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쪽같이’ 투자자 등친 에슬롯미 사태 전말

2022.06.30 09:40:33 호수 1381호

수천명 속아 수백억 날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암호화폐 시장의 급락으로 관련 투자업체들의 사기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3만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가상자산 채굴업체 ‘에슬롯미’. 이들은 ‘투자 시 고이율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홍보글로 투자자를 대거 모집했다. 하지만 돌연 대표 등 관계자들이 잠적해버렸다. 



가상자산 채굴업체 에슬롯미는 지난해 10월 강남에 사무실을 열고 유튜브, 시내버스, 지하철, 전광판 등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회원들을 모집했다. 사업자 대표는 황수종씨,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사람은 이준호씨. 총 회원은 3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런 잠적

하지만 수익금 지급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6월에 맞춰 카카오톡 소통방과 홈페이지를 폐쇄하고 잠적했다.

에슬롯미는 투자자가 러시아나 카자흐스탄 등에서 운영하는 가상자산 채굴기를 임대하면 채굴한 자산 일부를 정산해주는 방식으로 영업해왔다. 이들은 회원 가입 시 1일 임대 채굴기를 무료 제공하고 소액의 수익금을 지속해서 지급해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방법으로 추가 투자를 유도했다. 

에슬롯미의 소셜미디어(SNS) 등에는 ‘800만원의 채굴기를 2년 동안 임대하면 1일 15만2000원의 수익을 7일마다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상품 설명서가 올라왔다.


에슬롯미는 지난 4월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강남역이나 버스정류장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함께하면 노후가 편해진다’는 등의 내용의 대형 광고판을 설치했고, 유명 유튜버를 섭외해 적극적으로 투자자를 유치해왔다. 

지난 5월에는 1~2%대의 1일 수익률을 3%대까지 끌어올렸다며 이벤트 상품을 홍보하기도 했다. 이들은 “상품을 구매한 ‘SVIP’ 회원들을 1주년 특급 호텔 파티에 초대한다”며 호텔 예약 내역을 공개하고 투자자들에게 초대장을 발송하기도 했다.

에슬롯미 전 직원 A씨는 투자금을 끌어모으는 데 유튜버 광고의 효과가 컸다고 전했다. 수만, 수십만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유튜버들이 ‘18개 나라에 대형 광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업체를 홍보하고 실제 수익을 인증하거나, 러시아에 있는 채굴장 직원과 영상통화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는 것.

A씨는 홍보영상을 올린 유튜버들이 영상 한 편당 300만원에서 3000만원가량의 광고비를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대대적인 홍보를 보고 투자자들이 몰리자 업체 관계자들은 지난 3일 돌연 잠적했다. 자신을 에슬롯미 관계자라고 밝힌 투자자 단체 오픈채팅방 관리자는 ‘보이스피싱범들에게 해킹당해 사이트 점검 중이다. 계좌도 묶여서 출금이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놨는데 이후 하루도 지나지 않아 홈페이지가 폐쇄됐다. 

수익금 지급 몰린 6월 맞춰 돌연 잠적
개인·집단 고소 봇물… 피해액 눈덩이

이어 투자자들을 관리하던 2000명 규모의 단체채팅방 등도 모두 사라졌다. ‘1주년 특급 호텔 파티’가 예정돼있던 호텔도 예약이 취소됐다. 이런 상황에 에슬롯미 사무실로 투자자들이 몰렸지만, 문이 닫혀 있고 인기척이 없자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투자자들은 에슬롯미가 일명 ‘다단계’ 방식을 사용했다고 주장한다.

즐겨보는 유튜버의 영상을 보고 에슬롯미에 4000만원을 투자했다는 20대 B씨는 “에슬롯미는 지인을 추천하면 수익률을 높여주는 커미션을 적용했다”며 “커미션을 적용받은 일부 투자자들이 1000만원을 투자해 100일 만에 2억원이 넘는 수익금을 얻었다고 인증하자 다른 투자자들도 지인을 추천하기 위해 혈안이 돼있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원금을 빨리 회복해야 한다’는 일말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거의 종교처럼 에슬롯미의 운영 방식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B씨는 “해당 사이트가 ‘사기’라고 주장한 사람들은 강제퇴장당하거나 일명 ‘프락치’로 몰리면서 배척당했다”며 “운영자들은 투자자 단체 채팅방을 1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투자 누적금액 단위로 나눠 운영해 사기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원천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800여명의 피해자들이 투자 피해 단체 채팅방에 접속해 있다. 이들은 적게는 1인당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억대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피해자가 수천명에 달하고, 피해 규모도 1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기도 한다. 

특히 에슬롯미 투자자 중에는 청각장애인 100여명도 포함돼있다. 이들은 청각장애인 단체 채팅방에서 에슬롯미를 ‘노후대책’이라고 홍보하는 글이 등장하자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투자자들은 법적 대응 절차를 밟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경찰서에 피해 사실을 접수하기도 했고, 단체 채팅방에서는 집단 형사고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단체 고소 준비

포유법률사무소 김경남 대표 변호사는 “현재 피해자들이 단체 고소를 준비하고 있고, 참여하겠다는 피해자들이 계속 몰리고 있다”며 “과거부터 유행하던 범행 수법인데 여전히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투자하기 전에 해당 사이트가 실재하는지 파악하고 ‘무조건 보장’이나 ‘고이율 수익 보장’을 내세우는 경우에는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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