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근절 프로젝트]구성애표 성교육 생생가이드 ③직장내 성

2012.09.18 14:23:03 호수 0호

“미스김, 한번만 주면 안 될까?”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아줌마 특유의 입담으로 금기시 되는 영역이었던 ‘성(性)’ 이야기를 양지로 끌어올린 구성애(56)씨. 그녀가 성교육의 최전방에서 활동한지도 10년이 훌쩍 지났다. ‘행복한 성’을 강조하는 구씨는 현재 (사)푸른아우성 대표로, 이어지는 특강요청에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마침 하루가 멀다 하고 잔혹 성범죄가 터져 전국이 떠들썩할 때. 국회 사무처가 주관한 성교육 강의에서 구씨를 만났다. 거침없는 ‘구성애표 성교육’을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



빨라진 사춘기와 같이 급변하는 사회가 낳은 또 하나의 변화는 ‘직장내의 다양한 성’이다. 남녀가 한 직장에서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낸 역사가 과거엔 없었기 때문. 남성과 여성이 있는 곳에는 항상 에너지 물결이 이는데 이는 자연의 법칙으로도 설명된다. 그리고 이곳에선 음양의 교류가 낳은 많은 일들이 나타난다.

또 다른 반려자가?

그 중 첫 번째가 ‘사내커플’이다. 서로 미혼으로 왔다가 알게 되어 좋은 관계로 발전되는 경우다. 연인끼리 같은 목표를 가지고 같은 회사에 다니면 더욱 성실하게 일하고 회사에 대한 로열티도 높아지는 점 때문에 최근 몇몇 대기업들은 사내커플을 적극 장려하는 이벤트를 마련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같은 사랑이라고 해도 ‘유부남과 신입 여사원’의 불륜은 다르다. 직장 내에서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상당히 많은 문제를 낳는다.

구씨는 “20년 성 관련 상담 중에서 상담을 해도 가장 효과가 없는 게 바로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미혼 여성들”이라며 “8∼9년을 유부남과 사귀면서 청춘을 다 보낸 여성이 있었는데 입버릇처럼 ‘아내와 이혼한다’고 했던 그 유부남은 결국 문제를 일으켰을 때 가정을 지켰다. 모든 후유증은 여성 혼자 감내해야 했다”고 말했다.


결혼 3∼5년차의 남성들이 생활에 짓눌려 권태기로부터 새로움을 찾을 때쯤 신입여사원들에게 활력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들의 사랑이 문제화가 됐을 경우, 가정을 버리는 경우는 10%미만에 불과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오피스 스파우즈, 즉 직장 내 또 다른 반려자다. 실제 부부나 애인 관계는 아니지만 직장에서 배우자보다 더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이성 동료를 뜻하는데 지난해 한 결혼정보업체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피스 스파우즈’가 있느냐는 질문에 남성 56.7%(72명), 여성 31.6%(61명)이 ‘있다’고 답했다.

‘오피스 스파우즈’의 존재 유무에 대해 대다수가 ‘적정한 선만 유지한다면 무방하다’고 했으나 기준은 달랐다. 남성은 63%는 ‘성적 접촉이 있는 경우’라고 답한 반면 여성 63.2% ‘성적 접촉이 없어도 지속적인 연락’이라고 말했다.

직장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또 다른 일은 큰 사회적 관심이 요구되는 ‘성희롱’이다. 최근엔 정년퇴직을 앞 둔 모 공기업 직원이 회식 후 20대 청년 인턴을 성폭행 하려다 미수에 그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내커플·불륜·오피스 스파우즈 존재
리더부터 바껴야 성희롱 막을 수 있어

구씨는 “회식자리에서 남 상사에게 여성이 당한 경우는 과거부터 많았지만 최근엔 여 상사에게 남성이 당한 경우도 늘고 있다”며 “실제로 3명의 여상사로부터 회식자리에서 엉덩이나 젖꼭지를 잡히는 등의 성희롱을 당한 남성이 상사를 인권위에 신고 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구씨는 “‘성’은 권력성을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권력 관계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직장 내 성범죄는 많은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직장 내에서는 어떤 종류의 성희롱이 가장 많이 발생할까. 몇 년 간 나온 설문조사를 종합해보면 신체적 접촉이 가장 많고 음담패설이 그 뒤를 잇는다. 다음으론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 노골적인 시선, 섹스에 대한 회유나 강요, 술이나 춤에 대한 강요 등의 순이다.

구씨는 “성에 대한 음담패설이 농담이냐 희롱이냐의 대한 기준을 두고 남녀의 생각차이가 크다”면서 “성 농담을 했을 때 그때 그 장소에 있는 구성원 모두가 재밌으면 농담, 일부는 재밌지만 일부는 기분이 나쁘다면 음담패설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섹시하다는 단어를 두고 성희롱을 판단하는 것은 기계적이다. 기본 센스와 의식에 대한 선을 배워야 한다”면서 “쭉쭉빵빵부터 잘 빠졌다는 등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 일체 여기에 대해선 일체 입을 다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성희롱 가해자는 상사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팀장이하 및 직속 상사가 51%, 임원급 23%, CEO 11.5% 등의 순이다. 그러나 인구 비례 당으로 따져보면 CEO, 임원, 팀장이하 및 직속상사 등의 순서다.

또 피해자의 60.9%는 지속적인 성희롱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39.1%는 일회성으로 끝났다. 실제 한 여성은 사장으로부터 “어깨를 주물러라” “한번만 줘라, 안 돼?” “우리 애인하자”라는 등의 지속적인 성희롱에 시달려 회사를 그만두기도 했다.

구씨는 “직급에 따라 성희롱 교육도 다르게 해야 하는데, 막상 교육을 가보면 성희롱을 당할 사람들만 앉아서 듣는게 안타깝다”며 “리더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 지배의 이데올로기에선 힘 있는 사람을 따라가게 돼 있고, 리더하나가 바뀌면 나타나는 변화는 크다”고 말했다.

이어 구씨는 “성은 말이든, 스킨십이든 세포가 기억한다는 것을 절대적으로 기억해야 한다”며 “나 역시 10세 때 이웃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기억을 이제는 극복해서 저주하진 않지만 세포가 기억하기 때문에 잊혀 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세포가 동원되는 성은 말이든 행동이든 정도의 차이가 동일하고, 이 후유증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회사를 나가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또 성희롱 피해자 중 15%는 자신이 위축되어서 우울하고 사람을 기피하는 등의 후유증이 남아 일반적인 남자에 대한 부정적 사고로 고착되기도 한다.

“성은 세포가 기억”

가해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성희롱 가해자였던 한 교수는 이혼 후 정신과에 다니는 등 피폐한 삶을 살고 있다. 남성이 순식간에 한 것 치고는 겪고 난 뒤 오는 후유증이 커서 여성에 대한 증오심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있다.

구씨는 “가해자의 삶이 안타깝다고 성희롱 신고를 안 할 순 없다. 아예 성희롱은 하지말자는 것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한다. 무의식적인 것도 의식적으로 명심하면 변할 수 있다”며 “직장 내 성희롱문제는 곧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 생산성을 높이라고 있는 권력층들이 정작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면 윗사람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절대 성희롱문제는 남녀문제로 풀어나갈 것이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구성애씨는?>


1990년대말 ‘아우성(아름다운 우리 아이들의 성)’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구성애씨는 10년이 넘도록 ‘아우성’을 필생의 과제로 삼고 성교육 강의를 해왔다. 연세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그는 산부인과 조산사로서 아기 수 천명을 받아내면서 쌓은 생생하고도 풍부한 지식과 노동조합을 돌며 성문제 교양강의를 맡았던 경험으로 성교육 강사의 길로 들어섰다. 현재는 사단법인 푸른아우성 대표로 성상담을 하면서 유료사이트 아우넷을 운영하고 있다. 초딩 아우성 , 구성애의 빨간책, 니 잘못이 아니야 등 성교육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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