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10대 ‘새터민’들이 늘고 있다. 자유를 찾아 사선을 넘은 이들은 무사히 남한에 왔다는 안도감이 가시기도 전 여러 가지 장애물과 맞닥뜨린다. 문화적 차이와 편견, 자신을 향한 동정어린 눈빛과 외로움이 그것. 이 때문에 안 그래도 세상에 대한 반항심으로 가득 찬 청소년기를 누구보다 힘들게 보내고 있다.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을 포기한 아이들은 일탈의 길을 걸으며 나락에 빠지기도 한다. 문제는 이들이 쉽게 범죄의 덫에 빠질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청소년 새터민을 위한 특화된 교육체제나 정책은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청소년 새터민들의 만만찮은 남한 적응기를 짚어봤다.
새터민(탈북자) 1만명 시대다. 죽을 고비를 무릅쓰고 자유를 찾아 온 새터민들. 그들에게 남한생활은 녹록치 않다. 가난과 외로움, 편견과 맞선 그들의 남한 적응기는 오늘도 힘겹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이 느끼는 혼란과 소외감은 성인과는 견줄 수 없을 정도. 한창 예민하고 감정기복이 심한 사춘기 시절, 사선을 넘나들며 몇 년 동안 불안정한 생활을 한 이들은 꿈에 그리던 남한에 와서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또래에서 벗어나 일탈행위를 하는 청소년들도 적지 않다.
경기도 모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새터민 A군(20)도 남한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는 케이스다.
2006년 가족과 함께 남한에 온 A군은 지난해 이 학교에 입학했다. 일반적인 남한 학생이라면 고3에 해당하는 나이지만 여느 새터민과 마찬가지로 또래보다 한참 어린 학생들과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게 된 것. 몸도 마음도 이미 성인으로 접어들었지만 자신이 보기엔 한없이 어린 학생들과 같은 대우를 받으며 중학생의 삶을 살아야 했다.
생각보다 학교생활은 훨씬 어려웠다. 의사소통부터 문제였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북한에서 쓰는 단어들과 억양이 튀어나오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거나 억지로 웃음을 참는 반 친구들의 반응은 참기 힘들 만큼 부끄러웠다. 결국 교실에서는 입을 굳게 닫고 사는 일이 많아져 자연스레 친구를 만들 기회가 줄어들었다.
학습 진도를 맞추는 것도 힘들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학원이며 과외며 각종 사교육을 받은 친구들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북한과는 너무나 다른 생활습관이나 사고방식에 적응하는 것도 녹록치 않았다. 하나원에서 남한생활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은 받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결국 A군은 학교를 빼먹는 일이 잦아졌다. 아침에 눈뜰 때마다 학교에서의 일과를 마칠 생각에 눈앞이 까마득해 결석하는 날이 늘어났던 것. 함께 살던 친누나와 매형의 눈을 피해 학교가 아닌 다른 공간을 떠돌기 일쑤였다.
그가 바깥세상에서 어울린 사람은 자신과 같은 새터민 청소년들이었다. 비슷한 이유로 학교를 뛰쳐나온 친구들을 만났을 때 유일하게 안도감을 느꼈다. A군은 친구들의 집을 전전하며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세상을 원망했다. 신분은 중학생이지만 어른에 가까운 나이인 A군은 서슴없이 술집을 출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성교제도 시작했다. 새터민인 여자친구와 동거생활까지 하면서 일탈행위는 점점 더해갔다. 남한친구도 생겼다. 그들은 대부분 불량학생들로 A군은 누나와 매형이 집을 비운 대낮 이들을 불러 술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A군에게 몇 배 더 관심과 정을 쏟으며 교육했던 학교 선생님들도 점차 비뚤어져가는 A군을 바로 잡기가 어려워져갔다. 수십년 동안 교편을 잡았던 교사에게도 새터민 청소년의 교화는 쉽지 않았다. 결국 A군은 친구들처럼 자퇴를 심각하게 고려하는 형편이다.
A군처럼 학교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새터민 청소년은 적지 않다.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10대 새터민의 수는 1500명 정도. 이 중 일반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의 중도 탈락률이 2007년 기준으로 10.8%에 달한다. 이는 2005년 2.6%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처럼 청소년 새터민들이 남한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탈의 길을 걷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북한과는 다른 문화에서 오는 이질감이 이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언어에서부터 식습관, 가치관, 사고방식까지 수년간 익혀온 모든 것을 한순간에 버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또 탈북과정에서 느낀 심리적 불안감 또한 만만치 않은 고통이다. 목숨을 걸고 남한으로 들어오는 과정은 성인들도 견디기 힘든 시간들이다. 이 과정에서 겪었던 초조한 절박감은 평생 뇌리에서 지우기 힘든 트라우마로 남을 가능성이 많다.
갑자기 맞은 자유도 청소년들에겐 독이 될 수 있다. 억압된 채 자유의 의미조차 모르고 살아온 이들 청소년에게 자유는 자칫하면 방종으로 변질될 수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일탈행위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필연적으로 따라 오는 가난과 차별, 주위의 동정어린 시선과 향수병 등도 청소년들이 감당하기엔 힘든 장애물이다.
학교에 적응 못하고 방황하는 청소년 새터민 늘어
가난과 편견, 정체성 혼란 겪으며 이방인으로 낙인
문제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청소년기를 보낸 이들이 성인이 되면 범죄의 수렁에 빠지기가 쉽다는 것. 현재 탈북자들의 범죄는 점차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찰대학부설 치안정책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7년 1월말까지 국내에 정착한 탈북자 8835명 중 20%가량인 1687명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국내 범죄율 4%에 비해 5배나 높은 수치다. 점점 늘어나는 탈북자 범죄에 일탈 청소년들까지 가세할 우려가 높다.
이처럼 청소년 새터민들의 일탈행위가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될 것을 예고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은 전무하다. 새터민을 위한 대안학교들이 만들어져 이들의 남한적응을 도우려고 애쓰고 있지만 모든 청소년들을 커버하기엔 무리가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새터민들의 일탈은 결국 남한사회의 사회적,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들에게 맞는 특화된 교육을 만들어 남한사회에 적응하는 시간을 최소화시키는 노력이 절실하다”라고 입을 모은다.
“탈북자 고용했다”속여 지원금 타낸 50대 구속
탈북자 고용지원금 2600만원 ‘꿀꺽’
전주지법 형사1단독 진현민 판사는 탈북자를 고용한 것처럼 가짜서류를 꾸며 고용지원금을 타낸 혐의(북한이탈 주민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모 인터넷신문사 대표 최모(58)씨에 대해 징역 8월에 추징금 16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탈북자와 관련한 고용지원금 신청서를 허위로 작성, 제출하는 수법으로 2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2600여만원의 고용지원금을 지급받았고 그중 상당액을 쓴 것으로 보여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이 재판에서 변명으로 일관하며 자신의 범행을 뉘우치지 않고 부당하게 지급받은 고용지원금도 전혀 반환하지 않은 점 등으로 비춰 실형으로 엄벌함이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2006년 4월부터 최근까지 탈북자를 고용하면 임금의 50% 내에서 2년간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 탈북자 5명에게 임금을 지급한 것처럼 각종 서류를 꾸며 통일부에서 2600여만원을 타낸 혐의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