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철도공단 ‘고무줄’ 연구용역비 논란

2022.06.24 10:30:36 호수 1380호

이랬다 저랬다 부르는 게 값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국가철도공단이 발주한 연구용역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노조와 시민단체 측은 용역 비용이 지나치게 많다고 주장하며 연구기관 선정 특혜 의혹마저 제기하고 나섰다. 반면 공단 측은 비용은 타당하며 기관 선정도 적법한 절차를 따랐다고 입장을 밝혔다.



철도노조가 국가철도공단(이하 철도공단)이 발주한 60억원 규모 연구용역의 적정성과 투명성을 평가해달라며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노조는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연구용역의 규모와 내용, 연구진 구성에 문제가 없는지 철저한 조사와 감독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극히 이례적

철도공단은 지난해 11월 ‘전환기 철도 중심 교통체계 정립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용역 수행기관은 대한교통학회, 연구 기한은 2023년 11월이다. 노조는 철도 정책연구용역에서 60억원이라는 용역비는 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철도 등 교통산업과 관련한 연구용역비가 보통 수천만원에서 많아야 4억원 수준인데 해당 연구용역에는 수십배의 용역비가 책정됐다는 설명이다. ‘4차 철도산업발전기본계획 수립연구’의 경우에도 용역비는 2억3000만원 수준이었다.

연구용역의 과업 내용이 발주기관인 철도공단의 소관 업무 범위를 벗어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해당 연구용역은 주요 과업 내용으로 ▲국가교통체계 현황 분석 및 여건 변화 전망 ▲철도 중심의 국가교통체계(안) 마련 ▲미래 철도망 구축 기본방향 및 정책방향 정립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실제로 국토부는 지난 2021년 6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발표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철도공단이 자신의 소관을 벗어난 별도의 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은 국토부와의 업무 중복이며 세금 낭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용역 수행기관 선정과 연구진 구성도 적절하지 못하다고 했다. 해당 연구용역은 두 차례 입찰 끝에 두 번 모두 단독 응찰한 대한교통학회가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

노조는 “통상 철도 분야의 정책연구용역은 국책 전문연구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이나 철도기술연구원 등의 법인이 수주해왔지만, 이번 연구용역은 개인 회원으로 구성한 학회가 수주하는 형식이라 60억원에 이르는 연구용역비도 법인이 아닌 참여 연구원 개인들이 가져가는 구조”라고 밝혔다.

노조 “60억 연구용역 과다책정” 주장
공단 “적정하다”면서 28억으로 조정

용역 수행기관 선정에 철도공단 이사장과의 친분이 작용했다거나 연구진이 철도민영화 옹호론자들로 구성됐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노조는 “연구책임자인 서선덕 명예교수는 과거 브라질 고속철도한국사업단장 시 사업비를 너무 낮게 산정해 해임됐으며 최근까지 철도업계에서 별다른 활동을 한 적이 없었으나, 김한영 철도공단 이사장과는 오랜 친분관계에 있다”면서 “부책임연구자인 이재훈 박사는 전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으로 김한영 이사장의 국토부 재직 시절, 수서발 고속철도 경쟁체제 도입 정책을 백업하며 정책 추진을 도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연구용역은 작년 12월7일 착수보고회가 열렸지만 그 어디에도 개최 사실이 보도되지 않았고, 유관기관인 한국철도공사나 철도기술연구원 등에 통보하고 참석을 요청한 적도 없었다”면서 “왜 학술정책 연구용역비가 60억원이나 돼야 하는지, 두 차례 모두 대한교통학회가 단독 응찰해 수주한 것이 과연 우연인지, 연구용역의 규모와 내용, 연구진 구성 등에 절차적 문제는 없는지, 용역착수 보고회조차 비공개로 할 정도로 신뢰성 등에 문제는 없는지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철도공단은 이 같은 지적에 “연구용역 규모는 적정하다”고 반박했다. 철도공단은 해명 보도자료를 통해 “본 연구용역은 장래 50년 미래 환경변화에 따른 철도정책 발굴 및 철도망 구축을 위한 연구용역으로 규모와 연구진 구성은 적정하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국가적 과제인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철도정책 발굴의 시급성과 연구성과의 조기 도출을 위해 용역 규모를 28억원으로 조정했다”며 “일부 연구진을 보완해 추진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여전한 논란


철도공단의 해명 이후에도 의혹은 사라지지 않았다. 철도공단의 용역비 논란이 제기된 뒤 갑자기 금액을 조정한 배경과 수십억에 달하는 비용 산정에 대한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점 등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이는 “연구용역 규모는 적정하다”고 했던 철도공단의 해명에 반하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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