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세아 애물단지 ‘인디에프’ 민낯

2020.12.21 10:16:48 호수 1302호

날개 달아도 끝없는 추락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실적 악화의 늪에 빠진 패션기업 ‘인디에프’가 좀처럼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수장을 교체하고 체질 개선에 나섰음에도 손실만 잔뜩 쌓이는 형국이다. 최대한 빨리 선순환 구조를 갖추는 게 급선무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인디에프는 1980년 설립된 문화데스크에 뿌리를 둔 패션기업이다. ▲조이너스 ▲꼼빠니아 ▲트루젠 ▲테이트 ▲바인드 ▲모스바니 ▲아위 등 패션 브랜드를 운영 중이고, 2006년 ‘세아상역’에 인수되면서 글로벌세아그룹의 일원으로 자리 잡았다. 최대주주는 지분 57.9%(3415만1683주)를 보유한 그룹의 지주사 ‘글로벌세아’다. 

흘러 간
화양연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여성복 시장에서 탄탄한 기반을 확보했던 인디에프는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침체에 빠졌다. 수익성이 점차 떨어지더니,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영업손실이 거듭됐다. 그사이 누적된 적자만 400억원에 달했다.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인디에프는 2017년부터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부실 매장을 정리하고, 수익이 나지 않는 브랜드는 잇따라 전개 중단을 알렸다. ▲예츠 ▲S+ ▲예스비 등이 정리된 것도 이 무렵이다.

효율성 제고를 위한 노력은 머지않아 성과를 나타냈다. 2017년 16억원 흑자로 돌아섰고, 이듬해 영업이익 20억원을 돌파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지난해 초부터 또다시 수익성 악화 기미가 보이더니, 3분기까지 영업손실과 순손실이 각각 54억원, 64억원씩 쌓였다. 경기 불황의 그림자가 패션시장을 강타한 데다, 동종업계 경쟁이 심화된 데 따른 여파였다.

위기를 극복하고자 인디에프는 구원투수를 등판시켰다. 지난 2019년 11월1일 인디에프는 백정흠 대표를 신규 선임했다고 밝혔다. 백 대표는 2012년부터 남성, 캐주얼 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사내에서 입지를 다져 온 인물이다. 2014년 론칭한 편집숍 ‘바인드’ 역시 그의 작품이었다.

침체의 늪 빠지니 뒷걸음만
수장 바뀌고 혹시나 했지만…

인디에프는 백 대표의 지휘 아래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600여개에 달하는 기존 오프라인 채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고, 지난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미래성장지원본부가 신설됐다.

가두점 중심의 리테일 사업을 개선하기 위해 그간 재고 판매를 위한 창구에 불과했던 온라인 사업에도 힘을 주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조이너스와 꼼빠니아의 약자를 딴 자사몰 ‘제이코’를 론칭했고, 같은 해 9월에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 ‘아위’를 선보였다.

하지만 체질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과 달리, 인디에프의 성적표는 초라한 수준이다. 외부 환경 변화를 감안하더라도 수장 교체 후 쏟아진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인디에프의 매출은 2016년 이래 2000억원대 안팎을 형성했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은 1057억원으로, 전년 동기(1400억원) 대비 24.6% 감소했다. 인디에프의 매출액이 지난 2019년 말 기준 2025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지난해는 15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흐릿해진
청사진

매출 하락은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의복 소비가 줄어든 영향이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섬유패션 관련 72개 상장기업의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익성 악화는 더 큰 골칫거리다. 2018년 3분기 기준 5억8600만원이던 인디에프의 누적 영업손실은 1년 뒤 54억원으로 10배가량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 3분기에는 126억원까지 불어났다.


판관비(638억원)를 전년 동기 대비 100억원가량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적자폭을 줄이는 데 한계가 명확했다. 동절기가 대목인 패션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지난해 말까지 100억원 안팎의 적자가 예상된다.

영업활동에서의 부진한 성과는 인디에프의 현금 창출력을 크게 떨어뜨렸다. 지난 2019년 3분기 1억9600만원이던 인디에프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 3분기에 –44억원으로 돌아섰다. 현금 유입량 부족 현상이 올해 들어 더욱 심각해진 셈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이 얼마나 유입됐는지 계산하는 잣대로 사용된다. 

돈 마르고
채무 잔뜩

더 큰 문제는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 재정이 나날이 훼손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칫 급증한 부채로 인해 재정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인디에프의 총자산(총자본+총부채)은 1521억원으로 지난 2019년 말(1494억원) 대비 1.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총자산의 변동폭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세부항목을 보면 부정적인 요소가 목격된다.
 

▲ 백정흠 대표 ⓒ인디에프

총자본은 150억원 가까이 줄어든 488억원에 머물렀다. 3분기까지 누적된 138억원의 순손실이 결손금 확대로 이어진 데 따른 여파다. 2018년까지만 해도 이익잉여금(6억2300만원)으로 기재됐던 총자본의 세부항목은, 지난 2019년 말 29억원 결손금으로 전환됐고, 지난해 3분기에는 결손금이 169억원으로 확대된 상황이다.

지난해 3월 기준 결손금은 자본금(295억원) 대비 57.3%에 달한다.

총자본이 급감한 것과 달리 총부채는 눈에 띄게 늘었다. 같은 기간 총부채는 867억원에서 1033억원으로 16.7% 증가했다. 부채의 증가와 자본의 감소가 연출된 탓에 2018년(108%)까지만 해도 양호한 수준이던 부채비율은 최근 1년 사이 분기별로 무섭게 뛰어오르고 있다.

초라한 실적…마르는 현금
빚은 쌓이고…흠집 난 재정


지난 2019년 3분기에 131.2%였던 인디에프의 부채비율은 ▲지난 2019년 말 138.4% ▲지난해 1분기 150% ▲지난해 2분기 160.8%에 이어 3분기에는 211.7%까지 급증했다. 통상 부채비율은 20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차입금의 증가가 부채비율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3분기 인디에프의 총차입금은 606억원으로, 지난 2019년 말(474억원) 대비 27.8% 증가했다. 차입금 규모가 한층 커지면서 3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하는 차입금의존도는 같은 기간 31.7%에서 39.8%로 뛰어올랐다.

특히 단기성 차입금에 의존하는 경향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장기차입금(21억원), 비유동성리스부채(107억원)를 제외한 477억원이 1년 내 상환을 필요로 하는 차입금으로 분류된다. 총차입금의 8할에 육박하는 비중이다.

▲단기차입금 330억원 ▲유동성장기차입금 6억원 ▲유동성리스부채 71억원 ▲사채 70억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덕분에 단기차입금의존도는 지난 2019년 말 기준 22.3%에서 올해 3분기 26.8%로 상승했다.
 

▲ 조이너스 매장

물론 단기성 차입금에 대한 상환 압박은 리파이낸싱을 통해 일정 부분 해소가 가능하다. 실제로 ▲우리은행(175억원) ▲농협은행(10억원) ▲한국산업은행(50억원) ▲글로벌세아(30억원) 등으로부터 단기로 차입한 금액은 리파이낸싱이 이뤄졌다.

빚 의존도
위험 수위

다만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단기차입금의 특성은 순이익 감소로 직결될 여지를 남긴다. 인디에프는 지난 2019년 말 기준 21억원을 이자비용으로 회계처리했다. 단기로 차입한 금액에 대한 연이자율이 3%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결산보고서에는 이자비용으로 25억원에 가까운 금액이 회계처리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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