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고발’ 보수단체의 근거

2019.04.01 10:25:31 호수 1212호

남한 오면 ‘로마 규정’ 따르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한 땅을 밟는 즉시 체포돼야 한다는 취지의 고발장이 접수됐다. 김 위원장의 방남이 체포 시점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앞서 남북정상회담서 김 위원장의 방남을 논의한 바 있다. <일요시사>는 고발장 내용을 통해 김 위원장을 체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거를 들여다봤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보수·탈북민단체 56곳은 지난 27일 ‘김정은 국내법 고발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체장들은 김 위원장이 대한민국 땅을 밟는 즉시 체포·수사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각 체포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는 기자회견서 “현행법은 ‘대한민국 영역 밖에서 집단살해죄 등을 범하고 대한민국 영역 안에 있는 외국인에게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이 대한민국 땅을 밟는 순간 처벌할 근거가 생긴다”며 “김정은의 방남이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으나, 현실화할 때를 대비해 미리 고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발장에 적시된 법적 근거는 ‘국제형사재판소 관할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다. 해당 법률은 2007년 12월 공표된 국내법이다. 동 법에는 ‘인도에 반한 죄’가 규정돼있는데 ▲민간인 살해 ▲노예화 ▲신체적 자유 박탈 ▲구금 또는 고문 ▲강간·성적 노예화·강제 매춘·강제 임신 등이 그것이다.

앞서 2013년 4월 유엔인권이사회의 결의로 구성된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1년 간의 조사 끝에 2014년 2월 <북한인권실태 조사보고서>를 공표했다. 보고서에서는 북한서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반인도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고 고발했다.


370여쪽의 보고서에는 ‘식량권 유린’ ‘정치범 수용소의 인권 침해’ ‘고문과 비인도적 처우’ ‘임의적 체포와 구금’ ‘기본적인 인권과 근본적인 자유에 대한 조직적인 거부와 침해 등의 차별’ ‘표현의 자유 침해’ ‘생명권 침해’ ‘이동의 자유 침해’ ‘강제 실종’ 등 총 9개 분야에 걸쳐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해당 보고서는 이러한 반인도적 범죄의 책임이 북한의 3대 ‘수령’(김일성·김정일·김정은)에게 있다고 적시했다. 보고서에서는 김 위원장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규정하며, 국제형사재판소 회부 또는 유엔총회의 결의로 구성되는 특별법정에 회부해 처벌할 것을 건의했다.

국제형사재판소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로마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존재해야 한다. 로마 규정은 ▲집단살해 ▲반인도 범죄 ▲전쟁범죄 ▲침략행위를 4대 범죄 행위로 규정한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은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되지 않았다. 로마 규정 서명국의 국민이나 영토 안에서 범죄행위가 자행됐을 때만 국제형사재판소가 능동적으로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로마 규정 서명국이 아니다.

COI는 다른 방법을 강구했다. “유엔안보이사회가 요구하는 안건은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될 수 있다”는 로마 규정 제13조 나항에 의거해, 보고서를 안보이사회에 회부할 것을 유엔총회에 건의했다. 2015년에서 2017년까지 3년에 걸쳐서 안보이사회서 보고서의 처리 문제가 토의됐으나, 거부권을 보유한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로 김 위원장의 국제형사재판소 회부는 실현되지 못했다.

김, 반인도 범죄 COI보고서 보니…
로마 규정 123개 서명국 중 하나

그렇다면 56개 보수·탈북민단체가 “김 위원장의 방남 즉시 체포해야 한다”고 말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북한과는 반대로 우리나라는 로마 규정 123개 서명국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2년 로마 규정에 서명했다. 단체 측이 법적 근거로 제시한 국제형사재판소 관할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로마 규정을 토대로 지난 2007년에 제정됐다.

동 법률 제3조(적용범위)를 보면 “이 법은 대한민국 영역 밖에서 집단살해죄 등을 범하고 대한민국 영역 안에 있는 외국인에게 적용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외국인에 대한 정의는 ‘대한민국 국적을 갖지 않은 자’다.

즉 보수단체의 해석은 반인도적 범죄를 저질렀다는 COI 보고서를 근거로 김 위원장이 우리나라 땅을 밟으면, 그는 범죄 혐의가 있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영토 안에서 체포해 국내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인권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사례가 있다. 유엔인권이사회는 지난 22일(현지시각) 북한의 인권 문제를 규탄하고 책임을 촉구하는 내용의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는 17년 연속 채택이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인권이사회는 해당 결의안서 “북한의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침해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이런 인권침해 중 많은 사안은 반인도 범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이 인도주의 기구들의 접근을 막아 북한의 인권 상황이 과거에 비해 더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또 정치수용소뿐 아니라 일반수용소서도 살인, 강제노동, 고문, 공개 처형, 자의적 구금 등 반인도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근거는?

결의안에서는 북한 당국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인도 범죄와 인권유린 책임자들을 기소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시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국제형사재판소 회부에 나선다는 기존의 입장 역시 고수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정은 방러 시그널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6박7일 간의 방러 일정을 마쳤다. 김 부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측근 인사 중 한 명이다.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 격인 김 부장은 김 위원장의 대외 방문 의전 책임자다.

지난 19일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러시아 모스크바에 도착한 김 부장은 4박5일 동안 체류하며 크렘린궁 행정실을 여러 차례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부장의 러시아 방문은 김 위원장의 방러가 임박했음을 시사한다.

김 부장은 모스크바서 김 위원장의 방러 시기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일정 및 장소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구체적인 일정과 장소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러시아 측은 김 위원장의 방러에 대해 원칙적인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자국 기자들에게 “북한 지도자의 러시아 방문은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되고 준비되고 있다”며 “장소와 시기, 다른 회담 관련 사항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이루어지는 대로 관련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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