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양평군청 이중잣대 행정

2021.05.18 09:25:44 호수 1323호

같은 상황인데…누군 되고 누군 안 되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행정기관에 대한 신뢰는 일관성에서 나온다. 같은 상황을 두고 다른 조치를 내린다면 시민들은 더 이상 행정기관을 믿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잘못에 대한 시정조치까지 이뤄지지 않는다면 '시민을 위한다'는 행정기관의 존재 이유는 사라지게 된다.



"같은 상황인데 집집마다 조치가 달라요. 한 집만 빼놓고 지금 다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행정기관에서 나서야 문제가 해결되는데, 양평군청은 몇 년째 ‘협의하라’는 말만 하고 있어요. 답답합니다."

같이 산 땅

A씨는 지인 3명과 함께 2011년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에 땅을 매입했다. 이들은 매입한 땅을 4필지로 나눴다. A씨는 은퇴한 어머니가 머물 전원주택을 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옆집에 2층 단독주택이 들어선 것과는 달리 해당 부지는 10여년째 아무것도 들어서지 못한 채 비어있다. 

시작은 부지 진입을 위한 다리 건설이었다. 이들이 매입한 땅 옆으로 구거가 있다. 구거는 도로나 하천의 부속시설로 용배수 목적의 일정한 형태를 갖춘 인공적인 수로를 말한다. 하천보다는 규모가 작은 4~5m 폭의 개울이다. 구거로 인해 해당 부지는 진출입로가 없는 일종의 ‘맹지’였다.

주택공사를 위해서는 진출입로가 필요했다. 이들은 2012년 4월 두 집씩 각각 비용을 들여 폭 6m, 길이 2m의 다리 2개를 건설했다. 양평군청은 다리 준공(사용승인) 이후 군에 기부채납을 한다는 조건으로 허가를 내줬다. A씨도 옆집 주인 B씨와 함께 절반씩 비용을 부담해 다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B씨가 다리의 일부를 주차장으로 사용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B씨가 쇠사슬을 둘러 다리 절반가량을 점유하면서 A씨 측의 진출입이 어려워진 것. 주택 건설을 위한 공사 차량도 진입이 불가능했다. 

A씨는 "B씨가 다리에 차를 주차해놓고 빼주지 않는 바람에 공사 차량이 왔다가 그냥 돌아간 일도 있었다"며 "B씨는 다리 건설 과정에서 비용을 절반 부담했다는 이유로, 다리 절반에 대한 소유권이 있는 것처럼 굴었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B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16년 6월 재판부는 B씨가 A씨에게 170만원을 배상하고 양측 모두 진입로의 사용을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할 경우 상대에게 방해 행위 1회당 50만원의 위약벌을 지급하라는 조정판결을 내렸다. 

진출입로 없는 맹지 구입
비용 반씩 부담 다리 건설

이 같은 판결에도 B씨는 진입로 안쪽 자신의 토지와 A씨의 토지 경계에 담장을 세워 차를 주차하기 시작했다. A씨의 차는 물론 공사 차량의 진입은 여전히 어려웠다. A씨는 첫 번째 재판 판결을 근거로 2500만원의 위약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과 상고심에서는 B씨가 이겼다. 

소송전까지 벌어졌던 다리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앞서 주차 문제가 불거지기 전 B씨의 단독주택 준공허가가 나는 과정에서도 다리가 쟁점이었다. A씨는 “모든 일의 시초가 양평군청이 취한 딱 하나의 조치였다”고 비판했다. 

다리를 놓는 과정에서 공동명의로 건설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소유권과 사용권은 두 집 모두에 있다. 양평군청으로부터 다리의 준공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두 집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다리의 준공허가 여부는 부지에 들어설 주택의 준공허가와 연동돼있다. 다시 말해 주택에 대한 준공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다리의 준공허가가 선행돼야 한다. 다리만 두고 보면 A씨와 B씨는 운명공동체였던 셈이다. 

하지만 결과만 보면 A씨와 B씨의 상황은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B씨는 단독주택을 짓고 살고 있는 반면, A씨는 해당 부지를 10년 가까이 놀리고 있는 상황이다. B씨는 다리에 대한 준공허가 없이 단독주택에 대한 준공허가도 받았다. 


2013년 12월 B씨는 양평군청에 단독주택에 대한 준공(사용승인)허가를 신청했다. 주택 준공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여러 부서의 허가 관련 의견이 취합돼야 한다. 건축과에서는 각 부서에서 취합된 의견을 근거로 준공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당시 문제가 됐던 지점이 다리의 준공허가 여부였다. A씨의 동의 없이는 해당 다리의 준공허가가 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A씨는 B씨와 다리 주차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준공허가 동의에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이때 구거 관리를 담당하던 양평군청 건설과(현 친환경농업과) 주무관이 '목적 사용기간(2012. 04. 23~2016. 12. 31.) 내 목적 외 사용승인준공을 득할 것'이라는 조건을 달아 B씨에게 '조건부허가'를 내줬다. 4년 내에 다리에 대한 준공허가를 받아오라는 뜻이다. 

조건 달아 허가 내줬는데
조건 못 맞춰도 그대로 고?

준공허가를 담당하는 양평군청 건축과에서는 건설과의 조건부허가 결과를 보고 B씨의 주택에 대한 준공을 승인했다. 문제는 B씨가 2016년 12월31일까지는 물론 현재에 이르기까지도 다리에 대한 준공허가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주택에 대한 준공허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

A씨에 따르면 B씨는 주택에 대한 조건부허가를 받은 이후 A씨 측과 다리에 대한 논의를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미 단독주택에 대한 준공허가가 나왔는데, 다리에 대한 준공허가가 뭐가 중요하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흥미로운 점은 A씨와 B씨의 집 외에 두 집도 똑같은 상황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B씨의 집이 준공허가를 받은 반면, 위쪽 두 집 중 주택을 지은 한 곳은 아직 준공허가를 받지 못한 상황이다. 건축 신고와 착공, 사용승인 등 인허가 과정의 어느 지점에 있는 셈이다.

A씨는 여러 차례에 걸쳐 양평군청에 B씨 주택에 대한 준공허가를 취소해달라고 민원을 제기했다. 준공허가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으니 허가가 취소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양평군청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몇 년째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2013년 당시 조건부 허가를 내줬던 담당 공무원은 현재 다른 지역으로 전출된 상황이다.


양평군청 건축과 관계자는 "B씨의 주택이 건축법 위반 등 준공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할만한 부분이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준공허가를 취소할 수 없다"면서 "당시 구거를 관리하는 부서(친환경 농업과)에서 조건부허가로 의견을 보내왔기 때문에 준공허가를 내준 것"이라고 말했다. 

양평군청 친환경 농업과 관계자는 "그 당시 준공허가 과정에서 놓친 부분이 있던 게 아닐까 싶다. 준공허가 취소는 건축과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현재 이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친환경 농업과 관계자는 "A씨와 B씨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좋은 방향으로 협의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라진 결과

A씨 측 관계자는 "2013년 당시 '조건부허가'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행정기관에서 잘못이 발견됐으면 적극적으로 시정해야 하는데 인정을 하지 않는다"며 "행정심판을 제기해 시시비비를 가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A씨는 "양평군청에서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악용하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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