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장관-검찰총장 출격한 삼각편대 막전막후

2022.08.22 17:08:41 호수 1389호

‘명’ 잡을 저승사자 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윤석열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자가 결정됐다. 전임 검찰총장이 퇴임한 지 3개월여 만이다.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으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과 함께 이른바 ‘삼각편대’가 완성됐다. 



헌정사상 최초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윤석열정부 출범 초기부터 대통령의 출신 성분(?)이 향후 국정운영의 가늠쇠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 과정에서 약해진 검찰의 힘을 되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3개월 공석
뽑은 사람이…

실제 윤정부 1기 내각 조각 과정에서 ‘검찰’ 출신이 득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장관 후보자를 지명할 때마다 검찰 출신 여부가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다. 검사 시절부터 최측근으로 불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아예 검찰을 관리·감독하는 부처의 수장으로 앉혔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수원지검장 등 검찰 내 요직으로 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한 장관을 법무부에 입성시킨 배경에는 ‘검찰 정상화’가 거론된다. 윤 대통령 자체가 검찰 권한 약화를 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시도에 반발해 직을 내려놓은 ‘산 증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도는 윤 대통령 당선은 물론 국민의힘 부활에 일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차 검수완박 시도로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뒤로 하고 대선후보에 나설 판을 깔아줬고, 6·1 지방선거에서는 2차 검수완박 시도 끝에 법안 통과·공포를 추진하면서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았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검찰공화국’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민주당 이재명 의원을 겨냥한 검찰수사를 막기 위한 ‘방탄 쇼’라는 지적이 이어져도 마찬가지였다. 검찰의 칼과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제1야당의 방패가 맞부딪치는 형국이다.

이 과정에서 한 장관은 검수완박 법안으로 누더기가 된 검찰 내부를 재조직하는 대수술에 나섰다. 취임 직후 대대적인 검찰 인사에 나선 것. 조국-추미애-박범계로 이어지는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 기조가 한 장관 취임 이후 완전히 뒤바뀌었다. 

좌천을 거듭했던 윤석열 사단이 부활했고, ‘친 문재인정부’ 검사로 분류됐던 이들이 한직으로 밀려났다. 과거 한 장관이 좌천됐던 법무연수원은 문정부에서 승승장구했던 검사들의 무덤이 됐다.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 이정수 전 서울중앙지검장, 심재철 전 서울남부지검장 등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됐다.

이원석 대검차장 최종후보로
직무대리 이어 수장 자리에

한 장관은 공석인 검찰총장을 제외하고 고위간부 및 중간간부 인사를 마무리했다. 윤정부 출범 3개월 만에 검찰은 나름대로 전열을 가다듬었다. 한 장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검수완박 법안의 시행령을 손봐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확대시켰다. 조직을 재정비한 데 이어 권한찾기에 나선 것. 

마지막 화룡점정이 바로 ‘검찰총장 인선’이었다. 김오수 전 검찰총장 이후 100여일 넘게 검찰총장 인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숱한 뒷말이 나왔다. 검찰총장 없이 법무부 장관 중심의 검찰 인사가 진행되면서 검찰총장이 취임해도 ‘식물총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였다. 

일각에서는 이미 정부 입맛대로 검사를 배치해놓고 꼭두각시처럼 움직일 검찰총장을 구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종의 ‘바지사장’을 세워놓고 법무부가 검찰을 이리저리 주무르려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검찰총장 인선 과정이 최소 한 달 이상 걸린다는 점에서 법무부가 지나치게 늑장을 부린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 검찰총장을 뽑기 위해서는 먼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가 꾸려져야 한다. 추천위는 개인이나 법인, 단체로부터 후보자를 천거 받는 등 선정 절차에 돌입한다. 이후 심사를 거쳐 검찰총장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한 3명 이상의 인물을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한다.

법무부 장관은 이 중 1명을 최종 후보자로 임명 제청하는 방식이다. 

여기까지 약 한 달의 시간이 소요된다.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이 추천한 후보자를 검찰총장으로 지명하면 인사청문회가 진행된다. 인사청문회 일정은 여야 합의를 거쳐 잡아야 하고 실제 진행까지 걸릴 시간도 가늠이 쉽지 않다. 검찰총장 최종 후보자는 인선 과정에서만 꽤 오랜 시간을 버텨야 하는 셈이다. 


혹시나
역시나

법무부는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검찰총장 인선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달 11일 김진태 전 검찰총장을 위원장으로 권영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상임고문, 권준수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이우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5명이 비당연직 위원으로 위촉됐다.

당연직 위원은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정영화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한기정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 등 5명이 맡았다. 

추천위는 지난 16일 여환섭(사법연수원 24기) 법무연수원장, 김후곤(25기) 서울고검장, 이두봉(25기) 대전고검장, 이원석(27기)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압축했다. 공정과 정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수호하며, 정의와 상식에 맞게 법을 집행할 후보자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여환섭 법무연수원장은 윤 대통령과 함께 일한 경험은 있지만 ‘친윤’으로 분류되진 않는다. 경북 김천 출신으로 과거 대검 중앙수사부 중수2과장·중수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문정부에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 단장을 맡은 바 있다.

당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뇌물수수 의혹 등을 수사했다.  

김후곤 서울고검장은 ‘비윤’으로 분류되지만 검수완박 국면에서 검찰 내 반대 여론을 주도하면서 조직 내 신망을 얻었다는 평가다. 경남 남해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대변인 등을 지냈다.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재직할 무렵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인사단장을 맡은 경험이 있다. 

이두봉 대전고검장은 월성 1호기 원전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눈도장을 찍었다. 강원 양양 출신으로 대검 중앙수사부 첨단범죄수사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을 지냈고,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할 시기 4차장·1차장 등을 지내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된다.

안팎 현안
첩첩산중


과거에도 윤 대통령과 대검 중수부에서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는 특수수사에 밝은 특수통 검사다. 대검 수사지원과장·수사지휘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기획조정부장, 제주지검장 등으로 재직했다. 김 전 검찰총장의 자진사퇴 이후 직무대리를 맡아 초토화된 검찰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을 받았다. 한 장관과는 사법연수원 동기다.

한 장관은 이들 가운데 이 차장검사를 윤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이 차장검사를 검찰총장 최종 후보자로 지명했다. 검찰 조직 안정화를 최우선에 둔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 공석 이후 3개월 동안 직무대리로서 검찰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끈 이 차장검사에 더 큰 중책을 맡겼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 차장검사는 한 장관이 취임한 직후부터 검찰 인사와 조직개편 등 검찰 내 굵직한 현안을 함께 논의했다. 이미 3개월에 걸쳐 검찰 조직을 추슬러왔기 때문에 세간에서 나오고 있는 ‘식물총장’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새다. 주요 현안 수사도 지휘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속성에 있어서도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4명의 후보군 가운데 이 차장검사의 기수가 가장 낮아 그보다 기수가 높은 검사의 줄사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검찰 인사 과정에서도 이미 많은 검사가 검복을 벗고 검찰을 떠난 바 있다. 

검찰총장 최종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지만 임명 과정에서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 윤 대통령의 지명과 함께 이 차장검사가 신임 검찰총장으로 거의 결정됐다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 신임 검찰총장 등 이른바 ‘검찰 삼각편대’가 완성됐다. 

신임 검찰총장은 산적해 있는 검찰 안팎의 현안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단 문정부를 겨냥한 사건과 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연루된 사건이 진행 중이다. 특히 이 의원은 대선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아내인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갖가지 사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검수완박·경찰 관계 회복
식물총장 우려 벗어날까

현재 민주당은 당 대표 선거가 한창이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이 의원의 당 대표 당선은 가시권에 든 상태다. 이 차장검사가 검찰총장에 취임하면 제1야당 대표를 상대로 검찰수사를 지휘해야 한다. 민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점이다.

한 장관이 검수완박 법안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검찰은 다시 정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섰다. 법무부는 지난 11일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수사개시 규정) 개정안을 내놨다. 검수완박 법안 입법 이후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로 줄어들 예정이었는데, 시행령을 통해 이 범위를 대폭 늘려 공직자·선거범죄로 분류됐던 일부 범죄까지 수사할 수 있도록 한 것. 

시행령 개정안 발표 이후 민주당은 “국회와의 전면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 장관은 “다수의 힘으로 헌법 절차를 무시하고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키려 할 때 ‘중요범죄 수사를 못하게 하려는 의도와 속마음’이었다는 것은 국민들께서 잘 알고 있다”며 맞불을 놨다. 

신임 검찰총장은 다음달 10일 검수완박 법안 시행을 두고 필연적으로 닥칠 혼란을 빠른 속도로 잠재워야 할 책무가 있다. 여기에 법무부와 검찰이 청구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공개 변론이 다음달 27일로 예정돼있다.

권한쟁의심판은 반드시 구두 변론을 진행한 뒤 본안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 취임 직후부터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검수완박 법안 권한쟁의심판을 직접 챙겨왔다. 

문정부에서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 윤정부에서 진행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경찰과의 관계 회복도 급선무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축적돼온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문정부에서 검찰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가 여론의 지지였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적폐 청산
반전 시작?

일각에서는 윤정부가 대통령-장관-검찰총장으로 완성된 삼각편대를 무기로 국면 전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취임 3개월 만에 30%대로 주저앉았다.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지지자들도 일부 이탈했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이 문정부에 대한 실망을 등에 업고 대선에서 이긴 만큼 ‘적폐 청산’을 내세워 반전을 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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