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주 덕진 출마 가닥…수도권 전략 공천 가능성 여전
박희태, 원외 설움 타파…부평을 잡고 후반기 국회의장 노린다
노회찬, 부평을 출마 준비 중…당 위해서라면 여의도 귀환한다
강재섭·손학규, 본인 의사 상관없이 수원장안 출마설 나돌아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정치권 거물급 인사들의 ‘여의도 귀환’이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정동영 전 장관, 손학규 전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 등의 ‘4월 재보선 출마설’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잠룡들 간의 ‘빅매치’도 성사될 분위기다. ‘생존게임’으로까지 내비쳐지고 있는 잠룡들의 종착지는 ‘여의도’다. 여의주를 물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잠룡들의 물밑행보를 추적해봤다.
4월 재보선이 벌써부터 과열양상을 띠고 있다. 인천 부평(을), 경남 경주, 전주 덕진, 전주 완산(갑) 등 재보선이 치러지는 선거구 예비후보에 32명이 등록한 것. 여기에 정치권 거물급 인사로 분류되는 이른바 ‘잠룡’들 역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들은 향후 정치지형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인물로 분류된다. 대부분 지난 18대 총선에서 ‘낙마’한 쓰라린 경험을 안고 있는 인사들이다. 때문에 4월 재보선에서 반드시 원내진출을 꾀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그러나 잠룡들이 넘어야 할 산은 한마디로 ‘첩첩산중’이다. ‘모 아니면 도’ 승부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죽느냐 사느냐를 가름하는 생존게임이나 다름없다. 만약 4월 재보선에서 금배지를 달지 못한다면 정치생명은 사실상 끝나고 만다.
정동영 4월 재보선 출마
출마지역 놓고 갑론을박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표 차이로 패배한 데 이어 18대 총선에서도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에게 대패를 당해 여의도를 떠날 수밖에 없던 그였다. 이런 이유로 1년여 간 ‘본의 아니게’ 미국 유학생활을 했던 것.
그런 그가 최근 여의도 복귀를 노리고 있다. 미국 듀크대에서 연수중인 정 전 장관은 올해 초 중국 칭화대로 옮길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변경했다. 최근 4월 재선거 출마여부를 막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 전 장관 주변에서는 “4월 재보선 출마는 물론 전주 덕진에 출마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말까지 나돌고 있다. 자신의 옛 지역구였던 전주 덕진이 4월 재보선 지역으로 확정되면서 이를 통해 원내에 재진입하겠다는 복안이다.
다행히 민주연대 등에서 정 전 장관의 출마를 ‘공론화’하자는 바람이 불면서 서서히 불씨가 되살아날 조짐이다. 그러나 당내 주류 측과 386그룹들을 중심으로 그의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현재로선 1차관문인 공천마저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실제로 민주당은 정 전 장관이 텃밭을 통한 ‘무혈입성’을 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다. 과거 대권후보였던 만큼 당을 위해 희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지난 18대 총선에서 수도권에서 대패한 만큼 출마한다면 수도권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민주당 일각에서는 정 전 장관을 수도권으로 전략공천해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역은 인천 부평(을)이다. 그 경우 이른바 박희태-정동영 빅매치 구도가 성사될 전망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4월 재보선에서 민주당의 최대 걸림돌은 정 전 장관이다. 정 전 장관 ‘전주 덕진 출마설’은 정 전 장관 측근들이 흘리고 있을 뿐”이라며 “덕진으로 출마한다면 당내 계파갈등이 본격화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정 전 장관 스스로가 올바른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 전 장관의 입장에서 고려해 볼 때 전주 덕진 출마설이 나오는 것을 이해한다. 수도권으로 출마해 ‘패배’라는 난관을 맞이했을 때는 정치판을 영원히 떠나야 하기 때문”이라며 “또 한때 대선주자였던 자신의 이름 석자가 점차적으로 잊혀지고 있는 만큼 더 이상 정계 복귀시기를 늦출 수 없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결국 정 전 장관이 4월 재보선에서 어느 지역으로 출마하느냐에 따라 민주당 권력구도는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관측된다.
박희태 출마 시사
“수도권 바람 일으킨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도 재보선 출마를 놓고 장고에 돌입했다. 여당 수장인 당대표를 맡고 있지만, 여권 내부에서는 “원외 인사로서 당대표 역할을 소화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복안으로 4월 재보선 출마를 노린다는 것. 현재까지 박 대표는 인천 부평(을)과 경북 양산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는 박 대표가 수도권으로 출마를 굳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대표라는 프리미엄을 활용, 수도권에서 바람을 일으켜 18대 총선에서 일궈냈던 ‘수도권 승리’를 일궈내기 위한 노림수로 해석된다.
박 대표는 지난 5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4월 재보선과 관련) 모든 가능성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며 “적어도 2월은 지나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시기가 되면 분명히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출마를 시사했다.
이어 그는 “(출마 지역에 대해서) 수도권에는 인천 부평(을)이 하나 비어있으니 (언론에서) 그런 식으로 얘기하는 것”이라며 “제가 어떻다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이는 수도권 출마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대표가 18대 후반기 국회의장에 도전할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아, 재보선을 통한 원내 복귀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여당 대표라도 원내진출은 결코 쉽지 않다. 민주당 일각에서 박 대표가 나오는 지역에 전략공천을 통해 ‘잠룡’을 전면 배치시킬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박희태-정동영’ 빅매치 시나리오가 바로 그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4월 재보선 이후 박 대표의 거취 또한 불분명하다. 여권 일부에서는 재보선 출마와 함께 당대표로서의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미 일부에서는 ‘사퇴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는 상태다. 즉 4월 재보선을 통해 후반기 국회의장직을 노린다고 하더라도 당대표직 거취 문제를 결정해야 된다는 얘기다.
여기에 또 한 명의 스타급 정치인인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도 출사표를 던질 모양새다. 그는 18대 총선에서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에게 아쉽게 패배하면서 ‘탈 여의도 정치’ 생활을 해왔다. 그런 그가 여의도 귀환을 노리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진보신당 인천시당이 최근 노 대표의 인천 부평(을) 출마를 중앙당에 공식 제안했기 때문이다.
노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다소 부정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진보신당의 올 공식목표가 원내 의석 확보인 만큼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혀, 중앙당에서 이를 받아들일 경우 인천 부평(을) 출마가 기정사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인천 부평(을)은 4월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강재섭-손학규 출마 ‘NO’
정치권만 설왕설래
본인 의사와는 상관이 없이 4월 재보선 출마설이 나오는 경우도 다반사다. 강재섭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가 대표적이다.
손 전 대표는 일찌감치 4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해 7월 전당대회 이후 여의도와는 상당한 거리를 둬왔다. 한 지인의 춘천 전원주택 서재에서 겨울 동안 책을 들여다 볼 뿐 정치적 행보를 취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서는 여전히 손 전 대표의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수도권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야권의 ‘잠룡’으로 분류되는 손 전 대표가 수도권에 출마할 필요가 있다는 것. 수원 장안 출마설이 좀처럼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나라당 내에서는 강재섭 전 대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손 전 대표 대항마로 강 전 대표가 적임자라는 것. 그 역시 본인 의지와는 무관한 케이스다.
실제 강 전 대표는 지난 7월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조용한 행보를 취해왔지만 지난 10일 한나라당 국회의원 36명이 참여하는 ‘동행’의 출범식을 가졌다. 2월 말경에는 여의도에 연구재단 사무실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구재단에는 김성조, 이명규, 이종구, 나경원 의원 등 친강재섭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대거 합류할 것으로 보여,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재기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냐는 의미에서 출마설이 거론되고 있다.
동교동계 핵심인물인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도 기축년을 맞아 화려한 복귀를 노리고 있다. 지난 14일 민주당에 전격 복당한 데 이어 전주 완산갑 출마설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전 대표의 출마는 주군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의중과 맞물린다는 점에서 이른바 ‘DJ 막후 역할론’의 여부를 판가름하는 결정판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아직까지 4월 총선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잠룡들의 복귀가 가시화되면서 4월 재보선은 말 그대로 ‘별들의 전쟁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잠룡들 간의 ‘물리고 물리는’ 전쟁을 비롯해 여·야간의 ‘지략싸움’도 한층 더 가열될 조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