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라?’ 상장 미룬 라이온하트 속내

2022.10.28 11:19:00 호수 1398호

“게임 하나로 너무 큰 꿈 꿨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모바일 게임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개발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가 코스닥 입성 계획을 뒤로 미뤘다. 회사 측은 국내외 경기 상황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업계 내에서는 ‘고평가·중복 상장’ 논란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카카오 손자회사인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이하 라이온하트)가 상장을 철회했다. 오는 28~31일 수요 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확정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철회를 결정했다. 라이온하트는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상장 재추진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고평가?

한국거래소 규정상 지난달(9월)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라이온하트는 6개월 뒤인 내년 3월까지 상장을 마무리해야 한다.

라이온하트 측은 “현재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국내외 상황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동대표주관회사 및 공동주관회사와의 협의 하에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라이온하트는 유명 개발자 김재영 대표가 지난 2018년 설립한 회사다. 지난해 회사가 개발한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 크게 성공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라이온하트는 예상 시가총액이 최대 4조5000억원에 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혔다. 지난달 30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상장을 통해 4104억~6042억원 규모의 외부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증시가 부진하면서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어렵다는 판단에 상장 계획을 변경하기로 했다.

상장 계획을 미룬 데에는 몸값 부풀리기와 중복 상장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라이온하트는 기업가치 책정을 위한 비교 기업으로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 펄어비스, 넥슨 등 국내 게임사 외에도 액티비전블리자드, 넷이즈 등 해외 기업들을 제시했다.

하지만 출시작이 ‘오딘’ 하나뿐인 라이온하트가 다수의 흥행 지식재산권(IP)를 보유한 이들 기업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라이온하트가 제출했던 희망 공모가액은 3만6000~5만3000원으로, 올해 2분기 기준 최근 4분기(2021년 7월~2022년 6월) 순이익을 적용한 주가수익비율(PER) 약 25배를 사용해 산출했다. 하지만 비교 기업으로 제시한 엔씨소프트, 크래프톤의 PER은 현재 기준 14배 정도에 불과하다.

라이온하트가 상장하면 모회사 카카오게임즈의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의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 중 라이온하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인 65%에 이른다. 핵심 캐시카우 사업이 별도 법인으로 상장되는 만큼 중복 상장에 따른 모회사 할인 이슈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카카오게임즈 주주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라이온하트 상장 철회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일각에선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셔로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계속 이 같은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2분기 회사의 실적을 견인한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역시 카카오게임즈가 자체 개발한 게임이 아니라 일본 사이게임즈가 개발한 게임물을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최근 우마무스메 이용자가 ‘마차 시위’를 하는 등 게임 운영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을 때 카카오게임즈가 여러 이용자 요구에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하며 이용자 불만이 폭발한 배경이기도 하다. 게임상 재화 보상 일정 등 세부 사항을 게임사와 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달 만에 상장신청 철회 “시장 지켜보기로”
‘오딘’ 원게임 회사?… 기업가치 ‘과도’ 지적

카카오게임즈 역시 개발사로 거듭나 장래성을 인정받기 위해 대거 자금을 투입해 부족한 자체 IP를 메울 수 있는 신작을 찾고 있다. 회사는 주요 게임 개발사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게임 개발사 나인아크에 60억원을 투자했다. 

나인아크는 ‘영웅의 군단’ ‘아틀란티카’ 등 히트작을 담당했던 ‘스타’ 이건 대표가 있는 회사로, 회사가 준비 중인 게임 ‘에버소울’이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올해 하반기 공개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다크어벤저’ 흥행의 주역이었던 반승철 대표가 설립한 세컨드다이브 역시 카카오게임즈가 2020년 1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세컨드다이브가 개발 중인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 역시 내년 회사가 선보일 예정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사가 자체적으로 게임을 개발하지 않고 퍼블리싱만 하는 데 그치면 장기적으로 생존을 보장할 수 없어, 퍼블리셔에 그친 많은 회사가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며 “아무리 좋은 작품을 발굴해 퍼블리싱해도 게임이 크게 성공하면 그다음 계약은 장담할 수 없어 게임 퍼블리싱에 의존해선 안 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오딘 개발사 리스크뿐 아니라 회사의 실적을 이끄는 우마무스메 역시 일본 개발사 작품이라는 점에서 위험도가 크다”며 “카카오게임즈가 제2의 오딘 혹은 우마무스메를 찾기 위해 자체 IP를 열심히 개발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다만 라이온하트는 내년 3월 내에 다시 상장 작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게임즈 유럽법인이 라이온하트 인수 당시 김재영 대표 등 주주 17인과 맺은 풋옵션 계약 때문에 완전히 철회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IB 업계의 시각이다. 

카카오게임즈가 상장을 추진하지 않으면 김 대표 등은 자신이 보유한 라이온하트 주식의 일부나 전부를 카카오게임즈에 사가라고 요구할 수 있는데, 이것이 상당 부분 부담 금액적인 측면에서 부담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철회 시점을 내년으로 가정하면 카카오게임즈가 김 대표에게 줘야 하는 최대 금액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김 대표 측이 지분을 헐값에 넘기지 않기 위해 상장 시한인 내년 3월 내 IPO를 재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라이온하트 역시 ‘상장 철회가 아닌 연기’라는 점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추후 상장 추진 일정이 재확정되면 증권신고서 제출을 통해 세부사항을 안내할 방침이다.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면 6개월 이내에 상장해야 하는 만큼 라이온하트는 내년 3월까지 시간이 있다.

유턴 왜?

라이온하트 관계자는 “라이온하트 스튜디오는 IPO 추진을 지속하므로 상장을 철회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추가 상장 추진 일정과 관련된 사항은 추후 증권신고서 제출을 통해 안내할 것”이라고 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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