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한국형 ‘제시카법’ 도입 방안

  • 이윤호 교수
2023.02.17 13:33:44 호수 1414호

여성가족부(여가부)의 정책 제안이 불과 9시간 만에 번복되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형 ‘제시카법’을 두고 불거진 여가부와 법무부의 불협화음 때문이었다. 여가부가 도입하겠다고 제안한 정책에 대해 법무부가 난색을 표하자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아 여가부가 제안을 철회한 것이다.



왜 이런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을까. 제시카법에 대한 양 부처의 이해부족 또는 인식의 차이에서 발생한 해프닝이 아닐까 한다.

제시카법은 잠재적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성범죄자의 재범 능력을 낮추기 위해 고안된 성범죄 관련 법률의 비공식적인 명칭이다. 2005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처음 시작돼 다른 여러 주에서도 도입이 이뤄졌다.

비공식 명칭은 John Couey라는 성범죄 전과자에게 납치돼 강간 후 살해당한 플로리다주에 살던 Jessica Lunsford라는 어린 여자아이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한 대중의 공분이 이 법안을 입안하도록 만들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12세 이하 사람에 대한 외설적이거나 음탕한 성추행을 종신형에 해당하는 중범죄로 분류 ▲25년 이상 자유형을 최소한 선고하도록 강제 ▲18세 이상에게는 평생 전자발찌를 착용 ▲주거지 제한 ▲신상정보를 등록하고 주 정부는 1년에 두 번씩 등록자의 주소를 증명하기 위해 신상정보 등록 용지를 보내도록 강제 등이다.

법의 핵심 목적은 성범죄 전과자가 사회로 나가서 또다시 성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예방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성범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의 요구와 그들의 위치에 대한 더 나은 감시제도의 실행을 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까지 40여개 주에서 입법됐으나, 연방 법률로는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주마다 법률상 내용에 다소 차이가 있다. 거주지 제한을 헌법상 주거 선택의 자유에 대한 위헌 요소이라고 본 미국 연방 대법원의 결정이 연방 법률로 제정되지 못한 이유로 작용했다.

일각에서는 제시카법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성범죄자와 범법하지 않은 가족들의 시민권이 형기 만료 후에도 영원히 영향을 받으며, 이중 형벌이라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석방 후 이어지는 감시와 격리는 성범죄자의 사회적 분노와 증오를 야기할 수 있어서 극단적 선택이나 사회에 대한 증오범죄를 유발할 수도 있다.

성범죄자를 감시하기 위한 비용을 필요로 한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얼마 전 석방된 아동 성폭력 범죄자를 감시하는 데 연 1억~2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이들은 흉악범죄에서 보호돼야 마땅하고, 이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제카시법도 고려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바람직한 한국형 제시카법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미국 제시카법의 주요 내용이 처벌 강화였듯이, 우리도 아동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양형기준을 최대한으로 높이되, 형기가 형벌의 기간이라기보다는 치료의 기간이 될 수 있도록 부정기형이 되면 더 바람직할 것이다.

형기 동안 치료가 우선되고, 재범의 위험이 극히 낮을 정도로 치료되거나 교화 개선되었을 때만 석방될 수 있고, 필요하다면 치료감호제가 추가로 도입돼 치료를 지속할 수 있게 함이 좋을 것이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처럼 종신형이 도입되거나 어떤 형태이건 조기 석방이나 가석방이 금지되고, 출소 후에는 전자발찌를 필요한 기간 또는 미국처럼 종신으로 착용케 하는 것도 고려의 대상이 되면 좋을 것이다. 석방과 관련해서는 치료감호의 지속을 원치 않으면 범죄자에게 화학적 거세를 선택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한다.

 

[이윤호는?]

▲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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