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OK금융 급성장의 비밀

2022.06.02 09:59:21 호수 1377호

대부업으로 몸집 키운 신흥 재벌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OK금융그룹이 대기업으로 우뚝 섰다. 제2금융권에 근간을 둔 첫 번째 대기업으로 올라선 모양새다. 다만 마냥 좋다고 보긴 애매한 상황이다. 위상 강화라는 긍정적 측면이 부각되고 있지만, 신경 쓸 일도 많아졌다. 당장 비금융 계열사들의 수익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숙제가 놓여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난 1일부로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76개 그룹을 ‘공시대상 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이들 가운데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47개 그룹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통상 그룹별 자산총액 합계액은 재계 순위를 정하는 기준점이 된다.

대부업으로
외형 확장

공정위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해 매년 5월 기업집단에 속하는 국내 회사들의 직전 사업연도 자산총액 합계액이 5조원 이상이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기업집단 현황 등 공시의무가 뒤따른다.

올해 신규 지정된 기업은 8곳이었다. 이 항목에는 ▲두나무(44위) ▲크래프톤(59위) ▲보성(70위) ▲KG(71위) ▲일진(73위) ▲OK금융그룹(74위) ▲신영(75위) ▲농심(76위) 등이 포함됐다. 

이들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이 바로 ‘OK금융그룹’이다. 그간 대기업집단 지정 대상으로 그리 언급되지 않았던 데다, 대부업을 기반으로 사세를 확장했다는 남다른 이력 때문이다.


OK금융그룹은 1999년 3월 출범했고, 지난해 말 기준 그룹 총자산은 5조2260억원이다. 현재 ▲OK저축은행 ▲아프로파이낸셜대부 ▲OK에프앤아이대부 ▲옐로우캐피탈대부 ▲비콜렉트대부 ▲OK캐피탈 ▲OK벤처스 등 금융 계열사와 ▲OK데이터시스템 ▲OK신용정보 등 비금융 계열 4곳 등을 휘하에 두고 있다.

공정위는 OK금융그룹 동일인으로 최윤 회장을 지목했다. 1963년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난 최 회장은 나고야가쿠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일본에서 사업을 하던 최 회장은 한국에서 대부업에 주목하고 2002년 원캐싱이라는 업체를 세워 본격적으로 제2금융권을 두드렸다. 

연 66%가 넘는 고금리 불법사채가 횡행했던 시장에서, 최 회장은 서민 대상 소비자 금융상품을 내세워 사세를 키웠다.

최 회장은 OK홀딩스대부에 대한 지배력을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계열사인 OK저축은행은 출범 이후부터 줄곧 동일한 지분구조를 나타내고 있는데, 최 회장이 지분 97.44%를 보유 중인 OK홀딩스대부가 OK저축은행의 지분 98%를 갖고 있는 구조다.

유일한 제2금융 재벌
종합금융사 도약 도모

OK홀딩스대부의 나머지 지분(2.56%)은 우리사주 지분이며, OK저축은행의 나머지 지분(2%)은 관계사 아프로파이낸셜대부가 보유 중이다.

다만 최 회장은 OK저축은행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 현재 최고 경영인은 2016년 최 회장으로부터 대표이사직을 넘겨받은 정길호 대표다. 정 대표는 2년씩 총 3차례 연임에 성공하며, 6년째 OK저축은행을 이끌고 있다.

OK금융그룹은 회사의 근간이 됐던 대부업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한 상태다. OK금융그룹은 2014년 저축은행 인수 당시 ‘저축은행 건전 경영 및 이해상충 방지계획’을 제출하면서 2019년까지 대부 자산 40% 감축을 이행하고 2024년까지 대부업을 최종 청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기업집단 지정을 계기로 OK금융그룹이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증권사와 운용사 인수에도 다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OK금융그룹 산하 비금융 계열사의 존재는 대기업에 지정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현재 OK금융은 OK신용정보, 뉴데이즈, OK데이터시스템 3개사와 올 초 설립된 에이치앤에이치엘에이비 등 4개 비금융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사모펀드(PEF) 전업 집단, 금융·보험사와 PEF 관련 회사만으로 구성된 그룹을 대기업집단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지난해 대기업에 지정됐던 IMM인베스트먼트와 한국투자금융이 해당 명단에서 제외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OK금융그룹을 대기업으로 이끈 비금융 계열사들은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OK금융그룹 비금융 계열사는 지난해 800억원대 매출을 달성한 상태다. 향후 그룹 매출에서 비금융 계열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금융 계열사를 추가 신설해 신규 사업에 진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월 설립된 에이치앤에이치엘에이비의 경우 사업목적이 ‘요식업 체인사업’으로 등록된 게 대표적이다.

이미지 쇄신?
사업 다각화

다만 비금융 계열사 대다수가 내부거래로 성장했다는 점은 개선해야 할 숙제로 인식된다. 특히 OK신용정보는 지난해 매출 511억원 전부를 계열사 거래를 통해 발생시켰다. 대기업에 편입된 이상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다. 기업집단 현황과 대규모 내부거래, 비상장회사 중요사항 등의 공시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특수관계인 관련 부당 이익제공도 금지된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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