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등판 ‘추다르크’ 추미애 여권 손익계산서

2021.06.28 11:38:43 호수 1329호

디딤돌? 걸림돌?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윤석열 저격수’로 불리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대권에 도전한다. 여권에서는 지난해 추-윤 갈등 당사자의 등판으로 인해 중도 민심을 잃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감지되고 있다.



대선을 9개월 앞두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출마에 나섰다. 추 전 장관은 ‘윤석열 저격수’로 활동하며 열성 친문(친 문재인) 세력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왔다. 그가 대권 경쟁에 뛰어든 이후 정치 지형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호재?
악재?

추 전 장관은 지난 23일 파주 헤이리 한 스튜디오에서 “촛불 개혁을 위해 정권 재창출의 출발점에 섰다”며 “사람이 높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람을 높이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히며 대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이날 추 전 장관은 “촛불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며, 14차례나 촛불을 외쳤다. 지난해 개혁 과제를 지지했던 열성 친문 세력의 지원을 발판 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추 전 장관은 지난 민주정부를 계승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추 전 장관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꿈을 품고 넘나들었던 길목”을 강조했다. ‘사람’을 강조하며 친노(친 노문현)·친문 표심을 공략하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추 전 장관은 여권에서 6번째로 출마 선언을 공식화했다. 대권 후보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다. 현재 박용진 의원, 양승조 충남지사, 이광재 의원, 최문순 강원지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이 대권에 도전 의사를 밝혔다. 김두관 의원은 다음 달 1일로 출마 선언 시기를 결정했다.


잠재적 대권주자로 거론됐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불출마를 시사했다.

추 전 장관이 대선 출마를 공식한 이후 강성 친문 지지자들 역시 결집하고 있다. 대권 경선 레이스에 뛰어들 후보들이 9명으로 추려지면서 추 전 장관은 현재 ‘빅3’ 구도를 흔드는 영향력을 발휘 중이다.

강성 친문 업고 대권 출마 선언
당내 ‘빅3’ 구도 흔드는 영향력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이재명 경기지사(28.4%), 이낙연 전 대표(12.3%), 박용진 의원(7.4%),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6.0%) 순으로, 4위를 기록했다(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추 전 장관은 10년간 판사로 재직하다가 1995년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에게 발탁돼 정계에 입문했다. 여성 최초로 국회의원 지역구 5선의 고지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2년간 당 대표를 맡았고, 지난해 법무부 장관직을 맡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검찰개혁을 진두지휘했다.

일각에서는 추 전 장관이 열성 친문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면서 체급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민주당의 대권 경선이 흥행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친문 지지층들은 추 전 장관을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로 치켜세우며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실제 추 전 장관의 출마 선언은 유튜브 ‘추미애TV’ 채널에서 1만2000여명이 동시에 지켜봤다. 추 전 장관이 대선 경선을 움직일만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각에서는 추 전 장관이 친문 핵심 지지층을 견고히 결집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권의 한 의원은 “마땅히 지지할만한 후보를 찾지 못했던 친문 지지자들이 추 전 장관을 주축으로 모일 것”이라며 “당으로선 방황하던 집토끼를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득이 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복잡한
민주당

다만 이들의 지지와는 별개로 추 전 장관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그는 평소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1대 총선에 불출마하는 과정에서 ‘추미애계’는 사실상 많이 소멸된 상태로 알려져 있다.


또 추-윤 갈등 국면에서 굳어진 독단적인 이미지로 인해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추 전 장관은 수사지휘권 발동, 징계 문제로 윤 전 총장과 정면충돌하며 국민적인 피로감을 유발시켰다. 이는 지난해 말 문재인정부의 지지율 하락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추 전 장관은 여야 차기 대선주자 가운데 비선호도가 25.9%로 윤 전 총장(30.9%)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추 전 장관의 출마가 중도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추 전 장관의 등판이 또다시 민주당의 중도 민심을 잃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미 여권 내에서는 추 전 장관의 대선행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 22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추 전 장관의 대선 출마에 대해 “민주당의 ‘아킬레스건’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민주당 중진인 설훈 의원 역시 “법무부 장관하면서 고생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꿩(윤 전 총장) 잡으려다가 꿩 키워주는 것”이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환영 목소리
부정적 시각

여권 대권 주자들의 견제 역시 시작되는 양상이다. 민주당의 대권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추 전 장관이 윤 전 총장을 키워줬다는 지적에 대해 “내각에 같이 있었는데 팩트, 사실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추 전 장관이 윤 전 총장이 ‘반사체’가 되도록 했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정 전 총리는 지난해 추-윤 갈등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두 사람의 동반 사퇴를 건의한 바 있다.

야권 역시 추 전 장관의 출마를 두고 비아냥거리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추 전 장관을 겨냥해 “닭쫓던 강아지를 자임해야될 분이 ‘꿩잡는 매’를 자임하는 걸 보면 매우 의아하다”며 “진짜 뭘 준비하고 있는 건가”라고 비꼬았다.


일각에서는 ‘추나땡(추미애 나오면 땡큐)’라는 우스개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사실상 윤석열 선거대책위원장을 하시던 분”이라며 “내심 여당이 말리고 싶을 것이다. 거의 트로이 목마 아닌가. ‘추나땡’이다. 추미애 나와주면 땡큐”라고 말했다.

다만 추 전 장관은 추-윤 갈등을 두고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출마 선언 발표 후 이어진 토크쇼에서 "추-윤 갈등은 진실에 기반하지 않은 하나의 프레임”이라며 “전혀 실체가 아니었고 ‘윤석열의 문제’는 내 문제가 아니라 그의 문제일뿐”이라고 답을 대신했다.

여 부담 감지, 중도 민심 멀어지나
윤과 대결구도…추-윤 갈등 우려도

이어 윤 전 총장에 대해 “정말 문제적 총장이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추 전 장관이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을 높여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사실상 추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을 대권후보로 키운 당사자다. 추 전 장관이 ‘때리면 때릴수록’ 존재감을 발휘한 윤 전 총장은 정권심판의 상징으로 부상해 대권 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X파일로 악재를 맞고 있는 윤 전 총장에게 기사회생할 빌미를 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실상 추-윤 갈등의 조명이 재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

추 전 장관은 본격적으로 윤 전 총장과의 대결 구도 띄우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시 한 번 추-윤 갈등 정국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추 전 장관은 스스로를 “윤 전 총장을 잘 아는 사람” “꿩 잡는 매”라고 말하며 윤석열 저격수를 자임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 시킨 후 강성 지지층을 토대로 정치적 기반을 넓히려는 심산으로 읽힌다.

야권에서 윤 전 총장을 경계하기 위한 강성 지지층들이 대거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야 주자로 마주하게 된 대선 국면의 상황이 작년과 달라 효과는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시
추윤 충돌?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연상효과로 과거의 추-윤 갈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추 전 장관도 현직이 아니고, 윤 전 총장도 당시에야 정권으로부터 핍박받는 포지션이었지만 지금은 아니기 때문에 추 전 장관이 나온다고 해서 윤 전 총장이 다시 뜰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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