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NATO, 대서양에서 인도·태평양까지

  • 김삼기 시인·컬럼니스트
2022.06.13 08:37:22 호수 0호

윤 대통령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큰 관심

미국은 냉전(미·소)시대에 대서양 연안의 유럽, 북미 국가들과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라는 군사동맹을 맺어, 소련에 대항하며 세계질서의 주도권을 잡았다.



그 후, 소련이 붕괴됐는데도 NATO는 해체되지 않은 채, 서방국가 주도로 동구권 국가들을 회원국으로 수용하며 지금까지도 그 범위를 확대해왔다.

2000년 이후 신냉전(미·중)시대에도 미국은 태평양 연안과 인도양 연안의 국가들과 경제협정을 맺어, 중국에 대항하며 세계질서의 주도권을 이어가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 TPP(Trans-Pacific Partnership)와 지난달 23일 일본 도쿄서 공식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IPEF(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가 바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경제협정이다.

그때부터 세계는 미국의 대서양 지역 군사동맹은 저물고 인도·태평양 지역 경제협정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바마와 트럼프 행정부도 NATO 탈퇴까지 시사하며 유럽 동맹국들을 폄하했고, 조 바이든 행정부도 동맹 복원을 내세우며 동맹의 축을 인도·태평양으로 옮긴 뒤 반중국 동맹을 결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최근에는 독일·프랑스로 대표되는 유럽의 대미 불신과 회의가 커졌고, 그래서 NATO 영역을 더 확대하고, 유럽연합군도 창설해 스스로 유럽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거기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NATO 회원국으로 받아줬으면 러시아로부터 공격을 받지 않았을 텐데, 미국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미국이 중심이 되는 NATO 정상회의가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된다고 하니,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번 NATO 정상회의에서는 러시아 압박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확대하는 것과 나토 영역 확대를 위해 핀란드·스웨덴의 NATO 가입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 의제다.

윤석열 대통령도 NATO의 공식 초청에 따라 국내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NATO 정상회의 중 동맹국(30개국)과 파트너국의 회의 세션에 참석한다.(동맹국 정상회의에는 참석 못함)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이번 참석의 의미를 국제질서 유지를 위해 NATO 동맹국 및 파트너국과 동맹을 강화하고, 유럽 주요국을 중심으로 다수 정상과 양자 회담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일 정상회담과 파트너국으로 함께 테이블에 앉을 우크라이나와의 대화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국내 언론은 벌써부터 우크라이나와의 대화에서 여전히 군사적 지원과 러시아의 에너지 제재 등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윤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럽에서의 지정학적 주축인 우크라이나와 아시아에서의 지정학적 주축인 한국의 정상이 만나 하는 대화이기에 세계 언론의 관심도 대단할 것이다.

특히, 국제질서상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 있는 우크라이나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있는 한국이 어느 한쪽으로 흡수되거나 통일되느냐에 따라 국제질서가 바뀔 수 있는 두 나라이기 때문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리라 생각된다.

미국과 NATO는 이번 회의에서 한국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보이는데, 윤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불씨를 한반도로 가져 오는 위험한 외교행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 대통령이 최초로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우리가 NATO와 미국 중심의 연합전선을 구축해 러시아·중국 포위망에 동참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 대중국 경제재재도 걱정되는 상황이다.

NATO가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를 동시에 초청한 것도 NATO가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임을 누구보다 중국이 잘 알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의 입장이 곤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IPEF 가입 당시에는 우리 정부가 IPEF 가입에 대해 “중국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통상 이슈를 중심으로 새 경제통상 협력체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번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NATO 파트너국의 회의 세션에서 만약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약속하거나 친NATO 성향의 발언을 할 경우, 우리에게 쏟아질 중국의 불만에 대해 어떻게 답할지가 궁금해진다.

IPEF는 인도·태평양 중심의 경제동맹이지만, NATO는 대서양 중심의 안보동맹으로, 중국의 비호를 받고 있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안보동맹과 관련해 중국에 대응하는 게 매우 민감한 문제다.

대서양 중심의 안보동맹 NATO가 10년 전부터 인도·태평양 지역을 넘보기 시작하더니, 이번 마드리드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인도·태평양 지역까지 안보동맹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왠지 찝찝할 뿐이다.

미국이 세계질서를 대륙 중심으로 끌고 가지 않고, 대양 중심으로 끌고 간 게, 미국이 세계질서의 주도권을 가지게 된 가장 큰 요인인 것 같다.


※ 본 기고는 <일요시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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