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새내기 릴레이 인터뷰⑨> 통합당 지성호 “여야가 남북보다 안 좋다”

2020.07.06 09:34:30 호수 1278호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21대 국회에는 151명의 정치 신인들이 국회에 입성했다. <일요시사>는 여의도 새내기들의 이야기를 담는 릴레이 인터뷰를 연재한다. 아홉 번째 주자로 미래통합당 지성호 의원과 함께했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는 지성호 미래통합당 의원


“그는 다른 탈북자를 구출하고 북한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북한의 진실을 알리고 있다. 그의 위대한 희생이 우리 모두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1월 의회 양원 합동 국정연설서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지성호 의원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 당시 지 의원은 1분 가까이 이어진 청중들의 기립박수에 목발을 들어 화답했다.

목숨 건 탈북

“탈북 과정서 여러 번 잡힐 뻔했다. 중국서 잡혀서 북한으로 송환되면 총살당한다. 동남아 정글을 걷는데 지쳐 쓰러질 것 같았다. 차라리 북한서 꽃제비로 있을 때 굶어 죽든지, 열차에 깔려 팔다리 다 잘린 후 마취 없이 수술 받을 때 죽든지, 두만강 건널 때 물에 빠져 죽든지 하지, 고향으로부터 1000km 떨어진 곳에서 죽게 생겼다고 생각하니 너무 서러웠다. 북한서 태어난 설움이 이렇게 크구나. 이 땅을 살아 넘어간다면 나 같은 장애인이 탈북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고 다짐했다.”

북한의 고난의 행군기였던 1996년 어느 날, 지 의원은 화물 열차서 석탄을 훔치려다 선로서 기절했다. 며칠 동안 음식을 먹지 못한 탓이었다. 화물 열차는 지 의원을 그대로 지나갔고 그는 한순간에 팔다리를 잃었다. 그의 나이 14세였다.

이후 지 의원은 ‘꽃제비’(집 없이 떠돌면서 구걸하는 가난한 북한 어린이) 생활을 했다. ‘거짓으로 가득찬’ 북한정권의 실상을 알게 됐고, 무엇보다 배고픔에 굶주려 매일이 지옥 같았다. 결국 그는 목발에만 의지한 채 두만강을 건너 중국, 동남아 등을 거치는 ‘죽음의 코스’를 지났다. 그렇게 그는 1만km를 돌고 돌아 2006년에 자유의 땅, 대한민국을 밟을 수 있었다.


지 의원은 10년 동안 한국서 북한 인권단체 ‘나우’(NAUH)를 운영하며 북한 탈북자들의 인권 개선에 목소리를 냈다. 2018년에는 미국 대통령의 의회에 초대돼 ‘백악관 연설’로 큰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이후 그는 21대 총선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12번을 배정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이 모든 게 그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지금도 잘 믿겨지지 않는다. 꿈같은 현실이고 기쁨이다. 오늘날이 있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다 도전이었다. 당선된 순간 탈북하다 잡혀 고문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고난의 행군기에 아사한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북한서 특권 계층이 아닌 꽃제비였다. 이런 내가 북한을 탈출해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면서 수백명의 탈북민을 구출했다. 그 활동을 인정받아 지금은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됐다. 내가 겪어온 고통스런 과정을 또 다른 누군가가 겪지 않도록 의정활동을 잘해낼 것이다.”

‘목발의 기적’ 자유 찾아 1만km 돌고 돌아
북 실상 알려 “아래로부터의 변화 꿈꾼다”

국제사회의 관심에도 문재인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에 여전히 미온적이다. 남북평화를 위해 북한이 가장 예민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북한 인권 자료집 발간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통일부 소속기관인 ‘북한인권기록센터’는 ‘2018년부터 북한인권 실태보고서를 영어 등 국제기구 공용어로 발간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지금까지 어떤 보고서도 내놓지 않고 있다. 지 의원은 일각서 제기된 북한인권법이 사문화됐다는 주장에 대해 공감하며, 문정부의 대북 정책에 아쉬움을 표했다.

“역사가 판단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로 통일이 된 땅에서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때, 정치적인 이념에 따라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를 다루지 않은 것을 역사는 기억할 것이다. 북한에선 여전히 정치범 수용소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제대로 먹지 못해 중국 땅으로 탈북한 여성들은 인신매매를 당하고 있다. 북한정권에 대해 눈치 본 것을 2500만명의 북한 주민들이 열람할 날이 올 것이고, 이는 부끄러워할 일이다.”

“북한 주민들의 정착 사안은 통일부가 아니라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와 같은 부서에서 관리해야 한다. 통일부는 북한과 협상만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탈북민들이 대체 무슨 죄인가. 남북협상이 계속 진행되는 상황이라 통일부에서는 탈북민들을 도외시하고 있다.”

최근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대북 전단 살포로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을 추진 중이다. 정부·여당 측에서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최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에선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강조하고 있다.
 

▲ 지성호 미래통합당 의원 ⓒ문병희 기자

“북한 주민들도 알 권리가 있다. 알 권리가 없었기 때문에 300만명이 굶어 죽었고, 정치범 수용소가 존재하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일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노예처럼 살고 있다. 5·18 민주항쟁처럼 북한도 아래로부터의 변화가 필요하다.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북한 인권운동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북한 사회 전반에 자유, 평등, 인권 등 인류 보편적 가치가 북한 주민들에게도 주어져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해줘야 한다.”

지 의원은 의원실 체제를 북한이탈주민 권익센터로 전환해, 북한이탈주민의 처우개선을 위한 의정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그는 현재 북한정권의 피해 당사자로서, ‘북한인권침해 피해보상 특별법’ 대표발의를 준비 중이다. 북한정권으로부터 인권침해와 탄압을 받은 탈북민들이 정부로부터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한 것이다.


“오토 웜비어 부모님과 친분이 있어, 서로 존경하며 북한 인권의 길에서 함께하고 있다. 탈북민들도 북한정권에 의한 피해 당사자다. ‘오토 웜비어법’처럼 북한정권에 의해 피해를 당한 북한 주민들도 웜비어식 배상 청구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했다. 탈북민들의 눈물도 닦아주고, 북한정권에게 행위는 책임이 따른다는 메시지를 보여줄 것이다.”

지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를 의족, 의수를 벗은 채로 진행했다. 국회의장의 상임위 강제 배정으로,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강제 배정된 그가 ‘독단정치’에 결연히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원래 지 의원은 외교통일위원회에 가서 통일과 북한 인권 개선 문제에 힘쓰고자 했다.

“희망 되겠다”

“요즘 보면 여야 관계가 남북관계보다 안 좋은 것 같다.(웃음) 북한정권에게 탈북자는 굉장히 숨기고 싶은 존재다. 탈북자들이 북한정권이 위협이 된다는 건 북한 주민들에게 주는 상징성이 크다. 북한 주민들의 고통의 끈을 끊을 수 있는 주체는 북한정권도, 남한도 아니다. 북한에선 계급이 세습되지만, 결코 신분이 인생을 옥죄일 수 없다. 북한 꽃제비가 남한에선 신분이 바뀌었다. 북한 주민들이 이를 알게 해야 한다. 아래로부터의 변화가 가능하다. 내가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 내 몸이 증명하고 있듯, 국민들께 북한의 인권침해 실상을 상세하게 알려 북한의 개혁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


<sangmi@ilyosisa.co.kr>
 

[지성호는?]

▲함경북도 회령 출생
▲나우 NAUH 대표
▲통일부 북한인권 조사 자문위원
▲제21대 국회의원(비례대표/미래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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