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레이스 막전막후

2021.04.19 11:57:56 호수 1319호

사공은 많은데 선장이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오는 6월에 있을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의힘이 자중지란에 빠졌다. 당권을 두고 중진 의원들은 연일 신경전인데, 초선들이 이를 견제하며 당권에 나섰다. 국민의당 합당을 두고 지분 싸움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4·7 재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끈 국민의힘 내부가 연일 뒤숭숭하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을 떠난 후 당권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경쟁이 과열되면서다.

축제 분위기
승자의 저주?

오는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당 대표는 당의 대선 승리를 이끌 중차대한 임무를 맡는다. 당권에 공식적인 출마 의사를 밝힌 의원은 홍문표 의원(충남 홍성군예산군)과 윤영석 의원(경남 양산시갑)이다(지난 16일 기준). 이외에도 조경태(부산 사하을)·주호영(대구 수성갑)·권영세(서울 용산)등이 거론되고 있다.

유력 주자로 예상됐던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은 지난 16일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분열이 아닌 통합의 기치를 위해 물러서겠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아 야권 승리에 일조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원외에서는 김무성, 나경원 전 의원이 물망에 올랐다. 특히 나 전 의원의 경우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당의 전폭적인 지지와 조직력을 보였다는 평가다.


이들이 저마다 기지개를 펼 준비를 하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을 두고 때 아닌 파장이 일기도 했다. 주 권한대행이 사퇴를 차일피일 미루면서다. 그가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일정을 결정하는 것은 “경기에 나설 선수가 룰을 정하는 것”이라는 비아냥이 나왔던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사퇴를 미루는 주 권한대행의 ‘저의’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합당으로 성과를 세우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논란에 주 권한대행은 “사익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맞섰다.

주 권한대행은 ‘선 통합론’에 힘을 싣었다. 합당 이후 지도체제를 또 논의하는 번거로움을 덜자는 심산으로 읽힌다. 당권 유력 주자로 꼽히는 중진들 역시 국민의당과 합당에는 전원 찬성했다.

축제 분위기도 잠시…자중지란
국민의당 합당은? 지분 문제도

정진석 의원은 “합당이 곧 자강”이라며 대통합으로 단일대오를 구축하자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당의 공식 결정기구인 비대위의 불만이 터졌다. 주 권한대행이 비대위와 논의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일부 비대위원은 “(합당 여부는)차기 지도부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 권한대행의 거취부터 결정하라”는 압박도 있었다고 한다.

신속한 화학적 결합을 강조했던 주 권한대행과 달리 국민의당은 신중한 입장이다. 국민의당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제시한 ‘개별 입당’에는 선을 그었다. 정당 간의 가치 통합이 중요하다는 그간의 입장을 강조했다.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야권 통합은 개개인의 의원을 통해 이뤄지는 게 아니라 국민의당이 표방하고 있는 중도와 실용의 가치를 함께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국민의당은 시도당에 합당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또다시 ‘샅바 싸움’에 들어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신설 합당이냐, 흡수 합당이냐 등 세부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 신설 합당의 경우 당명, 로고, 정강정책 등을 바꾸기 위한 긴 진통이 필요하다. 지역위원장 등과 같이 지분 협상 문제도 있다.

논란이 계속되자, 주 권한대행은 지난 16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따라서 2주 이내에 새 원내대표 선거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새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일정과 방식은 오는 26일 새 원내대표 선출에 따라 논의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호영 사퇴
포스트 김은?

현재까지는 권성동(4선‧강원강릉), 김기현(4선‧울산남구을), 김태흠(3선‧충남보령서천), 유의동 의원(3선‧경기 평택을) 등이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원내대표‧정책위의장 분리 선출로 규정을 바꾸면서 이번 경선은 러닝메이트 없이 원내대표 독자 경선으로 진행돼 초반부터 분위기가 치열하다.

일각에서는 당내 신인들이 당권에 나서야 한다는 ‘초선 역할론’이 제기된다. 보궐선거 승리의 기세를 몰아가기 위해서는 계파에서 자유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에 이탈한 중도층의 지지를 받고 이번 보궐선거에서 승리했다. 극우와 손절하고, 중도층을 섭렵한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다. 마찬가지로 내년 대선을 위해 새로운 인물이 나서야 승산이 있다는 논리다.

서병수 의원(부산 진구갑)은 당권 불출마 선언과 함께 “‘산업화 시대정신을 대표했던 세대’가 물러서지 않는다면 젊은 세대들이 두 걸음 앞서가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세대교체론에 가장 빠르게 화답한 이는 김웅 의원(서울 송파갑)이다. 김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초선 의원총회에서 출마 의사를 타진, ‘사즉생’의 각오로 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당내 지역구 의원 중 유일한 호남 출신 인물로, 개혁에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중진들에 대한 초선들의 견제라는 시선도 있다. 출마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중진의 무대로 여겨졌던 당 대표 선거에 초선이 도전장을 내민 것 자체가 사실상 파격이다.

반면 정치 경험이 부족한 초선이 당 대표가 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젊고 참신한 인물이 나서 개혁의 ‘마중물’이 되겠다는 게 초선 역할론의 명분이지만, 대선이 코앞이다. 그만큼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고, 어느 때보다 조직력과 장악력이 필요할 때다.

하지만 56명의 초선들은 계파가 생기는 것에 대해 경계하는 분위기다. 조직력에서 벌써부터 밀리는 그림이다. 윤창현 의원은 “초선이라는 이유로 초선을 지지한다는 계파적 관점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쪽으로 정리됐다. 우리 입장은 계파를 만드는 것이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내 기반의 약한 점도 치명적인 한계다. 이들이 당의 뼈대 깊은 중진들의 지원을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현재 서병수, 정진석 의원을 제외하고는 ‘중진 불출마론’에 동조하는 움직임도 미미한 상황이다.

6월 전당대회
관전포인트는?

외곽에서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이들을 지원 사격하고 있다. 오히려 초선 의원이 차기 당 대표가 되는 것이 당을 위한 길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김 전 위원장의 ‘자강론’과도 맞닿아 있다. 실체가 없는 야권 대통합이 아닌 당의 쇄신과 개혁을 우선시하란 것이다. 사실상 보란 듯이 중진들을 ‘물 먹인’ 셈이다.

이로 인해 당 내에서는 범야권 대통합에 반감을 갖는 이들이 힘을 받고 있다. 주로 초선 의원들과 일부 비대위원들이다. 이들은 정권교체만을 위한 화학적 결합을 반대한다. 이에는 이재오·홍준표·김무성·김문수 등 기성 보수의 세력화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숨어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에 대해 ‘아사리판’이라며 맹비난했다. 임기 내내 참아왔던 김 전 위원장이 분노가 터진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전 위원장은 당의 수장이지만, 외부자였다. 하루가 멀다하고 내부자들이 그의 정당성을 저격했다.

김 위원장은 단독 플레이어다. 당내 세력이 없다. 그 틈을 비집고 ‘좌파 2중대’ 등의 날선 비판이 계속됐고, 보수 원로들이 나서 사퇴를 요구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실제 당권을 두고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중진들의 견제는 상당했다. 김 전 위원장 면전에서 ‘언제 나가냐’던 중진의 모욕적 일화도 있다. 김 전 위원장은 당시 “잘난 사람들이 많아 더 있을 수가 없었다”며 “당 대표하고 싶은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라고 당 분위기를 전했다.

당을 승리로 이끈 주역의 폭탄 발언에 중진들은 당혹스럽다. 권영세 의원은 “마시던 물에 침을 뱉고 돌아서는 것은 훌륭한 분이 할 행동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의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다.

일각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다시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만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돕겠다는 의미다. 김 전 위원장은 의미 없는 만남에 시간을 투자하는 타입이 아니다. 그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 출마한 초선
중진에 ‘견제구’

그렇게 해서 부상한 것이 ‘제3지대론’이다. 최근 금태섭 전 의원은 신당 창당을 구상 중에 있다. 대선주자 1위를 달리는 윤 전 총장이 합류한다면, 그야말로 ‘강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확실한 구심점이 필요하다. 그 때 김 전 위원장이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제 3지대론은 없다”고 수 차례 강조한 바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불안함이 감지된다.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윤 전 총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내부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자신이 그토록 부정했던 제3지대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당을 흔들려는 것 같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 권한대행은 김 전 위원장의 예측을 두고 “상황이 있고 복잡해 입당 여부를 미리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짚었다.

전당대회에서는 여론조사 반영 비율이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새 지도부 선출에 당심이 아닌 민심을 더 많이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윤 전 장관, 안 대표 등의 영입과 외연 확장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 대표 경선의 일반 여론조사 비율을 30%에서 50~100%로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당원·선거인단 비율은 현재의 70%에서 0~50%로 줄어들게 된다. 하태경 의원은 100% 국민 전당대회로 당 대표를 선출하자는 파격적 제의도 했다.

중진 용퇴론
초선 역할론

다만 전당대회는 당원들의 의사가 중요한 만큼 여론조사 비중을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당 대표를 뽑는 선거에서 당원의 의견을 최소화하자는 것은 명분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여론조사 비율을 높이자는 주장은 사실상 조직력을 갖춘 영남권 중진에 대한 견제구가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5선의 조경태 의원은 “국민 여론조사 100%로 하자는 것은 당원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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