC가 ▲사건 처리 과정서 진실을 은폐하고 ▲조치했다는 관련자 징계도 허위였으며 ▲방문진에 대한 업무보고도 거짓이었음이 <미디어워치> 취재 결과 확인”됐다고 적혀 있다.


보고 문건에는 “<미디어워치>, 방문진, 방통심의위, 시민단체 등과 공조, 사건을 여론화하고, 향후 방문진의 MBC 경영진 교체 및 개혁의 지렛대로 삼고자 함”이라는 문구가 적시됐다. 문건에 드러난 ‘향후 조치 계획’으로는 ▲방문진 긴급 이사회 개최 ▲강력한 진상조사위 활동 전개 ▲엄기영 사장의 인지 여부와 책임 추궁 ▲조중동 등 메이저 신문의 보도 확산, 이슈화 추진 ▲미디어 관련 시민단체의 강력한 규탄 활동 조직 등이 적혀 있다.

검찰도 해당 문건의 존재를 알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이었던 2017년 11월5일 수사보고서에는 국정원이 2010년 3월2일 작성한 문건을 두고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실질적인 문건 작성 지시자로 추정된다”며 “홍보수석실서 국정원을 통해 MBC에 관해 청와대의 지시를 잘 따르는 경영진을 구축하고 정부 비판 방송을 제작하는 기자·PD·간부진을 모두 퇴출시키는 등 방송사 장악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보고했다.

대변인 시절 언론 동향 파악 후 MB 직접 보고
업무 외 사안도 손대…검찰총장 낙마에 영향

당시 홍보수석이 이 후보자다. MBC가 공개한 이 문건은 이 전 대통령이 퇴임 뒤 무단으로 반출해 영포빌딩에 숨겼던 문건 3000여개 중 하나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후보자는 자신의 업무 외적인 사안에도 과감하게 손을 댔다. 공직자 인사, 국회의원 선거 대응방안, 경제정책 발표 시기 등에 관해 의견을 개진하거나 방향을 제안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실에 따르면 ‘천성관 관련 검찰·청·당 기자 반응’ 문건서 청와대 대변인실은 검찰·청와대·야당 출입 기자들을 통해 천성관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의 세평을 수집해 보고했다. 해당 문건은 2009년 7월13일 대변인실이 작성했다. 대변인실이 언론인들에게서 수집한 천 후보자 관련 세평은 부정적 기류가 강했다.

검찰 출입기자들의 반응을 모은 대변인실은 보고서에 “검찰 주변은 봉합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면서도 “워낙 자기관리를 못했고 비밀이 많아 예측 불가능하다는 지적” “친 권재진 세력들이 불씨 되살리려는 것 같다는 반응”이라고 의견을 개진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VIP(이명박 당시 대통령) 330억 기부, 친 서민정책 등 최근 이미지 변신 한꺼번에 날아갈 가능성’ ‘고소영(고대·소망교회·영남), 강부자(강남 땅부자) 부정적 이미지가 되살아날 가능성’ 등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2009년 당시 이명박정부는 천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는 분위기였으나 대변인실 문건이 작성된 시점 직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2009년 7월14일 오후까지 해명자료를 배포하던 천 후보자는 그날 저녁 사의를 표명했다.

중앙지검 수사팀 청와대 행정관 참고인 조사만
“공소시효 지나 처벌 불가…근거는 명확했다”


2008년 총선을 앞두고 대변인실이 공천 파장에 대비해야 한다고 보고한 대목도 문서로 남았다. 2008년 3월15일 자 ‘주간 주요 언론보도 분석’ 문건을 보면 대변인실은 ‘한나라당 공천 관련’ 항목서 “(공천)탈락자 출마에 따른 정밀한 민심 동향 파악이 필요하며, 무소속 출마를 주저앉힐 수 있는 적절한 인사 대책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같은 이 후보자의 행위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하기에 충분했다고 분석한다. 한 재경지검 검사는 “MB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부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거나 구속됐다”며 “이 후보자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되지 않은 것에 관해 의문을 표하는 내부 관계자가 적지 않다. 공소시효 이전에 조치가 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2017년 서울중앙지검은 국정원 수사 당시 이 후보자를 수사 대상에 올리지 않았다. 국정원 수사보고서에 ‘청와대 홍보수석실서 방송사 장악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못 박았음에도 핵심 인물인 이 후보자를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수사팀은 이명박정부 청와대 언론비서관실 행정관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행정관들은 “홍보수석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은 적 없고, 모두 박흥신 언론비서관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된다. 검찰은 이 후보자와 박 전 비서관을 소환하지 않았다.

소환 없이…

국정원 수사팀에 몸담았던 한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수사 의지가 매우 강했고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했다.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지 않으려 했던 게 아니다. 이 후보자를 소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다른 혐의를 적용하기는 힘든 사안이었다”며 “타 혐의를 적용하기에는 기소 후 유죄를 이끌 수 있는 근거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러 봐줬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도 “만약 이동관 사건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면 당시에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고도 남을 만큼 근거가 명확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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