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연쇄살인·다중살인·연속살인, 무엇이 다른가?

  • 이윤호 교수
2022.12.08 10:18:36 호수 1405호

연쇄살인, 연속살인, 다중살인은 복수의 인명을 살해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반면,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가정환경이 연쇄살인범, 다중살인범 문제의 인과 요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학대적인 환경이 연쇄살인범, 소외와 같은 방치된 환경이 다중살인범을 만들곤 한다.



구체적으로, 방치는 언제나 일종의 트라우마나 학대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즉 방치가 해당 아동에게 공격성을 심어준 학대적인 행위와 함께 일어나지 않는 한 순수한 방치만으로는 연쇄살인범을 낳지 않는다.

심지어 학대가 다중살인범의 아동기에 일어나도 그것은 방치 이후에 일어나며, 보통 연쇄살인범의 경우만큼 심하지 않다고 한다. 결국 인과관계나 요소라는 견지에서 보면, 학대적인 환경이 연쇄살인범을 만들어내고, 방치된 환경이 다중살인범을 만든다고 할 수 있다. 

연쇄살인과 다중살인이 양극단의 대조적인 위치에 있다면, 연속살인은 그 중간 어디쯤 자리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유형화는 단언적·범주적이라기보다는 연속체다. 이런 비교는 그들의 아동기 조건들의 대조적 특성에 기초한 것이다.

세 유형 모두 그 시작은 청소년기 이후라고 할 수 있고, 그들의 동기는 대중이나 특정 집단의 사람을 표적으로 한다. 

다중살인범은 마치 자신의 살인이 임무나 사회정의와 같은 사명이나 의무인 것처럼 행동하면서 살인 행동에서 황홀한 감각을 느끼지는 않으며, 연속살인은 폭발이나 멈출 수 없음이라고 할 수 있다. 연쇄살인범은 타인을 해치고 파괴하고 살해할 때 느끼는 쾌락적 감동으로 살인을 한다.


여기에는 성적 쾌감이나 심리적 통제의 쾌감이라는 요소를 포함할 수 있다. 

다중살인범이 ‘방치된’ 아동-양육 관행이 만든다고 하는데, 이런 관행이 다른 사람과의 건강한 관계를 설정하는 데 필요한 자아-정체성을 발전시킬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연쇄살인범은 ‘학대적’인 아동-양육 관행으로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이는 이런 관행들이 다른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파괴하고, 말살시키고 싶은 욕구, 욕망으로 자아-정체성을 비뚤어지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중살인범과 연쇄살인범의 심리 기제(psychological mechanism)도 비교해보자. 다중살인범의 심리 기제는 세 가지 주요 집단이 있다고 한다. 다중살인범은 대체로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그 첫째가 의도적이거나 의도적이지 않거나 자신의 부모로부터의 방치를 경험한다고 하는데, 이들은 인간관계와 긍정적 인간 상호작용이 결여된다.

두 번째 유형은 부모에 의한 심리적 통제를 경험하는 경우로, 이들은 스스로 혼자, 자신일 수가 없다.

세 번째 유형은 아동으로서 과잉보호되는 아이로서, 이들의 자기-중심적 태도와 행동이 또래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혼자가 된다. 결국 현실, 실제 세상, 세계와의 진실된 접점이 없다는 것이 인간세계에 대한 병리적 절망을 초래해, 마지막에 이들은 자살이나 살인의 개연성이 높아진다.

다중살인범과는 달리 연쇄살인의 심리 기제는 대체로 두 가지 집단으로 분석한다. 하나는 성적인 저의를 가지고 행해진 살인을 포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적인 저의가 없이 피해자를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지속적인 부모의 싸움과 논쟁이 그들에게 두려움과 좌절을 초래하고, 이것이 타인을 파괴하고 통제하는 욕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자아상은 행복하고 사랑받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파괴하고 싶은 욕구로 이어질 수 있다. 굴욕감, 수치, 망신이 복수의 욕구로, 그리고 무시되고 방기된다는 것이 인정받고 싶은 욕구로 이어질 수 있다. 아동기 억압된 분노가 무의식적으로 그 이후 생애에서 다른 사람들에게로 전가된다.

비정상적인 성적 욕구가 다른 사람들의 인간성의 무시와 자기 자신의 이기적인 성적 환상을 채우고 싶어하는 욕구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모든 인성 왜곡이 연쇄살인 행동을 위한 일종의 엔진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유사점과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이들 세 가지 유형의 집단살인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동기와 대상이나 표적은 다를 수 있을지라도 모두가 복수, 보복의 폭력이라는 사실이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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