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결단’ 당정 파워게임 막전막후

2022.06.08 08:14:51 호수 1378호

문 지우다 등 돌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한덕수 국무총리를 직접적으로 타격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의 손을 들어주자 한 총리는 첫걸음을 떼자마자 식물 총리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이런 탓에 당정 사이에 대립의 불씨가 살아나는 모양새다.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내각의 조각이 거의 다 맞춰졌다. 우여곡절 끝에 한덕수 국무총리의 인준이 지명 40여일 만에 이뤄졌다. 당초 윤정부는 노무현정부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민주당 반발이 적을 것으로 예상해 한 총리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인준은 쉽지 않았다. 예상보다 거센 반발 끝에 임명될 수 있었다. 

실세의 힘

우여곡절 속 총리 인준안이 국회를 통과됐지만 한 총리는 첫 스텝부터 꼬인 모양새다. 임명 이후 국무총리실 2인자인 국무조정실장 임명을 두고서다. 

국무조정실장은 국무총리실에서 국무총리 아래의 2인자로 총리와 호흡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총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위치다. 

한 총리가 국무조정실장으로 윤종원 IBK 기업은행장을 지목하자 즉시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큰 반발이 일었다. 가장 강한 반대 입장을 드러낸 인물은 윤핵관 중 한 명으로 불리는 권성동 원내대표였다. 권 원내대표가 크게 반발한 이유는 윤 은행장이 과거 문재인정부에서 일했던 이력 때문이다.


윤 행장은 문정부 초기부터 1년간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인물이다. 권 원내대표 주장에 따르면 문정부에서 실패한 경제정책을 주도하거나 비호한 사람이 새 정부 국무조정실장을 맡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 행장 카드는 대통령실 추천 인사가 아닌 탓에 일찌감치 한 총리가 윤 행장 임명을 띄웠을 때 철회하길 바라는 기조가 강했다. 

그는 사실 MB(이명박)정권 때에도 청와대 경제금융 비서관을 지낸 바 있다. 한 총리 입장에서는 MB정부 인사로 채워진 내각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밀리면 끝’ 국민의힘-윤정부 힘겨루기 
정권 첫걸음 떼자마자 대립 불붙었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지난달 “같이 일할 사람을 고르게 되면 자신이 잘되기 위해서 실력 없는 사람을 뽑을 리 없다”며 인사 추천권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원칙이 벌써부터 흔들리는 모양새다. 지명 3일 만에 자진사퇴로 낙마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최종 결정만 남겨둔 상태였지만 결국 당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읽힌다. 윤 행장 역시 스스로 국무조정실장직을 고사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문제는 윤 행장의 낙마가 본격적인 당과 정부의 파워게임 신호탄을 쏴 올린 격이 됐다는 점이다. 당정 간 힘겨루기에서 선취점은 국민의힘이 따냈다. 이를 두고 앞으로 정책 현안이나 내각 인사 문제를 둘러싸고 문재인이라는 세 글자가 나타나면 언제든 긴장관계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국민의힘은 낙마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우려도 윤정부 측에 전달한 바 있다. 새 정부에서 윤핵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윤핵관은 용산으로 가지 않으며 윤정부 내각에 참여하지 않았다. 의외라는 반응이 다수였지만 국회로 돌아간 윤핵관들은 빠르게 국회 내에서 새로운 실세로 등극했다. 실세의 힘은 윤정부에도 강하게 작용한 모양새다. 


윤핵관은 대선 기간에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소통을 어렵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 장본인이다. 결국 이 대표가 직접 윤핵관에게 경고하며 갈등을 봉합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실세로 등극한 윤핵관이 이번에는 절대 물러서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통상 정부의 기조를 여당이 따랐지만 국민의힘에서는 쉽게 정부의 입장을 따라주지 않을 것처럼 비치기 때문이다. 

윤핵관 라인 우선 우위 차지
엇박자 계속되면 모두 타격

다만 당내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긴밀히 공조해야 하는데 지나친 엇박자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갈등은 공개적으로 당과 정부가 갈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 버린 꼴이다.

윤 행장 절대 불가 이유는 문정부 반대 방향 기조에 방점이 찍힌 탓이 크다. 실제로 윤정부가 문정부에 반대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단순히 문정부에서 일했다는 이유만으로 어깃장을 놨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윤정부에 문정부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면 강한 반발이 나오는 것은 당연해 보이는 대목으로 언제든지 당정 간 갈등이 재차 촉발될 수 있다. 

이번 사태의 후유증으로 한 총리는 식물 총리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한 총리가 윤 대통령의 뜻을 받아들인 모양새지만 윤 행장의 낙마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윤핵관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꼴이 돼서다.

또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사실상 2인자라는 말이 나오는 와중에 한 총리의 존재감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 총리가 힘을 받지 못한다면 윤정부 역시 국정 동력을 잃을 수 있는 상황까지 처한다.

일각에서는 총리 입지가 줄어들게 될 경우 오히려 책임 총리제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모습은 윤 대통령에게도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미 내각 인사로 여러 차례 골머리를 앓았던 바 있다. 


자리 욕심

민주당 역시 강한 목소리로 비판에 나섰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한 총리 추천 인사를 여당 전체가 반대했다”며 “본격적인 자리다툼을 시작했다”며 “인준해달라고 했으면서 허수아비 총리로 길들이려고 한다”고 쏴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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