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남 유명 성형외과 ‘대리 수술’ 의혹

2022.11.21 14:08:53 호수 1402호

“오늘 수술자 너무 많아…좀 있다 사람 올 거야”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녹음기를 가지고 코 성형수술 상담을 받은 것은 상담 내용을 정확하게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상담이 끝나고 진행된 수술에도 녹음기는 켜져 있었다. 잊고 있던 녹음기는 수술 후에도 지속된 코 통증 때문에 꺼냈는데 녹취록에 담긴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녹음에는 대리 수술의 정황이 그대로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성형수술 강국으로 유명하다. 빛이 있는 만큼 어둠도 짙어, 성형수술 부작용에 관한 이슈도 끊이지 않는다. 한국소비자원의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성형시술 건수가 증가하는 만큼 성형 부작용 사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성형수술을 받은 4명 중 1명꼴로 성형수술 후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다. 

충격적인
대화 내용

성형수술의 부작용은 외형적‧기능적 장애도 있지만 최악의 경우는 식물인간이 되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성형수술 중 코 성형은 가장 성형수술 중 많이 시행되는 수술이지만, 간단한 수술이 아닌 어려운 수술에 속한다.

그 이유는 코의 모양뿐 아니라 비염 수술이나 코 주위에 난 작은 여드름으로도 뇌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안경동맥 근처여서 세균이 침입하는 경우 뇌병변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동반한다. 가벼운 코 성형의 부작용은 들창코나 보형물 내 감염으로 염증이 생기는 정도다.

실제로 코 수술로 인한 재수술은 코 성형을 한 사람 5명 중 2~3명이 결정할 정도다. 


코 성형 부작용 피해자가 많은 실정이지만, 보통 피해자가 수술하던 중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기 어렵다. 성형외과가 수술 중 CCTV를 공개해 “안심하고 수술을 받아도 된다”고 홍보하더라도, 피해자가 수술 중인 CCTV를 봤다는 말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다.

서울에 거주 중인 40대 남성 김모씨 역시 코 성형 수술 피해자 중 한 명이다. 김씨는 지난해 6월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A 성형외과에서 코 재수술 및 비염 수술을 받았다. 김씨가 A 성형외과를 선택한 이유는 아래와 같다.

김씨는 평소 비염과 비중격만곡증(코 중앙에 있는 뼈가 비정상적으로 휘어있는 증상)으로 숨을 쉬기 어려웠다. 코의 기능과 미용을 동시에 회복하기 위해 코 수술을 잘하는 것으로 유명한 병원을 여러 곳 방문해 상담을 받았다. 

유명인이 많이 찾는다는 병원을 알아보기도 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띈 병원이 A 성형외과였다. A 성형외과는 성형 수술 중 코 수술을 잘하는 것으로 입소문이 나 있었다. 홈페이지 하단에는 유명 유튜버와 일반인의 성형수술 후기가 있었다. 

특히 성형외과 수술 후기를 공개하는 앱에서는 A 성형외과의 B 원장에 대해 “얼굴 비율에 맞게 디자인을 잘 해준 것 같다. 만족한다” “콧대가 낮아 보였고 퍼져 보였다. 복코 느낌이 강했는데, A 성형외과 원장의 실력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수술했다. 100% 만족한다” “A 성형외과에서 문제점과 개선법을 정확하게 말해줘서 수술받았다. 이제 한 달 됐는데 코끝 모양과 콧대까지 이어지는 라인이 마음에 든다. 사후관리를 받으러 갔을 때도 잘해줬다”고 기재됐다.

의사 지정해 수술 받았는데…
녹취록 들어보니…“경악”

이런 이유로 김씨는 A 성형외과에서 코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그중에서도 코 수술을 잘한다고 소문난 B 원장에게 수술을 받으려고 ‘선택진료제도’를 이용했다. 선택진료제도는 환자나 보호자가 병원의 특정한 의사를 선택해 진료받는 제도로, 환자나 보호자가 선택진료 의사로 발생한 추가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김씨는 B 원장에게 수술받기 위해 병원비 650만원을 지불했다. 코재 수술이나 비염 수술 가격이 통상적으로 300만원이기 때문에 2배나 비싼 금액을 지불한 것이다. 

그는 수술한 지 일주일 후 코에 고정해둔 부목을 떼러 A 성형외과에 방문했다. 해당 작업을 위해선 수술 당시 코 안에 넣어뒀던 솜을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솜을 빼려고 하니 피가 쏟아졌고 다시 집어넣어야 했다. A 성형외과는 김씨에게 코의 통증을 참을 수 없으면 다시 병원으로 내원하라고 했다. 

당시 김씨는 하루에 펜잘 진통제 한 통을 다 먹으면서 버텼지만 도저히 통증을 참을 수 없었다. 김씨가 녹음기를 켜서 들어본 것은 이 시점이다. 이 녹음에는 B 원장이 “잘하는 사람 한 명이…” “오늘 수술이 너무 많다. 벌써 5~6개 하고 있다” “(환자의 피가 많이 나는 상황에서)좀 있다가 잘하는 사람 한 명 더 올 거야”라고 말했다. 간호사는 “(원장이)곧 나가실 거예요” 등의 말을 이어갔다.  


녹음 중반에는 B 원장 외 다른 의사가 등장한다. 이 의사는 수술실에서 “혈압 언제 잰 거예요? (환자가)고혈압은 있나요” “이렇게 하면 잘 안되니까 각도를…” “(피가)여기에서는 하나도 안 나고 그냥 밑에, 실리콘 밑에서…” “피가 너무 많이 난다” “블라인드 쪽에 묶여 있습니다. 일부러 높이 안 생기게 하려고 이쪽에…” “피가 멈추긴 했는데 아까 꿰맬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등의 대화가 녹음됐다.

다른 의사가
메스 잡았나

김씨는 분명히 A 성형외과에서 자신의 수술을 할 의사로 B 원장을 선택했다. 상담도 B 원장과 했기 때문에 목소리를 분명하게 기억했다. 수술 중 등장한 의사는 분명히 낯선 사람이었다. 김모씨는 녹취 증거자료를 앞세워 의료법 위반, 사기, 상해로 서울강남경찰서에 신고했다. 

녹음기의 음성처럼 다른 의사가 김모씨의 수술을 집도했다면, A 성형외과는 선택진료제도로 수술을 받기로 한 김모씨와 한 계약을 위반한 것이다. 

서울강남경찰서에 신고한 결과는 불송치였다. A 성형외과는 해당 사건 녹취록에 등장하는 의사를 지난해 4월25일 군의관을 전역한 후 첫 직장으로 취업했던 의사라고 설명했다. 김씨의 코 성형 수술에 참가한 이유는 다른 의사의 수술을 참관하거나, 환자가 지혈이 필요할 때 도왔다고 설명했다.

B 원장 외 의사는 수술을 참관하거나 지혈을 도운 것이기 때문에 의료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서울강남경찰서는 의사가 “환자가 고혈압 있어요?”라고 물어본 시점에서 출혈의 원인을 고혈압으로 생각한 것이라고 판단해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것이다. 김모씨는 서울강남경찰서의 불송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김씨는 코 높이 차이 및 비대칭 등의 영구장애가 발생했다. 한 눈에 봐도 티가 나는 비대칭도 문제였지만 갑자기 생긴 알레르기 천식으로 숨을 쉬는 게 불편했다.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잠을 자려면 입으로 숨을 쉬어야 해서 입술이 자꾸 말랐다.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이 계속되니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코 기능과 미용적인 면도 수술 전보다 더 나빠졌다.

선택 진료
계약 위반?


김씨는 해당 사건을 알리기로 결심했고, 법률사무소 율신의 손영서 변호사와 함께했다. 손 변호사는 유튜브 채널에 해당 사건 동영상을 올리면서 동시에 A 성형외과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 같은 피해자가 더 발생하면 안 된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김씨는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됐다. 

A 성형외과는 손 변호사에게 ▲손 변호사는 해당 사건 동영상을 삭제하라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을 게시하면 안 된다며 고소를 진행한 것이다. 

또 김씨가 녹음기로 수술 중 수술실 대화를 녹음한 것에 대해, 간호사와 의사가 수술 중 녹음을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에 중점을 뒀다. 고로 손 변호사가 수술실에서 녹음한 내용을 유튜브에 등록해 사용한 것 자체가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김씨와 손 변호사는 수사기관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이는 ▲대리 수술이 의심되는 정황에 관한 의료법 위반 및 사기죄에 대한 검토 ▲홈페이지에 기재돼있었던 ‘대리 수술 없는 책임성형 수술 실명제 시행’으로 진행된 지정 의사 신청 ▲대리 수술이 의심되는 녹취록 내용에 관한 것이다. 

지난 5일 검찰은 김씨와 손 변호사 측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가 결정됐다.

이에 대해 김씨는 “A 성형외과는 대리 수술로 내게 피해를 입혔는데 사과 한마디도 없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었다. 제대로 된 사과만 했어도 좋았을 텐데,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은 게 너무 크다”며 “수술 중 CCTV 확인을 요청했었는데 A 성형외과는 CCTV가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계속되는 코 통증 후유증
소송, 소송 그리고 또 소송

이어 “그런데 지금은 홈페이지에 수술 중 CCTV를 확인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지금 내 코는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며 “코 모양도 상담했던 내용과 다르다. 대학병원에서 진단도 받았다. 나는 피해자고, A 성형외과가 죗값을 받길 원한다”고 하소연했다.

손 변호사는 “성형외과는 수술 건수마다 경제적인 이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분업식 대리 수술이나 변종형 유령 수술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 김씨 사건은 제3자인 의사가 대리 수술을 45분이나 진행했다”며 “집도의가 ‘이거 똑같이 해줘요’라고 의사에게 말하고 약 27분 뒤 들어와서 보고받는다. 이런 과정이 고스란히 남아있는데도 집도의와 의료기관은 여전히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나는 단순히 환자 개인의 소송대리인이 아니라 이 사건의 피의자이자 피고로서 소송의 당사자가 됐다. ‘대리 수술의 공론화’라는 공익의 목적뿐 아니라 김씨의 피해에 관한 손해배상청구 및 나의 향후 소송 과정에서 적극적인 방어권 행사를 위해 1인 시위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통 환자는 성형수술을 선택할 때 실력 있는 특정 의사에게 수술받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한 명의 의사가 수술을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명한 의사가 직접 수술하는 것처럼 환자를 속여 비용을 줄이고 분업하는 방식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며 “성형외과의 대리 수술 근절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이러한 관행은 절대 뿌리 뽑히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A 성형외과 측 법무법인 박진식 변호사는 반대의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이 사건의 코 성형수술은 대리 수술이 아니고, 단순히 김씨가 수술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우선 김모씨가 코 높이 차이 및 비대칭의 영구 장애가 발생했다고 하는데, 여기부터 아무런 근거가 없다. 김씨의 주관적 인식이다. 그리고 손 변호사가 유튜브에 편집해 자극적으로 올리는데, 이는 변호사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영구장애
경찰 불송치

이어 “대리 수술에 대해 검사도 혐의없음 처분을 할 것으로 사료된다”며 “손 변호사는 가처분이 기각되자 병원 앞에서 시위를 하는 등 영업을 방해했다. 우리는 형사 고소와 진정을 진행할 것이다. 손 변호사가 공익을 위해 대리 수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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