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스마트워치가 신변보호에 효과적일까?

  • 이윤호 교수
2022.05.30 13:06:43 호수 1378호

최근 경찰에 ‘신변보호(범죄 피해자 안전조치)’를 받던 여성들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피해 여성들은 멀쩡히 작동하는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스마트워치로 신고를 받은 경찰이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음에도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일단 경찰·검찰·법원 등 사법당국이 신변보호를 요청하게 만드는 스토킹이나 이별범죄 등 소위 ‘관계의 범죄(Relational crimes)’에 소극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관계의 범죄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인범죄(Personal crimes)는 잠재적 가해자와 잠재적 피해자가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에 같이 있어야 발생한다. 잠재적 가해자가 잠재적 피해자와 같은 시간과 공간이 있지 못하게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범죄 예방책인 셈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사법당국은 이 간단한 원리를 가장 소극적인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피해 여성으로 하여금 가해자를 피하라는 것이다. 그나마 예방책으로 내세운 게 가해자가 가까이 접근할 때 스마트워치로 신고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긴급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미처 스마트워치를 사용하지 못하거나, 신속히 신고하고 경찰도 곧바로 현장에 출동해도 사고를 막기 힘든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이다.

더욱이 기계적 문제로 기존 스마트워치는 정확성이 떨어지며, 수평적 지리 정보만 제공할 뿐 수직적 정보는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 


해답은 가까운 곳에 있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착용시키는 게 바로 그것이다.

법원에서 가해자에게 접근금지명령을 내릴 때, 가해자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도록 위치 추적 명령을 동시에 내리라는 게 핵심이다.

가해자가 착용한 위치 추적장치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일정 거리에 도달하면 즉각 피해자와 경찰에 경고 신호를 보내 가해자의 접근을 사전에 완전히 차단하는 게 기본 골자다.

가해자가 착용하게 될 스마트워치는 가해자가 정해진 구역, 거리에 들어올 때 경찰과 피해자에게 알려주는 역할에 국한되기 때문에 인권침해의 소지도 없다. 

상식적으로도 무고한 피해자가 기기를 착용하고, 가해자를 피하라는 것은 정의롭지도 않고 공정하지도 않다. 왜 무고한 피해자가 고통과 비용을 감내해야 하는가.

가해자 중심, 가해자 지향이 아니라, 피해자 중심, 피해자 지향으로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에게 별도의 장치를 강제하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즉각 분리조치하는 방안이 신변보호에 보다 먼저 고려될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이 가해자에게 접근금지명령을 내리고,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만 채워서는 피해자의 안전과 신변의 보호를 장담할 수 없다.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스마트워치가 돼야 한다.

물론 아무리 똑똑한 기기라도 다른 것들을 대신하는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로 활용돼야 함이 당연하다. 
 

[이윤호는?]

▲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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