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밀어낸 LG농구단의 횡포 고발

2020.09.14 12:41:43 호수 1288호

“3년이나 남았는데 나가라고?”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계약서만 믿었다간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 창원시에 사는 한 부부는 입찰계약을 통해 창원체육관 지하서 장사할 수 있으리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2년도 채 되지 않아 부부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들은 계약 기간 5년 중 2년도 채우지 못하고 왜 배드민턴 매장서 나가야만 했을까?
 

▲ 창원체육관 ⓒ제보자


A씨 부부는 2016년부터 창원스포츠파크 창원체육관(이하 창원체육관) 지하서 배드민턴 용품점을 운영했다. 그리 크진 않았지만 배드민턴 동호회 사람들도 꽤 찾는 곳이었던 터라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2016년부터
장사 시작

계약상 다른 사람에게 임대를 받으면 안 되는 것이었기에 2018년 한국자산관리공사의 공매 시스템인 온비드를 통해 입찰받았다. 2018년 10월 계약한 ‘창원스포츠파크관리소 유상상용·허가 계약서’에 따르면 허가 기간은 2018년 10월4일부터 2023년 10월3일까지 5년(1회 갱신) 기간이다. 연간 사용료는 945만7270원으로 책정됐다.

A씨 부부는 10년 동안 영업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존에 운영하던 가게를 팔고 창원체육관 지하 매장에만 집중하기로 한다. 창원체육관에는 80여명의 회원이 속해있는 5개의 배드민턴 클럽, 총 400여명의 회원이 입장했다. 소속된 클럽 회원이 아니어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볼 때 400명을 훨씬 웃돈 것으로 보인다. 

A씨 부부는 “주중에는 100∼200명 주말에는 300∼400명이 창원체육관을 사용했다. 사람이 많은 만큼 장사는 잘됐다. 장사가 잘될 때는 월 평균 300만원 정도의 수입이 생겼다”고 말했다. A씨 부부는 2019년부터 이상한 소문을 듣기 시작했다. 창원체육관이 창원 LG 세이커스 훈련장으로 용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A씨 부부는 5년을 계약했으니 ‘낭설에 불과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1월 창원시청 공무원이 A씨 부부를 찾아와 “이곳이 창원 LG 훈련장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말을 전했다. 이때까지도 신경쓰지 않던 A씨는 3월 우연한 기회에 인터넷 기사를 찾아보다가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됐다.

한 지역지서 ‘LG 세이커스 훈련장 창원 이전 박차’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게 된 것.

해당 기사에는 4월 창원체육관 지하에 있는 보조구장을 주 훈련장으로 하고 모든 선수도 창원으로 이사해서 지역 밀착 마케팅을 벌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연간 사용료 1000만원 임대 계약
5년 중 2년 못 채우고 쫓겨날 판

실제로 창원 LG의 뿌리는 경남이었다. 1996년 경남을 연고지로 팀을 창단했지만 2년 뒤 창원으로 연고지를 변경했다. 창원은 홈구장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LG 훈련장과 숙소는 경기도 이천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LG 홈구장인 창원체육관 경기도 사실상 ‘원정 경기’가 될 수밖에 없다. 하루 이틀 일찍 창원으로 와서 홈경기를 준비한다고 하지만 원정 경기를 가는 것보다 멀다. 

LG 훈련장은 LG 트윈스 2군, 창원 LG 세이커스 2군의 홈구장이자 숙소다. 450억원이 투자된 대규모 체육시설로 선수단 숙소 75실과 실내 야구장, 실내 농구장 등의 클럽하우스와 주경기장 1면, 보조경기장 1면, 야외 불펜장 1면이 함께 건설됐다.

실내 농구장은 실내 코트는 2개로 구성돼 효율적인 훈련이 가능하고 팬들의 관람에 용이하도록 설계됐다.
 

▲ ⓒpixabay

창원 LG뿐 아니라 부산 KT, 원주 DB, 울산 현대모비스 등 4개 구단만 비수도권일 뿐 연고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구단은 연고만 비수도권에 있을 뿐 훈련장은 죄다 수도권에 있다. 그러니 이들 팀의 홈경기는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빼면 말이 홈경기이지 선수들의 동선을 고려하면 사실상 원정 경기와 다를 바 없다.

KBL은 2018-2019 시즌부터 연고지로 구단 사무국을 이전하는 계획을 마련했다. 오는 2023-2024시즌 개막까지 모든 구단의 사무국은 해당 연고지에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KBL은 지역연고제 정착을 권고했다. 


A씨 부부는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창원시설공단에 5장의 내용증명서를 보냈다. 여기에는 2023년 10월3일까지 사용할 수 있는 계약 기간을 언급했다. 공단은 2019년 12월7일 A씨 부부에게 ‘2020년 4월경 창원체육관 지하를 전용연습구장으로 사용함에 따라 그 시기에 맞춰 시설 사용을 종료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했다고 한다. 

내용증명서에 따르면 창원 LG의 행태는 계약서상에 표기된 제21조(계약해제·해지)에 제2항 1호인 ‘공용, 공공용 또는 공익사업 등 갑이 필요하거나 건물을 철거할 때’에 해당한다고 A씨 부부는 해석했다.

세이커스 구장
돌연 용도변경

이와 관련해 공용이란 지방자치단체인 창원시가 직접 사무용·사업용 또는 공무원의 거주용으로 사용하거나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을 의미한다. 창원 LG가 이 시설을 사용하는 것은 창원시가 직접 위 용도(청사, 시·도립학교, 박물관, 도서관, 시민회관, 관사 등)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공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A씨 부부는 판단한 것이다.

공공용이란 창원시가 직접 공공용으로 사용하거나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을 의미하며, 창원시가 직접 공공용(도로, 제방, 하천, 시·도립공원, 구거, 유수지 등)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공공용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또 공익사업이란 국방·군사에 관한 사업, 공익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철도·도로·공항·전기·가스 등에 관한 사업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하는 청사·공장·연구소·문화시설·공원·운동장·시장 등 또는 그 밖에 공공용 시설 관한 사업, 관계 법률에 따라 공익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학교·도서관·박물관 및 미술관 건립에 관한 사업 등을 의미한다. 

A씨 부부는 ‘창원 LG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도 아니며 시설을 사용하는 것이 공익사업과는 관련이 없다’며 ‘창원 LG가 체육관을 사용하는 게 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시설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축구팀 경남 FC와 비교해 설명했다. 경남 FC의 소유주는 경남도며 구단주는 경남도지사다. 모기업의 재정을 받는 것이 아니라 도민구단으로서 경남도민의 후원금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 창원체육관 ⓒ제보

이와 달리 창원 LG의 모기업은 LG전자고 구단주는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이처럼 창원 LG가 이 시설을 사용하는 것은 공익적인 목적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공단이 A씨 부부에게 유사 사용·허가 계약 종료 취지의 통보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5년 동안 시설을 사용한다는 내용증명서를 보냈다. A씨 부부는 기다렸지만,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

이후 A씨 부부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는 5월부터 배드민턴 용품점 운영을 강행했다. A씨 측에 의하면 장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영업을 2시간 하면 소독도 2시간 하다 보니 매상도 잘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실 물어도
모르쇠 일관

그러다 결국 6월30일 창원시청 공무원이 찾아와 A씨 부부에게 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법적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서 갑자기 나가라니 A씨 부부는 A씨 부부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관련 담당자와 조율이 되지 않은 상태서 해당 사건은 일단락됐다.

체육관 내 입주단체는 총 4개였다. 수의계약으로 들어온 3곳(솟대패사물놀이예술단, 창원국악예술단, 영남전토예술진흥회)은 각각 4월30일, 2월29일, 4월1일에 퇴거하기로 합의를 봤다. 하지만 입찰계약을 받은 배드민턴 용품점은 계약 기간 만료일까지 지속적인 사용을 요구했다.

또 임대시설을 창원체육관서 축구센터 다목적체육관으로 변경해 계약할 것을 요구했다. A씨 부부는 돈벌이와 직결되는 문제였기에 순순히 퇴거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이에 걸맞은 대안이나 방안을 요구했다.

다음날 1일 A씨 아들 B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접수했다. ‘저희 부모님은 창원스포츠파크 창원체육관 배드민턴체육관을 창원시설관리공단 입찰해 2018년 10월4일부터 2023년 10월3일까지 사용허가를 받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체육관을 창원 LG농구단 훈련장으로 변경한다는 사실을 아무런 안내도 없이 인터넷 기사를 통해 알게 됐다’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이 사실을 알고 창원시 체육과와 시설관리공단에 문의한 결과, 계약 조항의 공익상 이유로 해지할 수 있다는 답변을 구두로 받았다. 또 위 창원시와 공단 측은 체육관을 이용하는 배드민턴 동호회 인원들은 이번에 신축한 창원 다목적체육관으로 옮겨줬다’ 덧붙였다.

B는 변호사를 선임해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먼저 시설관리공단 측으로 내용증명서를 3월23일에 발송했으나 이에 대한 답변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체육관은 지난 6월30일부로 LG 보조훈련장 공사로 인해 사용이 중지됐다. 이날 오후 6시경 창원시 체육진흥과 소속 공무원이 찾아와 ”하고 싶은 대로 하시라“는 구두 통보를 했다. B는 ”상기 입찰의 목적은 위 체육관의 시설이 아닌 배드민턴 동호회 인원들 때문에 입찰한 것이지, 단지 시설을 이용하려고 입찰을 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7년부터 훈련장 추진했는데 입찰?
내용증명서 발송해도 ‘묵묵부답’

이에 대해 ‘배드민턴 용품점과 계약 해지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서 정한 사용·수익허가의 취소 사유에 해당된다고 보이지 않으나, 고문 변호사에 자문한 결과 계약 해지를 해도 된다는 의견이 있어 추진하게 된 점 너그러이 양해 부탁드린다’는 답변이 왔다.

다만 그 이후 고문변호사에게 자문한 결과 LG 농구단 전용훈련장으로 사용하게 하기 위한 것이 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여서 현재 해당 부서에선 원만한 합의를 진행 중에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 창원 LG 세이커스 ⓒ 창원 LG 세이커스

B는 “창원시 체육진흥과와 창원시설 관리공단은 계약 기간 내의 창원 LG 훈련장 공사 기간 동안 매장을 운영하라고 했다. 사람도 없는 공사현장서 매장을 운영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동호회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 가 영업은 무의미하다”며 “입찰은 무의미해졌고 이에 대한 손해배상이나 시설물의 이동 등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하며 만약 철회가 적법하다면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모님이 연간 사용료를 매해 약 1000만원 가까이 매해 지불했다. 지난해에는 돈이 없어서 할부로 납부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올해는 다 사용하지도 않았다는 점이 너무나 억울하다. 처음엔 창원시와 시설관리 공단 측에 문의한 결과, 공익상의 이유로 계약 해지가 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그 이후에는 말을 바꿔 공사현장서 장사하라는 말을 들었다. 창원시의 강압적인 행정은 너무나 불합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창원시 측은 “현재 계약이 해지된 건 아니다. 창원 LG 훈련장 이전 계획이기에 창원시와 창원 LG 농구단과 협약을 맺어 이전하기로 된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감정평가 기분에 맞춰 2200만원의 보상금을 지불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용품 매장업주는 3500만원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이 한계를 넘어 최대한의 금액이 2200만원인데 그 이상은 집행하기 어렵다. 아직 계속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보상금
줄다리기

입찰계약이 있기 전부터 훈련지 이전 의혹에 대해서는 “소문으로는 그런 얘기가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근거가 부족했다. 우리는 2019년 12월 달에 시설공단에 통보를 한 것뿐이다. 이전에는 아무것도 몰랐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담당자 직원이 지난해 12월 배드민턴 용품점을 찾아가 업주에게 직접 공문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 부부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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