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김건희’ 검찰 11월 신병처리 시나리오

2022.09.13 11:51:45 호수 1392호

영부인 수사 판 뒤집힐까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여사의 새로운 녹취록이 공개됐다. 해당 녹취록은 서울중앙지법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판 과정에서 공개됐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그간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건을 몰랐다는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아직 김 여사에 대한 조사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녹취록 공개로 상황이 반전됐다. 국정감사가 끝나는 11월이 되면 김 여사 신병에 대한 검찰의 판단이 굳혀질 전망이다.



“골드만삭스 출신이라고 해서 어? 이 양반한테 위탁관리를 좀 맡기면 괜찮겠다. 몇 달 맡겼는데 손실이 났고 안 되겠다 싶어서 그 사람과 절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경선 토론회에서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에 대해 해명한 말이다. 

드러난 대화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더불어 김 여사가 직접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수를 지시한 정황도 포착됐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한 것은 김 여사가 아니라 계좌를 맡았던 이모씨였고, 두 사람이 절연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주가조작 선수인 이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의 주장은 거짓말로 드러났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1차 작전(2010년 1월부터 5월 사이) 이후 이씨에게 자신의 다른 계좌에서 주문을 낼 수 있는 권리를 줬다. 또 본인이 직접 신한금융투자 직원과 통화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 주문했다.


지난 5월 서울중앙지법 도이치모터스 공판에서 공개된 변호인은 증인이었던 이씨에게 “1월12일부터 김건희 계좌를 통해 도이치모터스 주식 주문을 냈느냐”고 물었다. 이씨는 “1월12일은 제가 안 했고, 13일부터 제가 했다”고 답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캠프는 김 여사의 신한증권투자 계좌 내역을 공개한 바 있다. 이 계좌 내역에 따르면 김 여사 계좌로 처음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한 날은 2010년 1월12일이다. 윤석열 캠프는 1월12일부터 시작된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 내역 전체가 이씨가 주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에서 공개된 녹취록을 통해 이 가운데 첫날인 1월12일은 이씨가 아니라 김 여사가 직접 증권사 담당 직원과 통화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전화로 주문했다. 1월13일부터는 이씨가 김 여사의 계좌로 거래했다.

그러나 증권사 직원은 이날도 김 여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씨의 전화 주문을 받고 김 여사에게 해당 내용을 알려줬다. 사실상 이씨의 주식거래에 대한 최종 승인을 확인받은 것이다. 이날 김 여사 계좌가 사들인 도이치모터스 주식은 10만주, 2억5000만원가량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녹취록 일파만파
재판 넘겨진 그 바닥 선수와 여러 차례 통화

<일요시사>가 입수한 도이치모터스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범죄일람표에 1월12일자 거래를 대거 포함했다. 검찰은 일부 거래를 통정매매라고 봤고 이날 김 여사의 거래내역 중 51건을 공소장 범죄일람표에 포함시켰다. 검찰은 이같이 짙은 시세조종 혐의에도 불구하고 수사 개시 2년이 지난 현재까지 김 여사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월 말부터 윤 대통령의 임기 시작 전 김 여사를 소환 조사할 방침이었다. 당시 이정수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수사팀의 의견을 존중하자고 했으나 결과를 보고받은 김태훈 4차장 검사가 김 여사의 무혐의 처분에 반대해 결정이 보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검찰은 지난해 12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이씨, 투자자문사와 증권사 전·현직 직원 등 8명을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2009년 12월3일부터 2012년 12월7일까지 3년간 91명 명의의 157개 계좌를 이용해 가장·통정매매, 고가·허위 매수 등 이상매매 주문 7804회를 제출해 1661만주(654억원 상당)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인위적으로 주가를 상승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김 여사는 이 기간 도이치모터스 주식 146만주, 50억원어치를 거래했다.

검찰은 이후 전체 이상 거래내역을 담은 수사기록을 법원에 제출했고 이 가운데 김 여사가 DS·대신·미래에셋 등 증권사 계좌를 통해 수십차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매한 기록도 포함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김 여사를 주가조작 공법으로 의율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모은 바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식거래에 김 여사의 계좌가 사용된 건 맞지만, 이 자체로 김 여사가 주가조작 범행을 공모했다고 보기에는 연결고리가 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여사가 직접 매수를 지시한 사실과 주가조작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 커졌다.

국감 이후 기소 여부 관측 “올해 안에 끝난다”
대통령실 “왜곡 보도 강력한 법적 조치 강구”

특수통 출신 한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통상 주가조작 범행 수사에서 전주를 처벌하는 핵심은 ‘공모’ 여부다. 선수 대부분은 기소되지만 돈과 계좌를 제공한 전주가 형사처벌을 받는 사례가 드물다”면서도 “김 여사가 유일한 전주는 아니었으나 정황이 점점 짙어져 보인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인 11월이 돼야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에 윤곽이 잡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정감사 이전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하게 되면 야권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무혐의 처분으로 이미 가닥이 잡혔는지 기소를 할 예정인지는 말할 수 없다”면서도 “올해 안으로는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전했다.

검찰이 김 여사 무혐의 처분 시점을 놓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무혐의 처분을 하려면 대통령 취임 전에 털었어야 했는데 정권 눈치보기를 거듭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잦은 ‘김건희 리스크’가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상황에서, 무혐의 후폭풍을 우려해 검찰이 정무적으로 발표 시점을 늦추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알면서 매수?

한편 대통령실은 대변인실 명의의 ‘녹취록 왜곡 보도 관련 대통령실 입장’이라는 서면자료를 통해 “일부 매체가 도이치모터스 관련 녹취록을 왜곡 해석한 후 ‘대통령이 거짓말을 했다’는 식으로 날조, 허위 보도한 데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주식 매매 절차상 지극히 정상적인 것으로, 종전의 설명이 진실임을 뒷받침하는데도 마치 거짓 해명을 한 것처럼 왜곡 보도한 데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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