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발’ 삼척 노파 살인 사건 전말

2020.06.01 10:56:10 호수 1273호

13년 미제…진범 찾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16년 동안의 미제 사건 수수께끼가 드디어 풀렸다. 최근 강원도 삼척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진범이 밝혀진 것. 결정적 단서가 없어 난항을 겪던 수사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진범까지 찾게 한 증거가 무엇일까. 
 



보통 경찰은 살인·강도 등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의 경우 6개월 이상, 방화·강간 등은 3개월 이상 수사하다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 경우, 3년 정도 사건을 붙들고 있다가 미제 사건으로 편철한다고 한다. 살인·살인미수, 강도, 강간, 방화 등 주요 강력범죄의 경우엔 더 늘어난다. 이 같은 미제 사건들은 장기간 해결되지 않은 채 있다가 공소시효가 끝나 영구적인 미해결 사건으로 남는다.

실마리 풀려 

지난 2003년 강원 원주시 학성동의 한 건물 2층 다방 안에서 여주인 이모(당시 56세)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이른바 ‘맥심 다방 여주인 피살사건’의 유일한 단서는 다방 테이블 위 물 컵에 남은 ‘측면 쪽지문’이었다.

문제는 지문을 이루는 곡선인 지문선 등이 뚜렷하지 않아 사건 직후에는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었다. 도내 대표적 강력 미제 사건인 이 사건은 지난 9월 경찰이 지문자동검색시스템(AFIS)으로 당시의 쪽지문을 재검색하면서 14년 만에 쪽지문의 주인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탐문 수사 끝에 찾아낸 유력 용의자 최모(당시 40세)씨는 범행 다음 날 충북 청주의 한 모텔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피의자의 사망으로 이 사건의 공소권은 없어졌다.


그러나 현장에 남은 유일한 단서인 쪽지문을 끝까지 추적해 14년 만에 피의자를 특정하고 사건의 실체를 밝혀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16년 동안 범인을 잡지 못해 장기 미제 살인 사건으로 남아있던 ‘삼척 노파 살인사건’의 진범도 밝혀졌다. 진범은 이미 숨진 뒤라 죗값을 물을 수는 없게 됐다. 강원지방경찰청은 2004년 삼척서 발생한 노파 살인 사건의 진범이 A씨(당시 25세)인 것을 확인했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이 사건은 2004년 10월2일 삼척시 근덕면의 한 주택서 발생했다. 당시 70대 여성 B씨가 자택서 살해당한 사건이다. 당시 사건 현장에서는 범인이 물건을 뒤진 흔적은 발견했으나 피해자가 금품을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숨겨둬 도난당한 물품은 없었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피해자와 원한관계에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 4명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이들이 범인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했다.

결정적 단서 없어 미궁 속에 빠져
오른쪽 손톱서 채취한 DNA 일치

당시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만 해도 3000여명에 달했다. 미궁 속에 빠져 있던 이 사건 역시, 지난해 9월 경찰이 장기 미제 살인 사건 해결을 위해 수사전담팀을 확대하고 사건 기록을 다시 살펴보기 시작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당시 현장서 채취한 담배꽁초, 피살된 노인의 오른쪽 손톱서 채취한 DNA 등 증거물을 분석하면서 실마리가 잡히기 시작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추정 시간인 오후 8시서 10시 사이 주택서 임도로 1.7㎞가량 떨어진 7번 국도서 차량을 얻어 탄 남성에 주목했다. 그가 사건 발생지와 연고가 있으며 지리에 밝을 것으로 보고 수사망을 좁히기 시작했다.

그 결과 A씨가 10살까지 사건 발생지와 1.5㎞가량 떨어진 곳에 살았고, 피해자의 집과 가까운 곳에 친척집이 있음을 확인했다. 여기에 절도 전과가 있고 살인 사건 당일 차량을 얻어 탄 남성이 A씨라고 결론지었다.
 

특히 16년 전 사건 발생 당시 확보한 지문과 DNA가 결정적 증거가 됐다. 당시 차량서 확보한 지문과 A씨의 지문이 일치했던 것.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담배꽁초와 피해자 손톱 등 현장 증거물서 확보한 DNA 또한 A씨의 DNA와 일치한다는 감정 결과를 경찰에 통보했다.

교도소 수감과 병원치료, 휴대전화 기지국 정보 등을 분석한 결과서도 A씨가 물리적으로 삼척 근덕면서 범행이 불가능할 이유가 없다고도 판단했다. 그러나 A씨는 노파 살해 다음해 6월17일 도내 다른 지역서 절도를 시도하다가 피해자에게 발각돼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넘길 계획이다.

DNA법(DNA 신원확인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시행된 2010년 이전에 사건이 발생했고 유력한 용의자도 숨진 탓에 경찰은 A씨의 DNA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국과수가 A씨가 숨진 뒤 부검 관련 감정물 잔량을 가지고 있었던 덕에 뒤늦게나마 진범을 밝혀낼 수 있었다. 경찰은 사건 현장서 발견된 발자국과 범행도구가 하나뿐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A의 단독범행이라고 결론지었다. 

단독범행

경찰 관계자는 “억울하게 돌아가신 피해자의 명복을 빌며, 큰 아픔을 겪은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남아 있는 장기 미제 살인사건 해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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