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서 있는 사람’ 이승애

2023.07.19 00:00:00 호수 1436호

상실의 아픔을 씻어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이 작가 이승애의 개인전 ‘서 있는 사람(The Wanderer)’을 준비했다. 이승애는 20여년간 한국과 런던을 기반으로 국내외 미술관과 갤러리, 그리고 비엔날레 등을 통해 왕성한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승애의 개인전 ‘서 있는 사람’은 최근 광주비엔날레서 선보인 작품 ‘서 있는 사람’을 비롯해 불빛과 영혼 등의 주제가 맞물린 이합집산의 전시다. 이승애는 이번 전시서 드로잉 애니메이션 신작 ‘서 있는 사람Ⅰ, Ⅱ’를 포함해 비물질적 요소를 흑연의 물성으로 표현한 콜라주 드로잉 ‘디스턴트 룸’ 등 총 11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씻김굿

이승애는 작품의 개념을 고정된 하나의 화면이나 단위로 수렴하기보다 초월적인 경험과 기억을 전달하는 과정과 연결해 시공간을 가진 유동적이고 연장된 차원으로 획득한다. 특히, 얼마 전 팬데믹으로 모든 것이 봉쇄된 상황서 실재의 삶을 오로지 온라인으로 감각했던 시공간의 경험이 배경이 됐다.

비슷한 시기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며 느꼈던 부재, 그리고 상실감에 대한 감각을 토대로 현실 너머의 차원을 표상했다. 즉 명료하지 못한 경계에 관한 이해와 해석, 그리고 이와 동행하는 작가의 미적 실천은 형체를 알 수 없지만 빛과 소리, 흔적 등을 통해 확장하는 ‘서 있는 사람’을 통해 투영된다. 

1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물·바람·불·연기 등 자연이 깃든 오가닉 사운드가 텅 빈 공간에 올려 퍼진다. 이승애의 드로잉 애니메이션 ‘서 있는 사람 Ⅰ, Ⅱ’는 벽 3면에 걸쳐 펼쳐져 있다. ‘서 있는 사람’은 망자의 상처와 아픔을 위로해주는 의식인 씻김굿과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길닦음을 모티브로 했다.


한국과 영국 기반으로
경계의 분리를 이탈해

상실의 아픔을 씻겨내는 행위에 주목한 작품이다. 특히 ‘서 있는 사람 Ⅰ’은 위무의 현장서 볼 수 있는 종이 무구와 각종 도구로 인간의 팔다리, 그리고 얼굴의 형체를 얼기설기 엮어 ‘서 있는 사람’의 형상을 구현했다.

동시에 작업의 주재료인 흑연이 종이와 마찰돼 연소되는 과정, 다시 종이 위에 새롭게 탄생하는 순환의 과정을 떠올리며 작품과 매체의 필연성을 엮는다. 

지하 1층에 위치한 ‘디스턴트 룸’은 3층에 설치된 드로잉 ‘디스턴트 룸’ 시리즈의 애니메이션 버전이자 후속작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사물은 공간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혀 있다기보다 어딘가 붕 떠 있는 듯한 모호한 느낌을 준다. 

작품은 팬데믹 시기 영국 런던에 있는 작업실서 온라인을 매개로 자신의 짐을 타인이 정리하는 과정서 겪은 경험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이승애는 현실과 기억 사이의 혼돈, 그리고 화면 너머로 바라본 실제 공간에 대한 괴리에 민감하게 반응해 혼재된 가상의 풍경을 새로운 체계로 배열했다. 

3층에서는 콜라주 드로잉 ‘디스턴트 룸’ 시리즈와 ‘더 룸’, 그리고 콜라주 벽화 ‘서 있는 사람 Ⅲ’를 감상할 수 있다. 벽화는 전시장 곳곳에 출연하는 다양한 소재가 조금씩 변용을 이루며 여러 가지 이미지가 합쳐진 불분명한 형상으로 드러난다. 

길닦음

특히 탁본 기법은 흑연이 가지는 물성적 특이성과 시공간성을 내포하는 조형적 표현을 이끌며 내부와 외부, 가상과 현실, 과거와 미래 등 경계의 분리를 이탈하는 작가의 방법론적 표현과 맥을 함께 한다.  

<jsjang@ilyosisa.co.kr>

 

[이승애는?]

이승애는 2006년 두아트 갤러리서 개인전을 시작으로 2020년 챕터투, 2018년 주영한국문화원, 아마도예술공간, 드 아트센터, 크리스틴박 갤러리, 2017년 말보로 파인아트, 2011 두산 갤러리, 2008년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등에서 개인전을 선보였다. 


올해 제14회 광주비엔날레를 비롯해 2020년 아라리오갤러리, 산동 아트 뮤지엄, 2019년 챕터투, 2017년 Palazzo Ca’Zanardi, 2016년 다이슨 갤러리&아트 두바이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6년 발레리 베스톤 예술상을 수상했고 2013년 구찌 영 아티스트에 선정된 바 있다. <선>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