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이후…> ③이낙연 대권 시나리오

2020.04.20 10:25:41 호수 1267호

용꿈 꾸는 이무기…승천만 남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독주가 시작됐다. ‘미니 대선’으로 일컬어지는 종로 승리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당선자에게 돌아갔다. 범이 날개를 얻은 격이다. <일요시사>는 ‘날개 단 호랑이’인 이낙연 당선자의 대권 시나리오를 그려봤다.
 

▲ 지난 15일, 21대 총선서 당선을 확정지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꽃다발을 들어보이고 있다.


완전한 압승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당선자는 5만4902표(58.3%)를 획득,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황교안 후보의 3만7594표(39.9%)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여야 대선주자 선호도 1위 간의 맞대결은 그렇게 다소 싱겁게 끝났다.

미니 대선
압승 거둬

이 당선자는 본인 스스로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통합당 황교안 후보라는 가장 위협적인 잠룡을 제거하는 데 성공한 점이 최고의 결과 중 하나다. 복수의 여론조사서 이 당선자는 대선주자 선호도 1위, 황 후보는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양강 구도다. 그러나 황 후보는 이 당선자와의 대결서 낙선하면서 정치적으로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 이는 대권 레이스서의 이낙연 독주를 의미한다.

독주는 ‘이낙연 대세론’과 궤를 함께한다. 이 당선자에게 종로서의 승리는 선수를 하나 더 한 것 이상의 의미다. 종로는 윤보선·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만 3명을 배출한 지역이다. 잠룡급 인사라면 누구나 탐낸다.

정치권에선 종로를 ‘대권의 교두보’라 부른다. 종로서의 승리로 이 당선자는 자신이 당내 가장 경쟁력있는 잠룡이라는 인식을 민주당 지지층에게 각인시켰다. 민주당 내 주류 계파인 친문(친 문재인)으로부터 ‘눈도장’을 받는 데도 성공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 당선자는 자신의 승리는 물론, 민주당의 압승도 견인했다. 이 당선자는 앞서 같은 당 이해찬 대표와 함께 ‘투톱’을 결성,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선거전을 치렀다.

이 당선자는 민주당 후보 지원유세를 위해 전국을 누볐다. 또 40여명에 달하는 민주당 후보 후원회장을 맡았다. 이 당선자가 후원회장을 맡은 후보들 중에는 강훈식·백혜련·김병욱·박정 등 이미 20대 국회서 활동한 정치인도 있지만, 고민정·이탄희·김용민·김주영 등 21대 국회가 처음인 정치인도 다수 있다.

독주체제 구축 ‘적이 없다?’
‘독이 든 성배’ 친문 견제는?

이들은 향후 ‘이낙연계’로 활동할 전망이다. 이낙연계가 아니더라도, 이 당선자에게 우호적인 세력으로 성장할 공산이 크다. 정치권은 이 당선자의 약점으로 당내 입지가 약하다는 점을 꼽아왔다. 지난 2014년 7월 전남도지사로 당선된 이후 이 당선자가 줄곧 여의도에서 멀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대권을 위해서는 든든한 우군이 필수적이다. 이 당선자에게 도움을 받은 정치인의 여의도 입성은 향후 이 당선자가 민주당 대선주자 경선에 나섰을 때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당선자가 수많은 후보들의 후원회장을 자청한 이유에 대해, 차기 대선을 준비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한다.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는 점도 이 당선자 입장에선 큰 수확이다. 그간 이 당선자에게는 ‘호남 정치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전남 영광서 태어났으며,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또 역대 총선서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서만 4선을 했다. 이후에는 전남도지사를 역임했다.

이번 종로서의 승리, 전국 지원유세라는 대선주자급 행보로 이 당선자는 호남 정치인이라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이미지를 완전히 뗄 수 있게 됐다. 이를 증명하듯 이 당선자가 지원유세를 가는 곳마다 유권자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대통령’이라고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이번 21대 총선은 이 당선자의 전국적 인지도를 확인하는 선거이기도 했다.
 

▲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발판을 마련하긴 했지만, 이 당선자에게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눈앞으로 다가온 당권 레이스에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일이 그 중 하나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임기는 오는 8월24일에 종료된다.

민주당 안팎에선 유력 당권주자로 송영길·우원식·홍영표 등을 꼽는다. 이들은 모두 21대 총선서 승리한 중진이다. 이 외에도 김부겸·김영춘·최재성 등 21대 총선에서 석패한 중진들이 정치적 재기를 위해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호남’ 꼬리표 떼고
계파 문제는 숙제


이 당선자 입장서 당권은 ‘독이 든 성배’일 수도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당선자가 당권을 차지해 잠룡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이 대표의 임기가 끝나갈수록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당선자의 리더십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문제는 임기다. 민주당 당헌·당규 상 대선에 출마하려는 자는 대선 1년 전부터 당직을 맡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차기 대선은 2022년 3월에 열린다. 즉 이 당선자가 당권을 잡더라도 2021년 3월 이전에는 대표직서 내려와야 한다. 7개월짜리 시한부 당 대표인 셈이다.

‘이낙연 대망론’을 주장하는 측은 이 당선자가 ‘문재인식 대권 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5년 2월부터 1년여 간 민주당 당 대표를 역임한 뒤, 20대 총선을 앞두고 대표직서 물러났다. 이후 문 대통령은 19대 대선에 출마해 대권을 잡았다.

마찬가지로 이 당선자 역시 오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서 민주당 당권을 잡았다가 2021년 3월 대표직을 사퇴, 20대 대선으로 직행한다면 대권까지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반면 이 당선자가 당권 레이스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총선만큼 당권 경쟁도 그야말로 진흙탕 대결이기 때문이다. 역대 가장 무난했다고 평가받는 8·25전당대회 때도 이해찬·송영길·김진표 등 당권주자들은 선거일이 다가오자 상대 후보에 대한 공세를 펼친 바 있다.

이 당선자가 당권 레이스에 합류했다가 친문 후보의 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대 총선서 ‘친문의 힘’이 증명된 만큼, 오는 민주당 전당대회 때도 후보들 간 친문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친문 경쟁의 포화 속에서 계파색이 옅은 이 당선자가 자칫 타깃이 될 수 있다. ‘집안 대결로 생긴 상처가 더욱 쓰리다’는 말은 정치권의 오래된 속설 중 하나다.

이 당선자는 당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에 집중할 계획이다.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그는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이다. 이 당선자는 지난 16일 국회서 열린 민주당 미래준비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국민의 지엄한 명령대로 코로나19와 경제 후퇴라는 국난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며 진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선 후 당내 역할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코로나19) 국난 극복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답했다. 이 당선자는 긴급재난지원금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 코로나19 대응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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