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정리된다” 이준석 ‘전체 녹취록’ 왜 공개 못하나?

2021.08.19 10:52:28 호수 0호

‘더 이상 일 키우지 않겠다’ 무대응 전략…결국 유야무야?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의 ‘녹취록 공방전’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가 전체 녹취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앞서 원 전 지사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준석 당 대표가 정확하지도 않은 인공지능 녹취록 일부만 풀어 교묘하게 왜곡하고 있다. 오늘 오후 6시까지 녹취록이 아닌 녹음파일 전체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대응하지 않겠다”며 한 발 물러섰고 SNS를 통해서는 “딱합니다”라는 한 줄짜리 글만 올렸다.

원 전 지사는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서 “제 기억과 양심을 걸고 분명히 다시 말씀드린다. ‘곧 정리된다’는 이준석 대표의 발언 대상은 윤석열 후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복잡하지 않다”며 “이 대표가 작성한 녹취록이 아니라 녹음파일 전체를 공개해 확인하면 그 속에 있는 대화의 흐름, 말이 이어지고 끊기는 맥락, 어감과 감정을 다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이 대표는 원 전 지사의 이 같은 주장에 반박하며 지난 17일, 원 전 지사와의 통화 녹취록 일부를 공개했다.


이 대표가 공개한 일부 녹취록엔 “저쪽(윤석열 전 총장 측)에서 입당 과정에서도 그렇게 해 가지고 세게 이야기하는 거지 저희하고 여연(여의도연구원) 내부조사 안하겠나. 저거 곧 정리된다. 이사님(원 전 지사) 오르고 계신다. 축하드린다”는 워딩이 등장한다.

해석에 따라 “저거 곧 정리된다”는 이 대표의 발언 대상이 모호하긴 하지만 원 전 지사를 비롯한 정치권 일각에선 문맥상 윤 전 총장이 아니냐는 분위기다.

이 대표를 향해 녹취록 전체 공개를 요구하는 원 전 지사 역시 같은 해석을 한 것으로 읽힌다.

그렇다면 이 대표가 전체 녹취록을 공개하지 않거나 못하는 이유는 뭘까?

기저엔 녹취록 공방전에 제1야당 대표가 논란의 중심에 선 상황에서 더 이상 일을 키우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을 제외한 국민의힘 소속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데다 최근 당내 중진 의원들 간의 충돌 문제로도 심한 부담과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이런 와중에 녹취록 공방으로 더 이상 힘을 빼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전체 통화 녹취록을 공개해도 당 차원에서 딱히 실익이 없는 데다 공개하기 어려운 수준의 내용이 들어있을 수도 있다.

일각에선 단순히 이 대표 개인이나 국민의힘에 대한 유불리 여부를 감안했을 때 불리한 내용들이 포함돼있기 때문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원 전 지사 주장처럼 어떤 특정한 목적을 위해 ‘교묘하게 왜곡하기 위해’서 일부만 편집해서 올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체 내용이 공개됐다가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위험성마저 떠안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권 도전을 선언한 하태경 의원은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이 사적 통화내용을, 그것도 확대 과장해서 공개하고 뒤통수를 칠 수 있다는 말이냐”며 원 전 지사를 향해 경선 후보를 사퇴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다른 일각에선 이 대표의 일부 녹취록 공개로 시작된 이번 녹취록 공방전이 이 대표가 무대응 전략을 택하면서 자연스레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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