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선거 전문가가 짚은 3·9 대선 막판 변수

2022.03.04 16:04:39 호수 1364호

“‘딱 붙은 지지율’ 6일에 달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여야 모두 사활을 건 총력전.” 권력의 정점을 향한 여야 대선후보들의 고지전이 치열하다. 하루에도 몇 건씩 쏟아지는 여론조사 추세는 엎치락뒤치락하는 수준. 어떤 후보도 확실한 우세를 점하지 못한 상황이다. 투표일까지 마지막 1주일은 여론조사 결과조차 알 수 없는 ‘깜깜이 모드’에 접어든다.



1992년 창간된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설문조사를 통해 한 해 동안 대한민국의 사회상을 담은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국민 1300만명(누적)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왔을 당시 사자성어는 ‘군주민수(君舟民水)’였다.

민심 향방
이번에는?

<순자> 왕제편에 나오는 말로 ‘백성은 물, 임금은 배’라는 뜻이다. 물(국민)의 힘으로 배(정부)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는 말로 민심의 무서움을 표현했다. 비선 실세 논란으로 민심이 크게 요동쳤고 그 결과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난 데 따른 것이다. 

민심의 흐름은 19대 대선에서 77.2%라는 높은 투표율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홍준표(자유한국당)·안철수(국민의당)·유승민(바른정당)·심상정(정의당) 등 5자 구도에서 41%의 득표율을 기록,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임기 초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80~90%를 넘나들며 고공행진을 벌였다.


차기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현재까지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단연 높은 수준이다. 흥미로운 점은 ‘정권교체’ 여론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웃돌고 있다는 사실이다. 6대 4 정도로 나뉜 민심은 문재인정부 3년 차 후반부터 고착화되기 시작해 현재에 이른다. 

이 같은 구도는 20대 대선후보들의 지지율에 일정 부분 적용되고 있다. 정권교체 여론을 등에 업은 야권 후보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등에 업은 여권 후보의 피 말리는 대결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를 통해 수치화된 민심은 아직 한쪽으로 확실하게 쏠림세를 보이진 않고 있다.

3일부터 여론조사 공표 금지
‘깜깜이’ 결과 바뀐 적 없어

실제 대부분 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결과가 나오는 중이다.

선거전은 지난 3일부터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이 시작되면서 더욱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공직선거법 108조(여론조사의 결과 공표 금지 등)는 “누구든지 선거일 전 6일부터 선거일의 투표 마감 시각까지 선거에 관해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의 경위와 그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해 보도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다시 말해 여론조사를 진행할 수는 있지만 그 결과는 보도할 수 없는 것. 이른바 ‘깜깜이 모드’다. 

여야 캠프 관계자는 “선거판의 하루는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과도 같다”고 입을 모았다. 깜깜이 모드인 6일 동안 온갖 사건이 다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4~5일 사전투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 등 굵직한 이슈가 산재해 있다. 

김기수 ㈜리서치디앤에이 대표는 ‘혼전 초접전’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딱 붙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똑같은 크기의 눈덩이라도 그 응집력에서는 차이를 보일 수 있다”며 “이제부터는 응집력 싸움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남은 기간
이슈 산재

어느 진영에서 지지층을 더 많이 투표장으로 끌어내느냐의 대결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는 유권자 구성비에 따라 할당량에 맞춰 표본 수를 채운 것”이라며 “하지만 실제 투표에서 유권자들이 그 구성비에 맞게 투표장에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다. 결국 막판에 결집하는 쪽이 이긴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현재(2월28일) 판세는 어떻게 보는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혼전 상태다. 다만 여론조사는 개별적인 조사 결과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흐름과 추세를 보고 판단하는 게 좀 더 정확한데, 그 시각으로 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추세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1일 1차 TV 토론 이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쫓기 시작해 현 시점에서는 말 그대로 ‘딱 붙은’ 상태다. 

-지역별 판세는 어떤지.

▲정권교체 여론의 핵심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다. 그중에서도 부동산 민심이 가장 좋지 않은 곳이 서울이다. 이 후보가 서울에서 윤 후보에 뒤지는 결과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호남 지역의 경우 이 후보는 60~65%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데 실제 투표에서는 이보다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 

반면 윤 후보는 출신 배경인 충청과 정치적 배경인 PK(부산·경남), TK(대구·경북)에서 이전 보수 후보보다 표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 후보 입장에서는 서울에서 까먹은 표를 충청·PK·TK 등에서 만회하는 구조다.

결국 키는 유권자 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는 이 후보의 정치적 배경이라 그에게 조금 더 유리하다고 본다.

-여론조사가 실제 표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여론조사 결과가 초접전인 상황에서는 제3지대로 분산됐던 표심이 1, 2위 후보로 집중되는 전략 투표 또는 밴드왜건 투표 형태가 나타난다. 이기는 쪽으로 표 쏠림 경향을 보인다는 뜻이다.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맞붙었던 16대 대선이 그랬고,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대결했던 18대 대선도 마찬가지였다. 

지지율 박빙
지지자 결집

반면 1, 2위 후보 간의 격차가 많이 나는 선거에서는 3지대 후보 지지층이 소신 투표를 하는 경우가 많다. 지지층이 이탈해 아예 투표를 포기하는 사례도 다수 나타난다. 17대 정동영 후보와 이명박 후보의 대결 때 그런 경향을 보였다. 

-투표율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는지.

▲역대 대선 투표율은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와 연동되는 경향을 보였다. 지지율 격차가 적으면 투표율이 높아지고 크면 낮아진다. 16대(노무현 48.9% vs 이회창 46.5%) 70.8%, 17대(이명박 48.6% vs 정동영 26.1%) 63.0%, 18대(박근혜 51.5% vs 문재인 48.0%) 75.8%를 기록했다.

19대(문재인 41.0% vs 홍준표 24.0% vs 안철수 21.4%)는 탄핵 촛불 정국으로 대선에 대한 국민 관심도가 높아 투표율이 덩달아 오르는 모양새였다. 

20대 대선의 경우 ▲1, 2위 후보 간 박빙인 지지율 ▲젊은 층의 높아진 정치 관심도 ▲최근 대형 선거(21대 총선, 4·7 재보궐선거)의 높은 투표율 등을 상승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프레임, 코로나19의 확산 등은 하락 요인으로 잡힌다. 70% 초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코로나19 확산 야당에 불리
“투표율 19대보다 낮을 것”

-오미크론 변이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증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시국에서 치른 21대 총선과 4·7 재보궐선거 모두 투표율이 이전 선거와 비교해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현재 오미크론 변이 확산은 당시와 비교불가한 수준이라 투표율 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체적으로 노년층에서 투표율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코로나19 확산은 민주당보다는 국민의힘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깜깜이 모드’ 기간 동안 변수가 있다면.

▲지지율 차이가 근소할 경우 작은 실수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 양 후보 모두 호재는 더 이상 없다고 봐야 한다. 악재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후보자 혹은 관계자들의 언행이 투표는 하려고 마음먹었지만 누굴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일부 중도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1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 측에서 터진 세월호 망언이 전체 판세를 뒤흔든 바 있다. 해당 발언이 국민의힘 총선 참패에 결정적 요소로 작용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깜깜이 모드’ 전 마지막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 결과가 뒤바뀐 적이 있는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13대 대선부터 19대 대선까지 모두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직전 여론조사(한국갤럽) 때 이긴 쪽이 실제 투표에서도 이겼다. 실제 13대(노태우), 14대(김영삼), 15대(김대중), 16대(노무현), 17대(이명박), 18대(박근혜), 19대(문재인) 대선에서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전 마지막 여론조사(한국갤럽)에서 오차범위 내라도 우위를 보인 후보가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오차범위 내
혼전 초접전

단, 이번 대선은 양 후보 간의 지지율 차이가 매우 적기 때문에 예외가 있을 수 있다.

-선거 공식이 이번에도 통할까.

▲‘2030세대는 진보 정당을 지지하고 60세 이상 유권자는 보수 정당을 지지한다’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정당에 유리하고 낮으면 보수 정당에 유리하다’ 등 선거판의 공식처럼 여겨졌던 이야기는 모두 과거가 됐다. 당장 내일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게 이번 선거다.


<jsjang@ilyosisa.co.kr>

 

[김기수 대표는?]

▲현 ㈜리서치DNA 대표
▲전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위원
▲전 전남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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