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본지 새 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김영권 작가

2022.09.20 08:55:20 호수 1393호

박근혜·윤석열 이면을 들여다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작가는 시종일관 신중했다. 대화 도중 뜸을 들여 단어를 골랐다. 한 줄의 ‘작가 소개’를 고치는 데 한참 시간이 걸렸다.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내뱉는 작품 속 무명작가인 ‘나’와는 달랐다. 김영권 작가가 ‘문제작’ <대통령의 뒷모습>을 들고 <일요시사>를 찾아왔다.



큰 키에 구부정한 자세를 한 남성이 <일요시사> 편집국으로 들어왔다. 그는 모자를 한 손에 쥐고 가방을 옆으로 맨 채로 연신 물을 마셨다. 가방 안에는 손바닥만한 수첩과 볼펜, 최근에 나왔다는 신작, 그리고 초고 한 묶음이 들어 있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4일 오후였다. 

과거와 현재

실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글을 쓴다는 건 작가 입장에서 큰 모험이다. 독자에게 배경 설명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어내는 대신 ‘이미 잘 알고 있다’는 인식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적 사건을 다룰 때는 그 민감함의 수준이 끝없이 높아지곤 한다. 

김영권 작가가 내민 원고지 1200장 분량의 시사 에세이 <대통령의 뒷모습>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룬 작품이다. 서울 해방촌에 자리한 무지개 하숙집에 살고 있는 하숙생의 이야기를 담았다. <대통령의 뒷모습>은 화자인 무명작가 ‘나’가 ‘피에로 사내’와 함께 하숙집을 찾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나와 피에로 사내는 2013년 김 작가가 출간한 <성공광인의 몽상: 캔맨>에 이어 또 한 번 작가의 페르소나로 활약한다. <성공광인의 몽상: 캔맨>은 자기계발과 성공이라는 허상에 대해 비판하고 풍자한 작품이다. <대통령의 뒷모습>처럼 서울의 한 하숙집을 배경으로 그곳에 살고 있는 하숙생의 이야기를 다뤘다.


김 작가는 “처음 글을 쓸 때부터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이들에게 관심을 가졌다. 하숙집은 다양한 인간 군상이 모인다는 점에서, 또 그들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늘 나의 관심을 끌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뒷모습>이 <성공광인의 몽상: 캔맨>의 후속편 격이라고 귀띔했다. 

하루에 3~5시간씩 글을 쓴다는 김 작가는 A4용지로 130여장 분량의 이 작품을 쓰는 데 꼬박 1년이 걸렸다고 했다. 작품을 집필하는 데 온전히 집중한 시간이 그 정도라는 뜻이다. 박 전 대통령 취임 무렵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중단과 집필을 반복하는 사이 5년여의 시간이 훌쩍 흘렀다.

<성공광인의 몽상: 캔맨> 후속
취임부터 탄핵까지 5년 조명해

김 작가는 “개인 사정상 몇 번의 중단기를 거친 끝에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가 석방될 즈음 초고에 마침표를 찍었다”며 “현실 시간과 작중 시간이 함께 흐른 셈”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인용으로 대통령직을 잃었고, 수많은 혐의로 영어생활을 하다 지난해 12월 특별사면 형태로 석방됐다.

<대통령의 뒷모습>은 무지개 하숙집 하숙생이 본 박 전 대통령 시절 5년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남북통일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언급한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이 작품 곳곳에 등장한다. 결말 부근에 이르러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대한민국 헌정사를 관통한 문장도 의미심장하게 사용된다.

무명작가, 사이비 교주, 모창가수, 탈북민 등 주변에서 쉽게 보긴 어렵지만 분명히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이들은 하숙집에 모여 저마다의 생각을 드러낸다. 신문지 위에 오징어다리와 소주를 두고 주거니 받거니 잔을 기울이면서 박 전 대통령의 통치를 두고 한마디씩 거드는 것이다. 

때론 욕설을 섞어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인물이 있는 반면 무명작가인 ‘나’는 시종일관 판단을 보류한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는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한 태도가 아니라 결정에 앞서 현 상황을 정확하게 직시해야 한다는 모습에 가깝다. 김영권 작가는 화자인 ‘나’에 자신의 생각을 일정 부분 투영했다. 

김영권 작가는 “화자이자 무명작가인 ‘나’는 다른 인물과의 대화 혹은 생각을 통해 작품 전체를 이끌어가는 인물이다. 실제 작가인 나를 투영했지만 오롯이 나를 대변하는 인물은 아니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화자인 ‘나’의 대사는 독자들에게 던지는 일종의 질문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무명작가를 화자로
독자에게 질문 던져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대통령의 뒷모습>에는 ‘통일’에 대한 언급이 자주 등장한다. 하숙생들은 ‘통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 ‘현 상황이 좋다’ 등의 의견을 토해낸다. 화자인 ‘나’는 통일을 하든, 분단 상태를 유지하든 스스로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고 일갈한다.


현재까지 통일이나 분단 등의 상황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지배층이 결정하는 대로 이리저리 휘둘렸다는 지적이다. 

김 작가는 “학교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노래하던 때는 가고 각자도생을 울부짖는 시대가 왔다”며 “통일에 대해 찬반의 목소리가 있지만 개인적으론 꼭 해야 한다고 서두를 필요도 없고 절대로 안 된다고 가로막을 까닭도 없다고 본다”고 말을 골랐다. 그러면서 “훗날 쓰일 역사를 두려워 할 필요는 없지만 스스로 한 번쯤 성찰해 볼 가치는 있다고 본다”며 “바로 여기 살고 있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고 힘주어 말했다. 

작품 제목인 <대통령의 뒷모습>에서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을 의미하기도 한다. 박 전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현재 윤 대통령의 정치가 그 당시와 오버랩 된다고 은근한 암시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오버랩

그는 “(작품이)박근혜 시대를 다루고 있지만 사실상 현재의 극보수정권을 되비추는 거울 역할을 하게끔 구성했다”며 “실망감에 빠진 국민에게 성찰과 미래지향적 희망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짜 보수와 가짜 진보를 넘어 진짜 보수와 진짜 진보를 꿈꿔본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대통령의 뒷모습>은 지령 1394호(9월25일 발행)부터 지면을 통해 게재됩니다.]


<기사 속 기사> 김영권 작가는?

인하대학교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한국문학예술학교에서 소설을 공부했다.


비평전문지 <작가와비평> 원고 모집에 장편소설 <성공광인의 몽상: 캔맨>이 채택, 출간돼 문단에 데뷔했다.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선감도: 사라진 선감학원의 비극> <죄의 빙점 형제복지원> <자물쇠 속의 아이들: 어린 북파공작원의 비밀> <몽키하우스> 등이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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