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g’ 연작 시리즈 kdk

2022.06.29 09:33:12 호수 1381호

500여일의 회색 하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두산갤러리가 kdk(김도균)의 개인전 ‘g’를 준비했다. kdk는 사진을 주 매체로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07년 설립 이래 두산갤러리와 함께 해온 작가를 재조명하고 그들의 활동을 격려‧지원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kdk 작가는 두산갤러리와 인연이 깊다. 두산갤러리에서 개최한 ‘The Photograph as Contemporary Art’(2007) ‘사진: 다섯개의 방’(2016)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kdk는 이번 전시에서 2015년부터 일기처럼 기록해온 ‘g’ 연작 500여점을 선보인다. 

사진 일기

g 시리즈는 구름 낀 회색 하늘을 대형 필름 카메라로 촬영해 ‘중간 회색’으로 기록한 흑백 사진이다. kdk는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대형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어디서든, 어느 때이든 우연히 만나는 흐린 날의 하늘을 꾸준히 촬영했다. 

3차원의 세상을 2차원 평면으로 보여주는 것이 사진의 특성이라면, kdk는 3차원이지만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하늘이라는 공간을 사진의 특성에 기반해 반복적으로 바라보고 기록했다. 

흑백사진에서 단색의 피사체를 정확한 노출값으로 촬영하면 18%의 반사율을 가진 회색으로 촬영된다. 이를 중간 회색이라 부른다. 사진 이론에서는 이 회색을 적정 노출의 기준으로 삼는다. 


매일 흐린 날 찍고 기록
객관적 기준·주관적 기억

g 시리즈는 이 같은 이론에 근거하는 작업으로, kdk는 카메라가 적정하다고 지정하는 노출값에 따라 흐린 하늘을 찍어 중간 회색을 찾았다. 그리고 동시에 같은 하늘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자동 확인되는 GPS 좌표와 날짜, 시간, 그리고 아주 사적인 단상과 사건을 함께 기록했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객관적 기준과 주관적인 기억이 회색 하늘을 매개로 같은 위계의 데이터가 된 것이다. 

가시적으로 명확히 드러나지 않지만 이 작업의 개념은 제작 과정에 담긴 태도와 의미를 통해 더욱 견고해진다. 500여점의 회색 하늘은 ‘리아날로그(re-analogue)’ 방식을 통해 제작됐다. 아날로그 필름으로 촬영된 이미지를 스캔해 디지털화하고 디지털 툴을 사용해 보정한 후, 다시 필름으로 만들어 빛을 이용한 아날로그 인화 과정을 거친 것. 

필름으로 찍고 디지털로 보정
익숙하면서도 낯선 장소 경험

수고스럽기까지 한 이 과정은 사진에 대한 고민과 수시로 가던 길을 멈춰 하늘을 찍고 일지를 기록한 작가의 태도와 연동된다. kdk는 이처럼 사진의 매체적 특성이 기반해 작가 나름의 체계로 유형을 분류하고 정량적인 요소와 촬영, 제작 방식 등 목적에 따라 세운 개념을 기준으로 시리즈 작업을 완성했다. 

작업의 제목은 ‘p’ ‘sf’ ‘w’ 등과 같이 머리글자로 제시했다. 관람객으로 하여금 작품을 여러 갈래로 수용할 수 있게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번 전시이자 연작의 제목인 g 또한 사진에 담긴 ‘gray sky(회색 하늘)’를 의미하면서 동시에 ‘middle gray(중간 회색)’를 의미한다.

또 회색이 갖는 다양한 뉘앙스를 포괄하는 추상적인 시공간이기도 하다.

순간의 장면

두산갤러리 관계자는 “작가가 마주한 500여일과 장소의 회색 하늘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하나의 시공간으로 소개된다. 관람객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장소에 서있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일상적인 대상과 전제가 특별한 힘을 가진 장면이자 순간이 되는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다음달 20일까지. 

<jsjang@ilyosisa.co.kr>



[kdk는?]

▲학력
서울예술대학 사진과 졸업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 졸업

▲개인전
갤러리 룩스(2019)
안도 파인아트(2016)
페리지갤러리(2015)
갤러리2(2012)
마이클 슐츠 갤러리(2011)
원앤제이 갤러리(2006) 

▲그룹전
뮤셈(2021)
아르코미술관(2020)
오클랜드 미술관(2020)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2019)
빅토리아 국립미술관(2019)
국립현대미술관(2017)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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