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김동연 대망론, 왜?

2022.06.13 10:36:11 호수 1379호

이재명 라이벌로? “잠룡으로 키운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의 ‘대망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자리를 지켜냈기 때문이다. 김 당선인이 4년간의 도정 운영을 성공적으로 이끈다면, 대권도 못 이룰 꿈만은 아니다. 이미 이재명이라는 유력한 대권후보가 있는 민주당에서 김 당선인은 대권 로드맵을 그려볼 수 있을까.



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은 대선 몇 달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도맡아 해왔다. 거대 양당에 기대지 않는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한 그는 대선 9일 전 갑작스레 이 의원과 단일화를 선언한 바 있다.

어제의 동지

두 후보는 두 차례 대선 토론을 펼친 뒤 서로를 인정한 후, 정치적 동지가 될 것을 선언했다. 김 당선인은 지난 3월2일 서울 영등포구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오늘부터 이 후보의 당선을 위해 다시 운동화 끈을 묶겠다”며 후보직을 공식 사퇴하고, 이 의원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이 선언이 정치교체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정치·경제·사회 곳곳에 촘촘하게 짜인 기득권 구조를 깰 것”이라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 같은 단일화 소식을 듣고 모두가 의아해했다. 김 당선인이 기존 정치권에 큰 혐오감을 갖고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경제 부총리로 약 30년간 일해 온 그는 대통령선거에 나서면서 “정권교체를 넘어선 정치교체를 이뤄야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거대 양당에서 숱하게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사실을 함께 알리며 “기존의 양당으로는 대한민국을 바꿀 순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김 당선인은 기획재정부에서 일하던 시절, 진보·보수정권 모두를 경험하면서 회의감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국익에 도움이 되는 정부 정책들이 특정 정당의 이익에 따라 무산되는 것을 반복적으로 겪었던 탓이다. 그랬던 김 당선인에게 정치권은 ‘개혁 1순위’로 인식돼왔다.

지금 그가 속해 있는 민주당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문재인정부와 날선 대립각을 세운 그였기에 대중은 그가 민주당에 들어갈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여러 모로 명분이 없는 단일화가 이뤄지자 논란은 즉각 일어났다. 이를 의식한 김동연 캠프 측은 단일화 당시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이란 인물에게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다. 김 후보가 이 지사에게 정권교체의 역할을 맡겨도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4년 도정 성공적으로 마치면 대권행?
민주당 “자의든 타의든 이미 대권후보”

여러 논란을 뒤로하고 김 당선인은 이 의원의 대선 레이스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지방에 내려가 같이 선거운동을 하기도 했고, 이재명 캠프 인력들과 함께 ‘이재명 홍보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들의 우정은 지방선거에까지 이어졌다. 대선이 끝난 한 달 후 민주당과 합당을 발표한 새로운물결 측은 곧이어 “김동연 전 부총리가 경기도지사에 출마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알렸다. 당에 입당한 지 한 달도 안 된 신예가 지방선거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

이를 두고 경기도지사를 노리고 있던 민주당 중진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경기 시흥시에서만 5선을 지낸 조정식 의원은 경기도지사직에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후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명분 없이 쉬운 길만 가겠다는 심산”이라며 “김 대표가 당당하지 못하다. 확실히 정당정치의 경험이 없고 민주당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에 참여했던 또 다른 후보인 5선의 안민석 의원도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김동연 후보는 얌전한 샌님 스타일의 정치인이다. 지금 경기도의 시대정신은 윤석열정부를 막아낼 도지사를 찾고 있는 것”이라며 “갑자기 민주당에 들어와 공천신청을 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지난 대선 운동과정에서 민주당을 그렇게 욕하던 사람이 누구냐”고 일갈했다.

이때 김 당선인의 곁을 지킨 것이 이 의원이다. 이 의원은 직접적인 도움보다는 자신의 대선캠프 인력을 대거 김동연 캠프로 보내는 등 간접적 도움을 주며 그의 곁을 지켰다.

실제로 <일요시사>가 대선 과정에서 만났던 이재명 캠프 인물 대부분은 지방선거에서 김동연 캠프를 위해 일하고 있었다.


민주당 내부 분위기는 이미 이 의원이 김 당선인을 미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김 당선인은 민주당 경선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좋았던 둘의 사이가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은 지방선거 본선에서 부터다. 본선 과정에서 김 당선인은 이 의원에게 아픈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고, 선거가 끝난 후에는 이 의원과 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과 본인의 권력 의지를 드러내며 한걸음 더 나아갔다.

유세 때 어깨동무
선거 끝나자 대립

김 당선인의 ‘대권 잠룡설’이 나오는 데에는 이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김 당선인은 지방선거 운동 때 각종 현안에 대해서 이 의원을 비판했다.

이 의원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해서는 “분명히 문제가 명확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고, 백현동이나 성남FC 문제에 대해서도 “의혹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장동과 마찬가지로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이든 경찰이든 수사해서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야심차게 주장한 김포공항 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김포공항 문제는 전체적으로 당내에서 조율을 거쳐야 될 내용”이라며 “자기 자신의 공약이 다른 지역의 공약과 관련되는 문제는 당내에서 충분히 논의를 해야 하는데, 그런 논의가 다소 미흡한 점이 있다”고 다소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도지사에 당선된 후에 더욱 쓴소리를 내뱉었다. 이 의원 측에서 김 당선인의 승리를 두고 “졌지만 잘 싸웠다(졌잘싸)”고 주장하자 그는 “‘졌잘싸’는 잘못된 생각이다. 그 생각을 한다면 더 깊은 나락에 빠질 것”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또 민주당의 변화와 쇄신을 묻는 질문을 묻자 “민주당 내에 성찰과 변화를 견인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직접 민주당 쇄신을 할 생각이 있음을 내비쳤다.

이미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 자리에 대한 야망을 드러낸 그이기에 여의도 정계 전문가들은 그의 행보가 경기도지사 임기 후 대권까지 뻗어갈 것이라 보고 있다.


한 민주당 내부 관계자는 “김 당선인이 경기도 도정을 착실히 수행하기만 한다면 당연히 다음 대선주자로 거론될 수 있다”고 <일요시사>에 알려왔다. 자의든 타의든 김 당선인은 이미 민주당의 유력한 대권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내일의 적으로?

이 경우 이 의원과 대립은 피할 수 없다. 지난 대선에서 ‘최다 득표’로 진 이 의원은 본인의 표 동원력을 이미 한 차례 입증한 바 있다. 두 사람은 지난 8일 한 차례 만나 다정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아직까지는 뜻을 함께하는 동지임을 확인했다. 사이좋은 동지가 언제쯤 정적으로 갈라설지 민주당 관계자들은 지켜보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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