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소비 트렌드 - 싸고 푸짐하게 승부하라!

2022.08.16 10:17:59 호수 1388호

서울 지하철 7호선 논현역 근처 골목에 있는 한식당 ‘현지식당’은 점심시간이면 긴 줄을 서 기다려 들어가야 할 정도로 입소문 난 식당이다. 오전 11시30분이면 이미 만석으로 165㎡(약 50평) 규모의 점포는 점심시간 내내 빈자리를 찾는 고객으로 붐빈다. 



이 식당의 인기비결은 맛있는 식사를 값싸고 푸짐하게 내놓는 것. 백반정식 1인분에 8000원 인데, 국을 포함한 반찬이 무려 12개나 나올 정도로 그야말로 한상차림이다. 반찬 가짓수가 많이 나와 인기가 많다고 알려져 있는 호남지방 음식점같이 서울 강남에서도 비슷한 가게가 나와 1년 내내 대박을 치고 있는 것이다. 

한 푼이라도…

값비싼 갈치구이 정식도 1만 원밖에 안하고, 고등어구이 정식도 9000원으로 매우 저렴한 편인데, 주변 식당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것이 고객들의 반응이다. 현지식당을 자주 찾는다는 서모씨(45)는 “이곳은 요즘처럼 물가가 높은 시기에 논현역 주변 식당보다 점심 한 끼 가격이 적게는 2000원, 많게는 5000원 정도 저렴한 편인 것 같다”며 “특히 혼자서 와도 서비스가 좋고, 직원들이 언제나 밝게 웃어주는 분위기가 인기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식당은 손님이 몰려오기 전에 미리 준비를 해놓고, 손님이 한꺼번에 몰려와도 스피드하게 음식을 내놓는 시스템을 갖춰 박리다매를 해도 이익을 내는 구조를 갖고 있는 듯하다”고 그 식당의 성공전략을 나름대로 분석했다.

이와 같이 최근 고물가 시대에 값싸고 푸짐한 양으로 승부하는 외식업이 인기다. 연일 물가가 치솟고 있는데다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는 언론 보도는 소비심리를 극도로 위축시키며 주머니 사정에 민감한 직장인들이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큰 인기를 끌어온 대용량 빅사이즈 메뉴도 올해 들어 더욱 인기몰이 중이다. 대표적인 업종은 커피전문점. 커피 브랜드에서 빅사이즈의 원조는 빽다방이다. 2011년부터 직영점 위주로 운영하다가 2014년부터 본격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빅사이즈 컵으로 아메리카노 한 잔을 1500원에 내놓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작년부터 점포 확장 속도를 높이면서 현재 1135개 점포가 성황리에 영업을 하고 있다. 

그 후 최근 몇 년간 커피전문점 중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메가엠지씨커피 역시 빅사이즈 커피로 성공하면서 전국에 1970여개 점포가 있다. 컴포즈커피 또한 2020년부터 급성장을 이어가고 있는데 창업 8년 차인 현재 전국에 1680여개의 점포를 두고 있다.

더벤티도 빅사이즈 커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현재 920여개 점포가 있고 올해 들어서 크게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저가 커피전문점 빅4는 작년에만 점포 1000여개가 증가했고, 올해도 그 성장세가 커지는 등 신규 저가 커피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백반정식 1인분에 8000원
반찬 무려 12개 한상차림

특히 작년 하반기 등장하여 올해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브랜드는 롤스커피다. 대형 컵 사이즈 아메리카노를 1500원, 중간 컵 사이즈 아메리카노를 900원에 판매하고, 맛있는 크로와플, 크로피쉬, 토스트, 케익, 스콘 등 다양한 디저트 메뉴를 저렴하게 제공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롤스커피는 빅사이즈 아메리카노와 미들사이즈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을 1500원과 900원으로 나눠 고객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점에서 차별화 돼 있다. 또, 롤스커피는 커피 및 음료와 베이커리 등 다양한 디저트 메뉴를 함께 취급하는 것이 장점이다. 간편식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베이커리 등 간단한 먹거리로 식사를 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바빈스커피도 커피와 다양한 먹을거리로 인기다. 대표 메뉴인 스페셜티커피는 스페셜티 2샷 빅사이즈 아메리카노를 1500원에 제공하여 차별화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 샌드위치와 샐러드는 바빈스커피를 찾아오게 하는 원동력이다.

일반적으로 저가 커피 매장은 생활동선에 있어 많이 들르게 되지만, 바빈스커피는 일반 저가 브랜드와 달리 다양한 샐러드 및 샌드위치를 보유하고 있어 일부러 찾아오는 고객도 많다. 특히 1조원 시장으로 성장한 샐러드는 객단가를 높여주어 점포 순이익을 극대화해준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리뉴얼된 인테리어도 바빈스커피를 돋보이게 해준다. 도심 한가운데서도 눈에 확 띄는 화사한 민트색 아웃테리어는 고급스러움을 더해 여심을 저격하는 디자인으로 시선을 압도한다.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컬러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이 밖에 커피 외 다양한 음료와 햄버거, 와플, 샌드위치 등 저렴한 가격의 빅사이즈 메뉴로 고객을 유인하는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고물가 시대에 움츠러든 소비심리를 되살리기 위해 빅사이즈 메뉴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배달 주문해 푸짐한 양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하려는 젊은 층 고객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특히 배달 문화가 자리를 잡으면서 디저트와 커피 및 음료도 배달하는 시대가 되고 있어 향후 빅사이즈 메뉴는 더욱 인기를 더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크다고 고객이 무조건 선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맛과 품질, 가격 만족도가 높아야 대용량의 장점이 발휘될 수 있다.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는 요즘 소비자는 싼 맛으로만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빅사이즈 메뉴

저가 커피의 경우 경쟁이 점점 심해지고 있어서 향후 가격만으로 승부해서는 안 된다. 커피 및 음료의 가격 만족도뿐 아니라 베이커리 등 다양한 디저트 메뉴의 경쟁력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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