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단상> 루비비율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
2022.07.02 08:51:38 호수 0호

어떤 가치냐에 따라 그 비율도 계속 변할 것

고대 그리스에서는 아름다움을 논할 때, 비율을 매우 중요시했다. 이런 연유로 그리스의 신전, 건축물, 미술작품 등에는 황금비율의 비밀이 숨어 있다.



황금비율은 임의의 길이를 두 부분으로 나눴을 때, 전체와 긴 부분의 비율이 긴 부분과 짧은 부분의 비율과 같은 비율을 말한다. 

가로의 길이가 A+B, 세로의 길이가 A인 직사각형(단, A>B)을 가로로 A:B로 분할해 정사각형과 작은 직사각형으로 나눌 때 만들어진 작은 직사각형과 전체 직사각형이 닮을 경우 그 비율을 황금비율이라고 하며, 그 비율은  (1+√5)/2:1로, 이를 계산하면 1.618:1이 된다.

황금비율을 나타내는 (1+√5)/2는 그리스어로 파이다. 당시 피타고라스가 여러 모양의 사각형을 놓고 사람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사각형을 고르라고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황금비율 직사각형을 골랐다고 한다.

피타고라스의 황금비율이 사람이 시각적으로 느끼는 가장 아름다운 비율임을 증명한 셈이다.

산업화시대까지 황금비율은 전 세계로 확산됐고, 각 나라의 문화 속에 깊이 침투해 생활용품에서 예술작품에 이르기까지 황금비율이 적용되면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류에게 커다란 혜택을 줬다.


그런데 인터넷시대에 컴퓨터가 등장하면서부터 인류는 아름다움보다 안정감을 추구하는 성향으로 바뀌었는데, 모든 서류를 컴퓨터로 작성하고 출력하는 컴퓨터세대에게 가장 익숙한 컴퓨터 출력 용지가 인류에게 안정감을 갖게 해줬다.

컴퓨터 출력 용지 비율은 √2:1로, 이는 금강비율이다. 금강비율은 자기 동형 성질로 인해 자신의 반은 다시 자기 자신과 닮은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닮음비율로 불리기도 한다.

전지(면적:1㎡)를 반으로 접는 횟수에 따라 A1, A2, A3, A4 등의 A판 용지가 되며, 가로 세로의 비율은 모두 금강비율 √2:1이다.

직사각형을 계속 반으로 나눌 때, 둘로 나누어진 사각형이 계속 닮은꼴이 되기 위해서는 긴 변의 길이와 작은 변의 길이가 √2:1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현대인은 세상이 급속도로 변하면서 영상을 통해 삶의 만족과 우아함을 추구하는 성향으로 달라졌다.

그래서 영화관이나 핸드폰의 화면은 우아함을 주는 비율로 만들어야만 했다.

√2는 평면 대각선 길이지만, 테오도로스의 상수로 불리는 √3은 단위 큐브의 공간 대각선 길이다.

현대인은 직사각형 프레임에 갇혀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영상을 통해서 직사각형 안에서도 공간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시각적으로 √3:1의 비율에 친해져 있다. 

내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영화관이나 핸드폰의 화면 비율은 대부분 √3:1이었다. 

고대사회에서 산업화시대까지는 비싸고 아름다운 황금이, 산업화시대 이후 인터넷시대까지는 단단하고 안정적인 금강(다이아몬드)이 인기였지만, 지금은 희귀하고 우아한 루비가 인기 있는 보석임을 감안해 √3:1의 비율을 루비비율이라고 명명해봤다.


그리스도인이 로마로부터 박해받을 당시 암호로 사용했던 카타콤 벽화에 있는 물고기(익투스)의 머리부터 꼬리까지 전체 길이와 꼬리지느러미 길이의 비율도 √3:1이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인류는 황금비율(1.618:1)을 통해 아름다움을 추구했고, 금강비율(√2:1)을 통해 안정감을 추구했고, 지금은 루비비율(√3:1)을 통해 우아함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현대인에게 황금비율 사각형, 금강비율 사각형, 루비비율 사각형을 놓고 마음에 드는 사각형을 고르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현대인은 우아한 루비비율 사각형을 고를 것 같다.

직사각형 프레임에 갇혀 있는 인류가 시대에 따라 어떤 가치를 추구하느냐에 따라 그 비율도 계속 변할 것이다.

그리고 그 비율은 1:1과 2:1 사이에서만 존재할 것이고, 황금비율()이나 금강비율(√2)이나 루비비율(√3)처럼 영원히 나눠지지 않는 무한수의 비율을 유지할 것이다. 

태초에 에덴동산에서 둥근 해와 달, 둥근 과일만 봤던 인류는 원을, 그 후 비바람을 막기 위해 움막 생활을 해야 했던 인류는 지붕 모양의 삼각형(세모)을, 물건을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 다른 도형에 비해 만들기도 쉽고, 보관하기도 좋은 직사각형(네모)을 선호해왔다.

멀게는 원. 세모, 네모 그 다음 프레임이 궁금하고, 가깝게는 네모 프레임에서 황금비율, 금강비율, 루비비율, 그 다음 비율이 궁금하다.


※ 본 기고문은 <일요시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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