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따라? 공무원 꿀보직 소문과 진실

2021.12.13 13:13:23 호수 1353호

편하면 여자가? 힘들면 남자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서정 기자 =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성 경찰·소방관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상대적으로 체력이 중요한 보직이 많은 경찰·소방직에 여성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일반 행정직 공무원들도 사실상 성별에 따라 보직이 고정돼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성별에 따라 상대적으로 편한 보직엔 여성이, 힘든 보직엔 남성이 주로 발령난다는 것이다.



지난 8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늘자 K여경’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이 게시물에는 충북 청주의 한 도로에서 벌어진 음주 난동 현장이 찍힌 사진 7장이 포함됐다. 글에 첨부된 사진에는 경찰관 2명이 주취자로 보이는 남성 1명을 체포하는 장면이 담겼다. 

비난

게시글에 올라온 사진과 주장에 따르면 여경은 주취자를 제지하는 과정에 참여하지 않고 다른 남성 경찰관만 참여했다. 여경은 해당 현장 상황을 영상 채증한 것으로 추정됐다. 사진 속에 등장한 남성 경찰이 주취자를 제압하는 동안 조금 떨어진 곳에서 여경이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본 누리꾼들은 여경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누리꾼들은 “저것들은 진짜 존재 이유가 뭔가” “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하는 일이 뭐가 있나” “세금이 아깝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여경을 향해 원색적인 욕설과 조롱을 하기도 했다.

이 글의 조회 수는 하루 만에 14만건을 넘겼고, SNS에 공유되면서 ‘여경 무용론’ 논란으로 확대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경찰은 사진 속 여경은 중앙경찰학교 소속 교육생으로 실습 나왔다가 현장에 출동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경찰은 초기 단순 주취자 처리 건이어서 교육생을 포함한 1개 팀만 현장 출동을 보냈고 주취자가 완강히 저항해 교육생에게 증거 수집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취자에 대한 여성 경찰의 대응 논란이 발생한 것은 비단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다. 

지난 6월에도 남성 경찰이 주취자를 체포하는 동안 여성 경찰이 구경만 하는 모습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고 국가경찰위원회는 여경 무용론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 6월21일 남녀 동일 기준 체력검사 도입 방안 등을 의결했고 지난 8월 제도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해 통과시켰다.

이런 논란에서는 소방공무원도 자유롭지 못하다. 

2017년 JTBC <잡스>에 화재 진압 대원으로 1년여 근무 후 사내 아나운서 및 홍보 업무를 맡게 된 한 여성 소방관이 출연했다. 한 진행자가 화재, 사고 현장에 여성 대원이(많이) 없는 이유를 묻자 이 여성 소방관은 체력 테스트를 통과했기에 자신은 있었지만, 현장에 직접 나가보니 체력적으로 버거웠다며 자신의 경험을 말했다.

경찰·소방 고정직 성별 논란
일반 행정직 공무원도 해당? 

산악사고, 수난사고, 교통사고 등 응급상황 시 현장의 소방관은 25㎏에 육박하는 장비를 짊어진다. 부상자까지 이송할 경우 무게는 가중된다. 그 때문에 구성원 대부분이 남성으로 이뤄져 있다. 여성 소방관들은 주로 구급 소방관으로 많이 근무한다고 한다. 

주취자, 노숙자부터 사고 현장에서 부상을 입은 환자를 관리하는 게 구급 소방관들의 임무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우리와 소방제도가 흡사한 일본의 경우 2017년 기준 여성 소방관 비율은 2.9%로 우리보다 훨씬 낮다.

국제소방협회에 따르면 미국(7.3%), 독일(8.7%), 스웨덴(4.3%) 등 선진국 대다수가 5~10% 사이의 여성 소방관 비율을 보인다. 단순 비교가 능사는 아니지만 힘을 많이 요하는 영역이 존재하는 건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현직 소방공무원들조차 체력이 좋은 남성 동료와 외근(현장) 업무를 수행하기를 희망했다. 소방관 대부분이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체력’이 중요하다고 여겼고, 10명 중 6명은 성별이 업무에 영향을 미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소방청과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지난 6~8월 소방관 1만5203명을 대상으로 ‘체력 관련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1.7%가 소방 업무 수행에 있어 체력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일선 소방관들도 체력이 업무에 직결된다고 생각한다는 방증이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신체능력을 크게 요하는 경찰과 소방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반행정직 공무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 지방자치단체서 근무하는 30대 남성 공무원 A씨는 동사무소 청소, 구청 교통지도, 구청 건설과 근무, 구청 광고물 게시 등 상대적으로 현장에 가깝고 상대적 격무에 시달리는 보직은 대부분 남성 공무원이 맡는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직급 다른 책임
남녀 따라 역할 분담?

더불어 내근직 남성 공무원들도 독박 외근 및 출장에 피로를 호소하며, 결혼하거나 아이가 생겨야 내근직에 발령내주기 시작하는 경향이 있어 젊은 미혼 남성들의 불만이 특히 심하다고 했다.

실제 서울특별시 내 25개 자치구를 살펴봤을 때 문제는 확연히 드러났다. <일요시사>는 업무가 과중하고 현장 업무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두 과인 건축과와 교통지도과의 ‘서무’ 업무 담당자의 성비를 살펴봤다. 건축과와 교통지도과는 소위 ‘비가 오고 눈이 와도 밖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 상대적 기피과 중 하나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서무 업무란 ‘특별한 명목이 없는 여러 가지 일반적인 사무. 또는 그런 일을 맡은 사람’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사무실 내에서 진행되는 업무를 뜻한다.

서울특별시 내 25개 자치구에서 건축과 서무 담당자는 총 25명이다. 이 중 22명이 여성으로 여성 비율이 88%에 달했다. 교통지도과 서무 담당자는 총 12명으로 이 중 11명이 여성으로 비율이 92%에 육박한다. 대부분이 남성인 두 과에서조차 서무 담당자 중 여성 비율은 90%에 육박하는 것이다. 

여성 공무원 증가세에 따라 이 같은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월29일 ‘2021년도 제1회 서울특별시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최종합격자 2839명의 명단이 이날 발표됐다. 최종 합격자의 성별 구성은 남성 1215명(42.8%), 여성 1624명(57.2%)으로 전년도에 이어 여성 비율이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 7월8일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지방자치단체 여성 공무원 인사 통계도 여성 공무원 증가세를 드러냈다. 

쏠림

2020년 기준 전국 지자체 여성 공무원 수는 13만6071명으로 전체의 46.6%를 차지했다. 1년 전(13만2563명)보다 3508명 증가했으며, 여성 공무원 비율로는 전년도 39.3%에서 7.3%포인트 오르며 처음으로 40%를 돌파했다.


<lyricki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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