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 ‘이상한 배당’ 내막

2019.01.29 08:46:42 호수 1203호

오너 일가 챙긴 돈만 수천억?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동서의 지난해 실적이 급감했다. 긴축 재정에 들어가야 할 상황이지만 오히려 대규모 배당을 실시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주주친화정책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너 일가의 지분이 70%에 육박해 그들의 곳간을 채우기 위한 배당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동서는 국내서 인지도가 높은 식품기업이다. 동서그룹은 1975년에 설립됐다. 초창기엔 포장제품 제조업을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한 후 식자재 유통업, 해외영업, 구매대행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동서그룹이 일반 소비자에게 인지도를 높인 것은 커피를 통해서였다. 

하향세

주력 계열사인 동서식품의 믹스커피 맥심은 동서그룹을 알린 결정적인 상품이다. 1980년 발매된 이후 동서식품의 주력 브랜드로 성장해 국내 믹스커피 시장 점유율 80%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동서그룹 지주사인 동서는 2017년 연결기준 매출액 5590억원, 영업이익 47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쯤되면 국내의 어엿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셈이다.

하지만 최근 맥심의 판매량이 예전만 못하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커피믹스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섰기 때문이다. 커피믹스 시장규모는 2012년 1조2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차츰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2017년 8400억원까지 감소한 시장은 지난해 7000억원대로 시장규모가 축소된 것으로 전망된다.

주력계열사 동서식품의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그 영향이 동서에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동서식품의 실적에 따라 동서에 배당하는 등의 효과로 재무구조가 개선되기 때문이다. 동서는 동서식품의 지분 50%를 쥐고 있다. 


이미 증권시장에선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하다. 동서식품의 주가 흐름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015년 8월 4만7000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내리 하향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3일 종가 기준 1만9350원으로 41%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하향 추세는 실적 부진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2015년 488억4239만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456억252만원 수준으로 감소했다가 2017년 476억7346만원으로 회복했지만 2015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 모습이다.

지난해의 동서 실적 역시 아쉬운 모습이었다. 동서는 지난해 연결기준 5635억2457만원을 기록해 전년 5590억8036만원 대비 0.7% 성장하는 데 그쳤다. 반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32억1017만원, 1199억1876만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9.3%, 4.8% 축소됐다.

실적 줄었는데 주주에 배당 강행
오너 고배당 왜?…주주친화 정책?

동서는 올해도 배당을 했다. 지난 21일 공시에 따르면, 동서는 결산 배당을 실시했다. 1주당 700원의 현금을 배당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공시 기준 시가배당율은 3.7% 수준이다. 이렇게 배당되는 금액은 690억7076만원 수준이다. 일각에선 오너 일가에게 배당금의 절반 이상이 흐르는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온다. 57%의 배당성향으로 지난해 코스피 기업의 평균 배당성향 18.3%보다 높은 수준이다.

동서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주주구성을 살펴보면 소액주주는 24.54%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데 그친 반면 김석수 회장은 19.36%로 20%에 육박했다. 그의 친족 및 특수관계자의 지분을 합치면 지분율은 67.24%까지 오른다. 이번에 배당되는 금액의 70%에 육박하는 액수가 오너 일가로 향하는 셈이다.
 

▲ 김석수 동서 회장

일각에선 실적을 감안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배당하는 것을 두고 말이 많다. 오너 일가라는 점 때문에 후한 배당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동서는 지난 12년간 꾸준한 배당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높은 배당을 통해 수천억원을 챙겼다. 2007년 160억원, 2008년 181억원, 2009년 201억원, 2010년 240억원, 2011년 272억원, 2012년 323억원, 2013년 367억원, 2014년 402억원, 2015년 444억원, 2016년 448억원, 2017년 466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지난해 결산배당으로 챙긴 금액은 464억원으로 12년간 배당 명목으로 가져간 액수는 3970억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동서가 오너 일가의 곳간을 지나치게 챙겨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 현재 동서의 상황이 긍정적이지 않은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더하고 있다. 

동서식품은 매출의 90% 이상이 국내서 발생하기 때문에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판매처의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된다. 동서식품 역시 지난 2015년 판매처 다변화를 위해 중국시장을 검토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동서식품의 지분 절반을 가지고 있는 크래프트푸즈의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크래프트푸즈의 자회사 몬델레즈가 중국시장에 진출해 있어 집안싸움이 될 수 있다는 것. 이후 뚜렷한 해외진출이 없어 향후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합리적 판단?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주에 대한 배당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며 “경영 판단에 따라 투자나 배당을 하는 것인데 투자가 필요해 보이는 상황에서 고배당을 실시하는 것이 합리적인지에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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