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추미애 헛발질 트라우마

2023.05.15 13:46:17 호수 1427호

누굴 잡으려고…여의도 저승사자 부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쏠 때는 명중인 것처럼 보였다.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힌 것처럼 느껴졌다. 문제는 과거에 쏜 총알이 눈앞까지 되돌아왔다는 점이다. 상처를 입혔다고 생각한 상대는 멀쩡한 상태로 ‘되치기’에 들어갔다. 피해는 전방위로 퍼지고 있다. 작전 수행자의 능력이 도마에 오르는 모양새다.



문재인정부서 법무부는 정부 부처 중에서도 유독 부침이 많은 편이었다. 적폐 청산과 검찰개혁이라는 두 갈래 정책의 선봉장이었기 때문. 검찰과의 관계도 정책 방향에 따라 널을 뛰었다. 적폐 청산 기조 아래에서는 손발을 맞췄다가 검찰개혁의 깃발을 들고서는 극렬하게 대립했다. 

조국 후임
구원 실패

문정부의 법무부 장관은 이 모든 기조의 선봉장이었다. 문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인 박상기 전 장관은 2017년 7월19일 취임, 2019년 9월9일까지 2년여 동안 재임했다. 박 전 장관은 문정부 초대 검찰총장인 문무일(2017년 7월25일~2019년 7월24일) 총장과 발맞춰 큰 문제없이 임기를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두 사람의 후임서 불거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문 전 총장의 후임으로 윤석열 대통령(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명했다. 문정부 출범과 동시에 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지명한 데 이어 또 한 번의 파격 인사였다. 여기에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는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명했다.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서 조 전 장관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여러 의혹들이 쏟아져 나왔다. 당시 검찰총장에 임명된 윤 대통령은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의혹에 칼을 댔다. 윤 대통령과 문정부 사이에 균열의 틈이 생기기 시작한 시점이다. 문 전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지만 조 전 장관은 36일 만에 사퇴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역대 법무부 장관 중 6번째로 재임기간이 짧은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임명됐다. 조 전 장관의 도덕성을 의심할만한 의혹이 언론 보도를 통해 하루가 멀다 하고 불거졌고, 문 전 대통령이 이를 감싸면서 정부 지지율도 흔들리던 때였다. 추 전 장관은 일종의 ‘구원투수’ 역할로 법무부에 입성한 셈이다. 

‘추다르크(추미애+잔 다르크)’라는 별명답게 추 전 장관은 검찰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검찰인사에서 ‘윤석열 라인’으로 불렸던 검사들이 줄줄이 한직으로 밀려났다. ‘윤석열 체제’서 승승장구하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당시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부산고검 차장검사→법무연수원 연구위원→사법연수원 부원장 등으로 좌천됐다. 

윤석열정부 출범 직후 살아나
합수부로 신설 정식 조직으로

문정부와 완전히 대립각을 세운 윤 대통령에 대한 징계도 추진했다. 추 전 장관은 앞서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도 발동했다. 검찰청법 제8조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 감독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으로 2005년 처음 발동된 이후 15년 만에 윤 대통령을 상대로 수사지휘권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추 전 장관은 인사와 직제개편 카드로 검찰 권한을 착실하게 줄여 나갔다.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를 없애는 과정서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렸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도 표적이 됐다. 금융범죄가 활개 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추 전 장관은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합수단은 금융감독원 소속 특별사법경찰관을 비롯해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예금보험공사 등 유관기관 직원이 파견돼 근무하는 형태였다. 서울남부지검에 설치됐던 합수단은 주가조작 등 금융범죄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취지서 만들어졌다. 추 전 장관은 법무부 장관 취임 직후인 2020년 1월 합수단을 없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추 전 장관의 재임 시절 행보가 대부분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추 전 장관은 문정부 법무부 장관 4명 가운데 조 전 장관에 이어 2번째로 짧은 재임기간(2020년 1월2일~2021년 1월27일)을 보냈다. 그럼에도 ‘임팩트’만큼은 가장 컸다는 평이 나온다.

공격했지만
번번이 졌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자리서 내려와 정치로 방향을 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으로 추 전 장관을 꼽는 사람이 많다. 1년 남짓한 재임기간 내내 추 전 장관은 검찰총장인 윤 대통령과 시종일관 대립각을 세웠다. 오죽하면 두 사람의 갈등을 전쟁에 빗대 ‘추·윤 대전’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수시지휘권 발동, 징계 청구 시도, 실제 징계에 이르기까지 추 전 장관의 행보를 ‘윤석열 때리기’로 보는 시각이 많았고 그 결과 윤 대통령의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총선 완패 등으로 궤멸 직전에 몰렸던 보수 진영에 ‘윤석열’이라는 새로운 카드가 등장했고 결국 정권이 교체됐다. 


한국 정치사에서 어느 진영이든 정권을 잡으면 10년은 유지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당선으로 그 공식이 깨졌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동안 지지율이 40%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등 확고한 지지층을 가진 정치인으로 손꼽힌다. 그럼에도 선출직에 단 한 번도 출마한 적 없는 정치 초보가 덜컥 대통령이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추 전 장관이 윤 대통령의 ‘킹메이커’ 역할을 했다는 아이러니한 말이 나왔다. 실제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임할 무렵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법무부 장관이 왜 특정인의 ‘킹메이커’를 하느냐”고 꼬집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한 결과가 나온 때였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에서는 추 전 장관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일반 국민 사이서 추 전 장관과 윤 대통령의 끊임없는 갈등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 과정서 윤 대통령이 문정부의 ‘희생양’처럼 비쳐지면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대통령·장관
킹메이커 역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도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한 장관은 윤 대통령에 비해 추 전 장관과 좀 더 대립면이 넓었다.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서 한 장관이 관련자로 지목되며 부침을 겪었다. 추 전 장관이 윤 대통령을 상대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도 이 사건 때문이었다.

당시 한 장관은 채널A 출신 이동재 전 기자 등이 2020년 2~3월 수감 중이던 신라젠 대주주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접근해 이 전 대표와 가족이 강도 높은 수사로 중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협박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 정보를 말하도록 강요하려다 미수에 그친 과정에 공모한 혐의를 받았다.

2020년 4월 시작된 수사는 2년 만인 지난해 4월 한 장관의 무혐의로 종결됐다. 

한 장관은 네 번의 좌천에도 검복을 벗지 않았다. 그러다 윤석열정부가 출범하면서 법무부 장관으로 파격 발탁됐다. 한 장관 역시 추 전 장관과 갈등을 빚으면서 ‘투사’ 이미지를 얻었다는 시각이 나온다. 수차례에 걸쳐 인사 조치를 당하면서 언론의 관심을 받았고 관심과 인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추 전 장관의 정책을 손보기 시작했다. 최근 합수단이 정식으로 부활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관보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령에는 서울남부지검에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를 신설하는 안이 담겼다. 


폐지 배경에 관심
라임·옵티머스 사건?

현재 비직제 임시조직으로 운영 중인 합수단을 정식 직제로 개편하는 것이다. 합수단이 합수부로 정식 운영되면 임시 검사 신규 발령이나 예산 배정 제한이 해소된다.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렸던 합수단이 폐지 2년4개월 만에 윤정부서 부활했다가 한층 업그레이드 되는 셈이다. 

윤 대통령은 아예 합수단 폐지와 관련해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합수단 해체로 상징되는 금융시장 반칙행위에 대한 감시체계의 무력화가 가상자산 범죄와 금융투자 사기를 활개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테라‧루나 사태와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 폭락 등 가상자산 및 금융시장의 범죄, 사기 행각이 감시체계의 약화로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합수단 폐지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추 전 장관의 행보가 수면 위로 떠오를 기세다. 추 전 장관이 합수단을 폐지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라임·옵티머스 사건이 언급되고 있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검은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을 합수단으로 넘겼다. 

옵티머스 사건은 지난해 6월 옵티머스 자산운용이 400억원 규모의 ‘옵티머스크리에이터채권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만기 상황이 어렵다고 통보하면서 5500억원대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내용이다.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는 안전한 공공기관 채권에 투자한다며 1조3000억여원의 투자금을 모아 부실사모사채에 투자하면서 ‘돌려 막기’한 혐의로 대법원서 징역 40년,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몇 번째
되치기?

문제는 라임·옵티머스 사건이 ‘권력형 비리’로 그 이면에 정치권이 어른거린다는 점이다. 특히 일부 전문가는 라임·옵티머스 사건서 민주당 그림자를 읽어내는 주장도 제기된다. 추 전 장관은 합수단을 ‘부패범죄의 온상’이라고 지적한 바 있는 반면, 윤정부는 ‘감시체계’라고 강조했다. 추 전 장관은 다시 한번 윤 대통령과 한 장관에 ‘되치기’를 당할까?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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