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제약 코미플루 기부 후폭풍

2022.06.16 14:53:56 호수 1379호

도와줬다가 독박 썼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전문의약품 ‘코미플루(성분명 오셀타미비르인산염)’ 무단 배포 사태에 대해 칼을 뽑아들었다. 식약처가 제조사인 코오롱제약에 대한 현장조사 외에도 제약업계의 의약품 기부 현황을 파악하고 나서면서 업계 전반으로 파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어린이집에 무단 배포된 코오롱제약 독감치료제 ‘코미플루’와 관련해 약사법 위반 등 법률 검토에 나서자 업계에서는 ‘선의가 오히려 독이 됐다’고 난감한 입장을 표하고 있다.

“선의가 독 됐다”

지난 3일 식약처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달 코미플루 유통 및 회수 조치 현황과 관련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코오롱제약 관계자는 “식약처에서 지난달 20일 현장조사를 나왔다”며 “코오롱제약은 문제가 된 코미플루를 모두 직접 회수 완료하고, 이를 모두 보고했다”고 말했다.

앞서 코오롱제약은 지난 4월 초, 한국사랑나눔공동체에 의약품을 기부했으나 기부한 의약품이 충북 제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무단으로 배포되며 문제가 됐다. 해당 어린이집에서 ‘맛있는 소아용 독감치료제’를 각 가정에 배부하겠다고 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던 것.

코오롱제약은 지난 3월 한국사랑나눔공동체로부터 의약품 기부 요청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등 해외에 주로 기부될 것이란 말에 한국사랑나눔공동체에 코미플루 1만5000여개와 천식약 540개를 전달했다.


해당 약품은 청소년이나 소아에게 섬망(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정신혼란)과 자살 등의 정신신경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과 복약지도가 필요한 의약품으로 분류되고 있다.

대한약사회 등에 따르면 의약품을 기부받은 한국사랑나눔공동체에서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한국사랑나눔공동체 → 제천시 종합사회복지관 → 어린이집원장협의회 → 어린이집 등의 경로로 약이 유통된 것으로 알려졌다.

약사회 측은 “해당 제품은 코오롱제약 측이 지난 4월 한국사랑나눔공동체에 해외 기부 목적으로 기부한 1만5000개 가운데 일부인 것으로 확인했다”며 “사용기한이 올해 8월까지인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코오롱제약에 기부 의약품에 대한 조속한 회수를 요구했다”며 “제약회사·기부단체·어린이집 등을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위법 행위가 확인될 시에는 고발조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약품의 전량 회수가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 관계자는 “제약업체 의약품 기부 행위 시 약사법령 준수 및 기부된 의약품 사용의 적절성 등에 대해 현재 법률 자문 중으로, 결과를 토대로 보건복지부 등 유관 기관과 조치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코오롱제약에 대한 조치는 식약처가 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약사법 시행령 별표 1-2 ‘의약품 품목허가를 받은 자 등의 의약품 소매·판매 사유’에 따르면, 의사·치과의사·약사가 소속된 단체가 사회봉사활동을 위해 의약품을 구입하거나 이들이 소속된 단체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제4조에 따른 사회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정 기부로 의약품을 받는 경우에만 의약품 기부가 가능하다.

식약처는 코오롱제약이 의약품을 기부한 행위 자체가 약사법 위반이 아닌지 등을 따져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협조 공문을 보내 제약사의 전반적인 의약품 기부현황 등을 조사하고 있다.

전문의약품 처방 없이 어린이집에?
제약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논란

업계 내에서는 최근 식약처가 날을 세우고 있는 ‘보툴리눔 톡신’ 간접 수출 규제와 관련된 논란이 이번 사건으로 전문의약품에 확대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코미플루가 해외 기부 목적으로 유통 중인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인 점을 감안하면 의약품 해외 유통망에 구멍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식약처가 최근 지난해부터 업계와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는 보툴리눔 톡신 간접 수출규제의 잣대를 일반 제약사들이 생산하는 전문의약품으로 확대하겠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어 업계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해당 사건이 대금 결제 등 수익성이 발생하는 유통은 아니지만 그간 식약처가 눈여겨 지켜본 해외 수출 의약품에 대한 통제·관리의 부실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또 업계 전체로 전문의약품의 기부 행위 과정이 재검토되면서 유사한 사례가 발견될 수도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선의로 베푼 행위가 독이 됐다”며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기부의 경우 선행의 목적으로 한 것인데, 다들 이번 사건을 안타깝게 보고 있다”며 “제약사에서는 의약품 기부 시 심의를 받고 그 내역이 통과돼야 기부가 가능한 만큼 철저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약품 기부 후 그것을 제약사가 모두 추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의약품 기부가 필요한 사람들이 분명 있는데, 이렇게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서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번 사건을 놓고 식약처와 코오롱제약, 한국사랑나눔공동체 등 각 주체는 전문의약품이 민간시설에 전달된 경위와 의약품 기부 행위의 합법성을 놓고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코오롱제약의 의약품 기부 행위가 약사법상 허용되는 경우인지 관할 지방청에 조사를 지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사랑나눔공동체에 대한 고발 조치도 시사했다.

깊은 침체기에서 오랜만에 반전을 노리는 코오롱제약에도 악재가 이어질 전망이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적자를 기록한 코오롱제약은 지난해 영업이익 14억으로 반등하며 오랜만에 흑자를 맛봤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식약처 조사를 피할 수 없는 데다가, 지난해부터 불거진 인사권 문제로 인한 노사 대립 격화 등 회사 내부와 외부로 고초를 겪을 확률이 높아졌다.

코오롱제약 측은 이번 사건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어린이집이 전문의약품을 개별 가정에 배포할 때까지 어떠한 통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책임을 짊어질 가능성이 있다.

코오롱제약 관계자는 “자사는 의약품 기부 규정을 모두 준수했다”며 “회사의 매출과 무관하고 선의로 진행된 기부 사업이 오히려 사회적 논란을 일으켜 회사도 난처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난감하네

업계 관계자는 “진상규명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여러 언론 등에서 보도되고 있고 규제 당국도 사건의 심각성에 무게를 두고 있어 조만간 관련 사항이 업계에도 파장을 일으키지 않을까 싶다”며 “기부라는 특수한 경우에 발생한 일이긴 해도 전문의약품 유통망에 구멍이 뚫린 건 사실이기 때문에 앞으로 정부는 의약품 유통에 대한 더욱 강력한 장치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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