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맹탕 국감’ 총정리

2020.11.02 10:01:36 호수 1295호

초선 넘쳐도 옛날 그대로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제 21대 국정감사가 지난달 26일 상임위원회별 종합감사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4·15 총선에서 초선의원이 과반을 차지하면서 이번 국감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으나, 역시나였다. 이번 국감도 ‘맹탕 국감’ ‘막말 국감’ 등 혹평이 나오면서, 정쟁으로 물든 국감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제기된다.
 

▲ 매년 열리는 국정감사가 의원들간 말꼬리 잡기, 고성 및 막말로 점철되면서 ‘정책국감’은 요원해진 상황이다. ⓒ고성준 기자

 



국정감사(이하 국감)은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시행하는 활동이다. 헌법 제61조에 따라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해 조사할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서류의 제출 또는 증인의 출석과 증언이나 의견의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실시되고 있다.

야당의 시간?

국감장은 국회의원을 ‘스타’로 만들어주는 장이기도 하다.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그랬다. 박 의원은 비리 사립 유치원을 공개하고, 서울교통공사 고용 세습의혹을 제기함으로써 정책 국감의 본보기를 보였다.

21대 국회의 첫 국감은 어땠을까.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인해 국감 규모는 작년에 비해 월등히 줄고, 현장 감사 일정은 대폭 축소됐다. 또 복지위 등 일부 상임위의 경우는 ‘비대면 국감’으로 진행된 탓에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국감 시즌에 돌입하기 전, 174명의 슈퍼여당인 민주당은 국감에서 코로나19 극복과 민생에 집중할 것을 예고했다. 반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의 실정을 알려 ‘야당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여야할 것 없이 이번 국감에서는 ‘볼거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은 정부 대변에 주력한 ‘방탄 국감’의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의미 없는 정쟁에만 매몰된 모습을 보이면서, 정권 비판과 이슈 모두 주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감 기간 중 가장 ‘핫했던’ 상임위는 단연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였다.

이번 국감에서는 ‘추미애로 시작해 윤석열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대검과 법무부를 둘러싼 갈등이 부각됐다. 취임 직후부터 나온 추 장관 아들의 군 휴가 특혜 의혹은 소모적 논쟁에 그쳤다. 또 윤 총장의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발언과 추 장관의 “윤석열, 선 넘었다”는 대응으로 여야의 대치는 정점을 찍기도 했다.

여야의 공격과 수비가 계속되면서 문재인정부가 과제로 내세운 ‘검찰 개혁’은 자연스레 뒤로 밀려나는 양상을 보였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역시 이번 국감의 주요 키워드였다. 국민의힘은 이를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며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했다. 하지만 2017년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와 금융위 담당 과장으로 추정되는 인물과의 통화 녹취록 외에는 본질을 짚는 ‘결정적 한방’이 없었다. 오히려  사건을 둘러싼 ‘헛발질’로 야당은 역풍을 맞기도 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 명단을 확보한 뒤, 여권 인사 다수가 연루됐다며 명단을 공개했다. 하지만 지목된 당사자 대부분이 동명이인으로 드러났고, 민주당은 유 의원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헤프닝이 발생했다.

‘혹시 했더니 역시’ 막말 등 여전
의미 없는 정쟁에만 매몰된 모습

욕설과 반말이 난무하는 ‘막말 국감’의 모습도 재연됐다.

지난 23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장에서 보인 민주당 이원욱 위원장과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의 싸움은 압권이었다. 두 의원은 질의시간을 두고 의견차를 보이면서 크게 언성을 주고받았다. 분을 참지 못한 이 위원장은 박 의원에게 다가갔고, 박 의원도 일어나 “이 사람이 정말, 한 대 쳐 버릴까”라며 주먹을 들어 보였다.

이후 이 위원장은 의사봉을 격하게 세 번 내려친 뒤 정회를 선포했다. 의사봉은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채 떨어졌다. 국회의원의 최소한의 품격이 함께 바닥을 친 처참한 모습이었다.


행정부 견제와 감시라는 국회의 역할에는 여야가 없어야 하며, 국감장은 대안 마련을 위한 자리가 돼야 한다. 하지만 라임·옵티머스 사태, 해수부 공무원 북한군 피격 사건 등 여러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증인들은 채택되지 못했다. 18개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한 민주당이 국감장에 출석할 핵심 증인들을 철통 봉쇄했기 때문이다.
 

▲ 국회의사당 전경 ⓒ고성준 기자

외교통상위원회에서는 5000억원대의 사모펀드 사기 사건을 유발한 이혁진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설립자를 증인으로 신청했는데도, 그가 해외 도피 중 기소중지 상태라는 이유로 증인에 채택되지 않았다.

북한군에 의해 피격당한 해수부 공무원 A씨의 친형 이래진씨의 출석 역시 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월북설과 골든타임을 놓친 문재인정부에 대한 의혹 해소가 어려워지자, 국민의힘은 지난 18일 이씨의 의견을 듣는 독자적 국감을 열기도 했다.

‘검언유착’ 사건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 역시 법사위 국감 출석을 스스로 자처했다. 국민의힘은 한 검사장을 출석시킬 것을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수사 중인 피의자 신분이라는 이유로 불발시켰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성가족위원회(이하 여가위)가 지난달 27일 오전 여성가족부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했으나,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 관련 증인과 참고인 없이 진행됐다.

앞서 국민의힘이 정의기억연대 및 박원순 전 시장 사건 등과 관련해 민주당 윤미향 의원, 김재련 변호사,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등의 증인 및 참고인 채택을 요구했지만 여당의 거부로 무산되면서다.

20일의 짧은 기간동안 수 백개가 넘는 피감기관을 심사하기 위해서는 증인 채택 여부를 둘러싼 공방과 정쟁을 벌이는 것은 사치다. 하지만 여야할 것 없이 증인 채택 여부나 발언 시간을 두고 시비를 벌여왔다. 방탄 국감을 자처한 여당이나 정쟁에만 집중하겠다는 야당 모두 구태의연한 모습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지난달 27일 제21대 첫 국정감사를 두고 “정책은 실종되고 정쟁만 남았다. 최악의 국감”이라고 혹평했다. 경실련은 “심도있는 질의와 그에 맞는 정책대안 제시는 없었다. 알맹이 없는 질의만 계속됐다”며 비판했다.

또 경실련은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병역문제, 어업지도원 피살, 라임·옵티머스 사기 사건 등에 대해 “보수야당은 국감을 정쟁의 장으로, 정부여당은 정부 대변인을 자처하며 정부실책을 방어하는 데 급급했다”고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정비해야”

일각에서는 정책 국감을 구현하기 위해서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상시 국감을 제도화하고, 전년도 지적사항에 대한 이행 여부의 철저한 사전 점검을 실시하는 것은 정책국감을 위한 대표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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