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는 중고나라 피해자, 왜?

2019.08.12 10:45:45 호수 1231호

“당했다” 목소리 모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뭉쳐야 산다. 중고나라 사기 피해자들이 한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피해자들은 한자리에 모여 결속력을 다지고 있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유와 목적에 대해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 최근 저렴한 중고 물품을 찾는 이용자가 부쩍 늘면서 중고거래 사이트서 사기 피해를 입는 사용자들이 늘고 있다.


회원수 1800만을 자랑하는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는 개인 간의 중고거래가 쉽게 가능해 네티즌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중고나라에서만 모바일 거래액이 3421억원에 달할 정도로 많은 거래가 이뤄졌다. 이 카페에는 전자기기, 의류, 콘서트 티켓 등 다양한 상품들이 매물로 나오면서 새로운 중고장터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카페의 회원 수가 늘어나면서 사기 수법의 온상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피해금↑ 

인터넷이 발달하자 사기 범행은 더욱 교묘해졌다. 허위 매물로 구매자를 현혹시켜 돈만 따로 챙기는 수법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인터넷 사기 검거 건수 총 3만1838건으로 이 중 중고나라 피해사례는 약 67%를 차지했다. 

중고나라 카페를 단순히 소액사기꾼들의 소굴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지난 6월 경남 거제경찰서는 중고나라 카페에 명품을 판매한다는 허위 글을 올려 약 8000만원을 챙긴 혐의로 A씨를 구속한 바 있다.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9개월간 샤넬 가방 등 해외명품을 판매한다는 글을 올린 뒤, 이를 보고 연락한 피해자 28명으로부터 총 78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1인당 피해액은 최소 200만원서 최대 790만원으로 파악됐다. 


중고 물품을 원하는 구매자는 자신이 원하는 상품이 저렴한 가격에 나오면, 댓글로 구매의사를 밝히고 해당 계좌에 돈을 입금한다. 정상적으로 물건을 받으면 다행이지만, 약속된 날짜에 물품이 오지 않거나 제대로 된 물건이 오지 않으면 중고거래 사기를 의심하게 된다. 

사기를 당한 사람은 대처 방안을 찾다가 물건을 보내주기로 약속한 사람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과거에 전적이 있었는지 파악하게 된다. 이 과정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것이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과 ‘더치트’ 사이트(이하 더치트)와 같은 사기피해 정보공유 사이트이다. 

회원 1800만 다양한 상품 ‘중고장터’
카페 거래 늘면서 사기 온상으로 변질

현재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는 약 50개의 중고나라 피해자들 모임방이 존재한다. 피해자 인원이 적은 방은 2명, 많은 방은 39명가량 되는데 전체를 합치면 피해인원만 약 1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오픈 채팅방서 피해를 입은 사람끼리 모여 피해담을 공유하고 앞으로의 대책을 논의한다. 

사기 피해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더치트를 이용하기도 한다. 더치트란 금융사기 피해자들이 제공한 피해정보를 게시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사기 피해를 예방하는 사이트다. 금융사기 피해자들이 사기 범죄에 활용한 ID, 연락처, 계좌번호 등의 이력을 더치트에 등록하면, 정보를 공유해 다른 거래자의 피해를 예방한다.

집단지성을 통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며, 피해사례를 등록한 피해자에게는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 사기범의 활동 소식과 통계자료 및 사기범의 검거 소식도 확인할 수 있다. 

더치트에선 피해자들을 모집하는 글을 올린 다음, 카카오톡 채팅방서 피해자들과 교류한다.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을 최대한 모아야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사기의 대상이 되는 물품은 아이폰, 맥북, 에어팟 등 전자기기다.

맥북 관련해 사기를 당한 B씨는 “저렴한 가격에 맥북을 판다는 글이 올라와 연락을 취했다. 판매자와 연락을 마치고 곧바로 입금해 물건이 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배송일이 다가와도 아무런 소식이 없자 불안해서 댓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나와 비슷하게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있기에 연락을 취해 채팅방을 개설했다. 이후 서로의 자료를 수집해 고소를 진행하는 것이 좀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 최근 중고 거래 카페 회원 수가 늘면서 사기의 온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후 B씨를 포함한 피해자들이 같이 고소를 진행하면서 수사가 이뤄졌다. 결국 허위로 물품을 올리고 돈만 챙긴 범인이 잡혔고, 사건은 일단락됐다. 


B씨는 “사기를 당했다는 생각이 들자 많이 당황스러웠다. 나 말고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되자 신고를 하는 과정에서도 의지가 되었고, 좀 더 확실하게 신고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혼자였으면 용기가 나지 않았을 뿐더러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을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법조계 전문가들도 인터넷 물품거래 사기 관련 피해를 입었을 경우 범죄자 정보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공동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이 모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황미옥 변호사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서 “피해자가 많을수록, 피해 금액이 커질수록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와 형량이 높아진다. 해당 중고거래 사이트나 SNS 등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함께 모아 고소를 진행하시는 것이 조금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공동대응
 
중고거래를 해야 할 경우 가급적이면 직접 거래를 하는 것이 좋다. 현장서 직접 물건을 확인할 수 있고, 돈을 내고 물건은 받지 못하는 경우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고나라 운영자는 “법에서 정한 의무들은 모두 공지하고 확인하고 있다”며 “다만 워낙 거래가 많다 보니 회원들이 어떤 거래를 하는지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휴가철 인터넷 사기 유형

여름 휴가철을 맞아 여행상품 등과 관련된 인터넷 사기 범죄를 막기 위해 경찰이 특별단속에 나선다. 경찰청은 이달 말까지 휴가용품과 여행상품 판매를 빙자한 인터넷 사기 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경찰은 이 기간 동안 적극적인 수사로 범인검거와 피해 예방에 나설 방침이다. 

이번 단속 기간 중 중점 단속 대상은 숙박권 등 여행상품 판매 빙자 사기, 물놀이 용품 등 하계 휴가용품 판매 빙자 사기, 인터넷 사기에 이용되는 대포통장 매매행위 등이다. 

경찰은 지난해 여름 휴가철 기간(7∼8월) 인터넷 사기 단속 기간을 운영한 결과, 517건의 사건 중 45명을 검거해 그중 15명을 구속했다. 


실제 네이버 중고거래 카페에서 ‘여행상품을 판매한다’고 속여 29명으로부터 5937만원을 빼돌린 피의자, ‘숙박권을 양도한다’고 속여 96명에게 4370만원을 빼돌린 피의자 등이 지난해 여름 구속됐다.

경찰은 전국에서 발생하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건에 대해서 책임수사관서를 지정해 사건을 병합 수사한다. 이후 다중피해 쇼핑몰 사기 사건은 지방청 사이버수사대에서 직접 수사하도록 하는 등 범인을 조기에 검거할 수 있도록 수사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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