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단상> 아프리카에 뛰어든 일본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
2022.09.04 14:04:44 호수 0호

중·미·일 경제안보 패권싸움 시작

기시다 일본 총리가 지난달 27일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개막한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에서 향후 3년간 정부와 민간이 합쳐 총 300억달러(약 40조원)를 아프리카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개발은행에 빌려주고 아프리카 녹색 성장 이니셔티브에 투자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아프리카 식량 위기 등에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과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차관을 들여와 이자를 갚지 못하고 있는, 이른바 ‘채무의 덫’에 걸려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건전한 재무 상태의 평가와 투자의 투명한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속내는 탄소중립 시대에 대비해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등에 필요한 희소 광물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천연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겠다는 심산인 것 같다.

일본은 2010년대 이후 중국의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자 중국에 대한 견제를 위해 아프리카 국가들을 간헐적으로 지원해왔다. 그런 일본이 이번에 300억 달러 지원이라는 통 큰 결단을 내렸으니 중국과 미국이 놀랐을 것이다.

특히 최근 중국이 아프리카에 농업, 보건, 인프라와 같은 분야의 협력 강화만 외치며 소극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고, 미국이 분쟁으로 신음하는 '아프리카의 뿔'(대륙 동북부) 지역에 평화의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며 미온적인 외교를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일본의 결단이어서 중국과 미국은 일본에 한방 맞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아프리카에서의 중국과 미국의 패권싸움은 다른 지역과 달리 희소 광물자원을 누가 많이 차지하느냐의 경제안보가 가장 큰 이슈지, 아프리카의 군사안보나 사회안보가 큰 이슈는 아니다.

일본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과 함께 G2 자리를 지키면서 세계 경제를 이끌어왔지만, 중국에 G2 자리를 내주면서부터 중국과 미국의 패권싸움에서 세계의 경제안보와 군사안보 모두 미국을 지지해왔다.

그런데 이번 아프리카 투자를 계기로 아프리카에서만큼은 경제안보 차원에서 중·미·일 패권싸움의 3각 구도를 만들어볼 속셈인 것 같다. 경제안보가 중요 키워드로 떠오르는 세계 정세에 어울리는 일본의 행보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중국은 아프리카를 지원하는 국가가 거의 없을 때도 아프리카를 계속 지원했기 때문에 아프리카에서 중국은 유럽이나 미국 등 그 어느 나라도 넘볼 수 없는 아프리카와의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일본이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얼마 전 코엑스에서 만난 라이베리아 무역회사 사장 Mr. Moostak에 의하면, 아프리카는 역사적으로 볼 때 유럽과 아메리카보다 아시아에 대해 더 호의적이라고 했다.

아프리카는 대부분 유럽의 식민지였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아시아의 나라들이 짧은 기간 안에 독립한 반면, 아프리카는 유럽의 지속적인 식민지정책 고수로 아시아보다 20년이나 더 늦은 1960년대까지 독립을 위한 투쟁을 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17세기에는 유럽 상인에 의해 천만명이 넘는 아프리카인들이 카리브해와 아메리카에 노예로 팔려가서 노동과 질병과 구속의 삶을 살아야 했던 과거가 아프리카가 유럽과 미국을 싫어하는 이유라고 했다.

반면 아시아는 역사적으로 아프리카를 침략하지 않아 친근감이 있다고 했다. 아시아 중에서도 중국은 유럽이나 미국 등 어느 나라보다 아프리카와의 경제협력을 지속적으로 도모해왔다.

그래서 아프리카는 중국이 믿을만한 동반자라며 중국의 아프리카 정책에 박수를 보내며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은 중국의 아프리카 경제지원을 부채외교라며 중국이 아프리카에 세계은행이나 기타 개발은행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지만, 결국은 아프리카가 차관을 갚을 수 없는 채무국가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은 중국의 아프리카정책을 비난하기 전에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내 40만명이 넘는 화교들의 피와 땀과 노력을 눈여겨봐야 한다.

그들은 유럽 제국주의와 달리 지난 60년 동안 아프리카의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고 무엇보다 침략과 약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상생의 원칙에 의해 아프리카를 사랑했다.

또한 학교, 병원, 도로를 중국 정부지원을 통해 건설하게 했고, 중국문화가 자연스럽게 보급되도록 노력했고, 그래서 중국어를 배우는 아프리카인들이 급속도로 늘 수밖에 없는 현실로 만들었다.

일본이 동남아 국가들에 도로를 건설해주고 병원과 학교를 지어주면서 동남아 국가들과 협력관계를 통해 경제대국이 될 때, 중국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아프리카에 공을 들였다는 점을 일본은 명심해야 한다,

즉, 일본이 동남아에서 했던 것처럼 아프리카에도 경제 지원을 하기 전에 먼저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던지 아니면 최소한 병행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얼마 전 코엑스에서 만난 Mr. Moostak은 아프리카 사람들은 순진해서 바보 같지만, 그래도 누가 진심이고 누가 거짓인지는 잘 안다고 말했다.

일본이 순진하고 바보 같은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앞으로 눈여겨볼 일이다.

유럽과 미국도 과거에 자신들이 침략과 인종차별을 일삼았던 현장에 중국 화교가 들어가 성실과 진심을 다해 이룬 지금의 상생과 협력의 분위기를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1960년대 이후 중국의 지속적인 아프리카 경제 지원이 마치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에서 해방된 1940년대 이후 미국의 지속적인 경제 지원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미국을 우방국가로 여기듯이 아프리카도 지금 중국을 우방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아직 아니다.

오는 16일 한국과 아프리카 대륙간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글로벌 에너지·자원 갈등 심화와 한-아프리카 협력의 미래' 포럼이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다고 한다.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나라도 지구촌 에너지·자원 시장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아프리카와 협력관계를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이 기고는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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