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중첩된 시간’ 김민수

2023.05.04 00:00:00 호수 1425호

익숙하고 낯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오에이오에이갤러리에서 김민수 작가의 개인전 ‘익숙하고 낯선’을 준비했다. 김민수는 오랜 시간 관계를 맺으며 지내온 대상, 늘 주변에 있는 일상의 것, 경험의 축적이 만들어낸 생경한 순간의 기억을 화면에 담아낸다. 



오에이오에이(oaoa)는 ordinary art original art의 머리글자를 딴 이름이다. 감상자의 평범한 보통의 일상과 작품 안에 내재된 작가 개인의 경험, 예술적 정신이 자연스러운 공감의 지점을 만드는 작품을 소개한다.

기억의 시간

작가의 내적 세계가 직관적으로 표현돼있고, 보는 이가 자신의 내면을 대입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작품에 주목한다. 일상에 스며드는 예술적 영향력의 가치를 전하고 작품과 개인 사이의 친밀하고 지속적인 상호작용, 감상의 여정을 안내하고자 한다.

반짝이는 빛이 새어나오는 어느 집의 창문, 자주 다니는 산책로에서 눈이 마주친 오리, 햇살을 받아 유난히 눈에 띄는 청소기… 김민수는 작업의 시작을 시각적 인상에 두면서도 이를 최대한 배제하고 피부에 닿는 공기의 결, 내음, 스치며 지나간 움직임 등 공감각을 통해 지속적으로 경험한 인상과 삶의 요소를 그려낸다. 

김민수가 화면에 표현하고 싶은 순간이나 인상의 포착은 즉각적이다. 하지만 그는 순간의 인상을 바로 화면에 옮기지 않는다. 전혀 다른 장소와 시간에 의해 지속적으로 포착의 순간이 환기되고 획득한 인상이 강화되는 과정을 거친 뒤 비로소 꺼내어 그리는 것. 


시작은 시각적 인상으로
경험한 인상, 삶의 요소

반복된 경험과 시간이 쌓이고 무르익는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자주 입던 스웨터가 문득 새롭게 느껴지는 순간은 그 옷을 입고 만났던 어떤 사람 혹은 날씨, 상황이 불러일으키는 여러 장소와 시간에서의 기억, 경험인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낯선 감각을 표현하기 위해 김민수는 여러 방식을 사용한다. 아크릴이나 유화 등의 물감을 주재료로 삼되 볼펜이나 스티커, 실, 종이 등의 재료도 자유롭게 화면으로 들여온다. 이미지의 바탕이 되는 화면 또한 메모지나 색종이를 여럿 이어 붙이거나 캔버스 천을 서로 포개 만든다. 

다양한 감각을 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치를 이용하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김민수는 어떤 대상에 대해 눈에 보이지 않는 감각으로 얻은 인상을 구현하기 위해 색을 사용한다. 사실 그대로의 재현이나 빛에 따른 색의 변화를 포착하는 인상주의의 방법과도 거리가 멀다.

그가 선택한 색에는 따뜻한 오후 식탁의 온도, 어스름한 저녁 공기의 냄새, 잠든 반려견의 조용한 새근거림 등 오감으로 취한 인상이 담겨 있다.  

물감 주재료로
볼펜·스티커·실

김민수는 “물리적인 시간과 기억 속의 시간, 그리고 마음이 느끼는 시간은 서로 다른 속도와 움직임을 갖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시계바늘이 일정한 속도로 다음 칸으로 가는 짧은 시간 동안 마음과 기억은 수년을 거슬러 갈 수도, 도시와 바다를 건너갈 수도 있다. 

이렇듯 같은 대상이나 장소에서 서로 다른 시간과 인상이 중첩되고 기억에 남은 감각이 쌓여 어느 순간 특정한 색과 이미지로 오롯이 떠오르면 김민수는 여러 시간대의 경험을 엮어 하나의 이미지로 표현한다. 

오에이오에이 관계자는 “철학자 메를로 퐁티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동시에 느끼는 것이 체험이고, 체험된 세상에는 단순히 지각된 경험 이상의 어떤 의미가 생긴다고 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과거와 현재가 서로 이어진 김민수의 작업은 시각적 이미지 이상의 어떤 의미를 선사한다”고 설명했다. 

마음의 시간


이어 “언제 어디로든 자신만의 시간과 장소를 찾아 들어갈 수 있는 열린 상태로 가는 길의 안내자가 되는 것”이라며 “가까운 일상에서 ‘익숙하지만 낯설게’ 만나는 순간은 과거와 현재의 나를 통합하고 지나간 시간을 생생한 감각으로 느끼게 한다. 지금 숨 쉬는 이 자리와 시간의 가치를 더욱 살아있게 만드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김민수는?]

▲학력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 조형예술과 졸업(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졸업(2015)

▲개인전
‘익숙하고 낯선’ 오에이오에이(2023)
‘Be okay’ 가삼로지을(2020)
‘Safe space’ 쇼앤텔(2018)
‘그날의 이름’ 갤러리175(2017)

▲단체전
‘Heart of the Eyes 김민수 문규화 2인전’ 갤러리SP(2023)
‘시의적절하게 내 마음에 안착하다’ 의외의 조합(2022)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전곡선사박물관(2021)
‘21세기 회화’ 하이트 컬렉션(2021)
‘그림자 꿰매기’ 세마창고(2021)
‘읽혀지지 않는 지도’ 아트스페이스3(2021)
‘헤엄치는 섬’ 중간지점(2021)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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