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남FC 후원’ 유니폼의 비밀

2023.02.06 11:22:44 호수 1413호

로고 하나에 39억원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성남시민프로축구단(성남FC) 후원금 의혹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그때 왜 그랬지?’라는 의문에 하나둘 답이 나오는 모양새다. 당시 관계자의 말과 행동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부족했던 퍼즐이 나타나면서 그림이 완성되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방탄조끼가 부서지고 있다. 이 대표는 대선 패배 이후 사방에서 쏟아지는 비판에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도전해 배지를 달았다. 당 대표 선거에도 출마해 당선됐다. 검찰 수사에 대한 방어막을 몇 겹으로 친 셈이다. 

조여 오는
검찰 수사

이 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한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2018년 한 변호사의 고발로 시작된 성남FC 후원금 의혹, 기업으로까지 번진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굵직한 사건이 줄지어 있다. 

검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이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 이 대표의 측근이 연이어 구속되면서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임박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어떤 사건으로 스타트를 끊을 지를 두고 법조계, 언론 등에서 다양한 말이 오갔다. 그러던 중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검찰의 레이더에 걸린 것.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무렵 민원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등 6개 기업이 성남FC에 후원금을 줬다는 내용이다. 2018년 장영하 변호사가 이 내용으로 고발할 당시 후원금 액수는 161억원에 달했다.


연루된 기업이 정자동 부지 용도변경(두산건설), 제2사옥 건축허가(네이버), 분당경찰서·분당보건소 부지 용도변경(차병원) 등 이른바 혜택을 받았다는 게 골자다. 

6개 기업 중 주목도가 높은 건 네이버다. 다른 5개 기업과 달리 ‘우회 지원’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후원금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2015년 5월19일 성남시·사단법인 희망살림·성남FC 등과 ‘빚 탕감 프로젝트 참여와 확대를 위한’ 4자 간 협약을 맺었다.

FC바르셀로나 벤치마킹 주장
‘돈 주고 새겼다’ 전혀 달라

네이버가 희망살림에 40억원을 후원하면 희망살림이 39억원을 성남FC에 광고료로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4자 간 협약서는 네이버의 우회 지원을 두고 의문을 제기한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이 대표가 직접 SNS에 공개한 문서다. 성남시 시민단체 ‘성남공정포럼’은 4자 간 협약서가 이 대표의 ‘제3자 뇌물죄’를 입증하는 스모킹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4자 간 협약서 내용대로 진행된 게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4자 간 협약서에 따르면 네이버는 2015~2016년 2년에 걸쳐 희망살림에 40억원의 후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지급일자와 방법은 네이버와 희망살림의 별도 합의에 의해 정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아두긴 했지만 네이버는 독특하게도 ‘법인회비’ 명목으로 돈을 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세제 혜택도 받지 않았다. 

희망살림은 19억5000만원씩 2년 동안 총 39억원을 성남FC에 광고료로 지급한다고 했다. 희망살림은 취약계층의 금융복지를 위한 사단법인이다. 모금 활동을 통해 장기 연체된 부실채권을 싸게 사들인 뒤 이를 소각해 채무자의 빚을 없애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고유 목적사업은 ‘채무자의 빚 탕감’이다. 수많은 채무자의 빚을 없애줄 수 있는 돈을 성남FC에 광고료로 낸 셈이다. 

성남FC는 그 조건으로 희망살림의 ‘롤링 주빌리’ 로고를 메인스폰서 광고로 표출하기로 했다. 선수 유니폼에 롤링 주빌리를 새겨 빚 탕감 프로젝트를 알리자는 것. 문제는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성남FC 유니폼을 살펴보면 의아한 구석들이 많다. 

돈 내고
흔적 없어


4자 간 협약은 2015년 5월에 진행됐다. 하지만 2015년 2월 이미 성남FC 유니폼에는 ‘Rolling Jubilee(롤링 주빌리)’가 새겨져 있었다. 성남FC는 2015년 2월16일 롤링 주빌리를 메인 유니폼 로고로 채택했다며 국내서 공익캠페인을 메인 유니폼 로고로 사용하는 것은 성남FC가 처음이라고 홍보했다.

당시 성남FC 관계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서도 이 로고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어 아시아 전역에 홍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희망살림 등에서 광고료를 지급했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석연치 않은 부분은 2015년 5월 4자 간 협약 이후 유니폼의 변화다. 성남FC의 2016년 유니폼을 보면 ‘Jubilee Bank(주빌리 뱅크)’가 새겨져 있다. 4자 간 협약서에 따르면 성남FC는 롤링 주빌리를 유니폼에 넣었어야 한다. 하지만 성남FC는 원래 로고로 쓰고 있던 롤링 주빌리 대신 주빌리 뱅크를 넣어 유니폼을 만들었다.

게다가 39억원의 광고료도 지급받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성남FC가 롤링 주빌리 로고를 유니폼에 새길 당시 ‘FC바르셀로나’를 언급했다는 점이다. FC바르셀로나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대표하는 축구단으로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오래 몸담은 곳으로 유명하다. 

성남FC는 2017년 네이버의 우회 지원 의혹이 불거지자 ‘성남FC-네이버-희망살림 후원 협약 관련 정치적 의혹 보도에 대한 성남FC 입장’을 발표했다.

입장문에 따르면 “성남FC의 공익켐페인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FC바로셀로나가 유니세프를 유니폼에 노출한 것을 벤치마킹한 것”이라며 “국내 프로스포츠구단 최초로 공익캠페인을 유니폼 메인 스폰서로 사용함으로써 구단 이미지와 사회공헌 가치를 제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대표는 2015년 11월19일 FC바르셀로나 구단을 방문했다. 성남FC 구단주 자격으로 FC바로셀로나를 벤치마킹하려는 의도였다. 당시 이 대표는 “시민구단인 성남FC가 벤치마킹하고 싶은 구단이 바로 FC바르셀로나”라며 “조합원을 구성해 운영하는 민주적인 방식이 우리가 크게 배울 점”이라고 말한 바 있다. 

눈 가리고
아웅 했나


2018년 1월12일 민주당 제윤경 전 의원도 자신의 SNS에 성남FC 관련 글을 쓰면서 FC바르셀로나를 언급했다. 제 전 의원은 4자 간 협약에서 희망살림을 대표해 협약서에 서명한 인물이다. 당시 대표권을 가진 대표가 따로 있었는데도 제 전 의원이 상임이사 자격으로 협약식에 참석해 서명을 하면서 대표성 논란이 불거졌다. 

제 전 의원은 “2006년 세계적인 축구 구단인 FC바르셀로나의 유니폼에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유명 기업의 로고 대신 ‘유니세프(UNICEF)’의 로고가 새겨진 것”이라며 “유명 구단의 경우 유니폼에 상업 로고(스폰서)를 달아 막대한 수익을 본다. 그러나 세계서 가장 유명한 구단 중 하나인 FC바르셀로나는 그런 상업적 수익 대신 오히려 공익 목적의 국제연합 아동기금, 유니세프를 홍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15년 우리나라에서도 처음 그런 일을 한 곳이 있다. 바로 성남FC”라며 “당시 성남시는 2014년부터 ‘빚 탕감 프로젝트(롤링 주빌리, Rolling Jubilee)’를 펼치고 있었고 이후 성남FC의 유니폼 메인 로고로 채택, 국내 프로스포츠구단 최초로 공익캠페인을 스폰서로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러한 공익캠페인의 참여와 확대를 목적으로 성남시, 내가 상임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희망살림, 성남의 대표 기업인 네이버, 그리고 FC바르셀로나처럼 시민구단이었던 성남FC가 뜻을 모아 공개 협약식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FC바르셀로나를 벤치마킹했다는 성남FC, 이 대표의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협약서 내용과 다른 로고
이재명 정책 홍보용으로?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성남FC와 FC바르셀로나의 상황은 확연히 다르다. FC바르셀로나는 1899년 창단 이후 무려 106년 동안 유니폼에 클럽 문장과 선수 이름 외에 어떤 표시도 붙이지 않았다. 그 전통을 깨고 유니폼에 새긴 로고가 바로 ‘유니세프(UNICEF)’다.

여기에 FC바르셀로나는 향후 5년 동안 매년 150만유로(약 18억원)를 유니세프에 기부한다는 내용의 협력협정을 맺었다. 

심지어 FC바르셀로나는 유니폼에 로고를 새기고 되레 돈을 냈다. 광고료를 지급받고 유니폼에 로고를 새긴 성남FC와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다. 여기에 성남FC는 협약서에 명시된 롤링 주빌리 대신 주빌리 뱅크를 새긴 점도 의문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실제 돈을 준 네이버는 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말 그대로 돈만 낸 셈이다.

주빌리 뱅크, 이른바 주빌리 은행은 2015년 8월27일 설립됐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부실채권을 싸게 구입해 채무자에게 원금의 일부만 갚으면 빚을 탕감해 준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당시 이 대표는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장과 공동 은행장을 맡았다.

2015년 2월 성남FC 유니폼에 새겨져 있던 롤링 주빌리는 1년 뒤인 2016년 2월 주빌리 뱅크로 바뀌었다. 2015년 5월 성남시‧네이버‧희망살림‧성남FC가 4자 간 협약식을 맺었고 3개월 뒤 주빌리 은행이 출범했다. 성남FC 유니폼에 새긴 주빌리 뱅크라는 로고가 이 대표를 ‘띄우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지점이다. 

1년 동안
무슨 일이?

성남공정포럼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는 네이버의 39억원으로 ‘빚 탕감 프로젝트’라는 본인 정책을 홍보한 것”이라며 “희망살림, 주빌리 은행과 연관된 이헌욱 GH 사장, 제윤경 전 의원, 유종일 원장 등도 전부 출세가도를 달리지 않았나. 그들 입장에서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시민단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 고발 이유는?

성남FC 후원금 의혹에서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없던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부각되고 있다.

성남시 시민단체인 성남공정포럼서 이 GIO를 ‘제3자 뇌물죄’ 혐의로 고발한 것. 

<일요시사>가 입수한 고발장에 따르면 김진철 사무국장은 지난달 26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이 GIO와 민주당 제윤경 전 의원을 제3자 뇌물죄로 조사해달라고 수원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 GIO는 2013년 8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네이버 이사회 의장직을 맡았다. 

김 사무국장은 “네이버는 상장기업이기 때문에 상장기업 회계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며 “거액의 자금을 희망살림에 후원금으로 지출하기 위해선 내부 결재 및 이사회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GIO가 당시 이사회 의장으로 40억원 후원금 지출에 대해 최종 결정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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