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조 “정권 비판·서민을 위한 보도 사라질 것”
일각선 “지상파 독과점체제 유지하려는 자사 이기주의”
MBC노조를 비롯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지난 12월26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한나라당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을 막기 위해서다업과 신문 등이 지상파 방송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한 이 안에 대해 언론노조는 “재벌과 조중동 등 신문에 언론을 갖다 바치는 언론 악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신문시장의 70%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조중동과 막강한 자본력의 재벌이 방송까지 장악하게 되면 그 누구의 견제와 감시도 받지 않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방송사들은 인지도 있는 아나운서들이 길거리 선전전을 펼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얻고 있다.
총파업은 MBC, SBS, EBS, CBS 등 전국언론노동조합 산하 주요 방송사 노조가 적극 동참했으며 1997년 노동법 개악, 1999년 방송법 개정 반대에 이어 9년 만이다. 언론노조는 한나라당의 7개 언론관계법은 재벌과 보수 신문들 위주로 방송계를 재편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7대 언론관계법은 디지털 다채널 시대와 국내 방송시장 개방에 대비, 미디어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용하고 방송사에 대한 소유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나운서들도 거리로
그러나 여론의 독과점으로 인한 의도적인 ‘쏠림현상’이나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의 상대적 박탈감, 그리고 방송사의 위상 재설정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MBC는 ‘민영화’ 문제와 맞물리면서 총파업에 가장 적극적이다. 서울본사와 지방 계열사 조합원 2200여 명 중 상당수가 파업에 동참했고 생방송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진행자가 교체됐다.
MBC는 지난 12월19일부터 <뉴스데스크> 등을 통해 개정안에 반대하는 보도를 2~3꼭지씩 거의 매일 내보내며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아나운서들도 거리에 나서 파업 정당성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MBC가 총파업에 가장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MBC 노조는 7개 개정안에 대해 ‘공영방송’ MBC를 무력화해 대기업과 보수신문에 방송을 넘겨주려는 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MBC 노조 측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공공서비스의 영역으로 두지 않고 보수신문과 재벌에게 통째로 넘겨주려는 ‘먹잇감’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라며 “장기 집권을 위해 보수신문에는 먹거리를, 대기업에는 영향력 확대의 기회를 주어 상호이익을 도모하는 전형적인 3자 카르텔 법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 법안의 가장 큰 문제점에 대해 “지상파 방송, 종합편성채널, 보도채널을 통해 재벌이나 조중동이 방송뉴스를 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뉴스를 통해 조중동과 재벌이 여론장악을 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 “정병국 위원장이 수백개 다채널 시대 미디어산업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반복하고 있는데 법안에서 뉴스 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을 없애도 미디어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 대자본과 조중동의 콘텐츠를 결합시켜 멋진 드라마나 오락프로를 제작해 한류를 일으키게 하면 된다. 미디어산업 발전은 핑계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나라당 법안들이 통과될 경우 방송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MBC가 조중동에 넘어가면 지상파 방송은 정권 비판이나 서민을 위한 보도는 사라지고 기득권층 1%를 위한 방송이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MBC의 주장에 대해 일각에서는 ‘자기 밥그릇 챙기기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방송 산업에 대한 신규 사업자의 진출을 원천 봉쇄해 장기간 누려 온 지상파 독과점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자사 이기주의의 발로라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MBC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지분의 70%, 정수장학회가 30%를 갖는 소유구조를 근거로 공영방송임을 내세우고 있으나 재원은 100% 가까이 광고에 의존하는 등 여느 민영방송과 다를 게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MBC는 공영과 민영방송이 뚜렷하게 분리되지 않는 현 방송 구조에서 민영화가 거론되면 ‘공영방송’이라고 주장하고 시청자나 국회의 감시 문제가 제기되면 ‘상법상 주식회사’라는 이중 논리를 내세워왔다”고 강변했다.
그는 또 “MBC 노조가 다른 방송사와 달리 곧장 ‘전면파업’에 들어간 것도 시청자를 볼모로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뜻이다”며 “미디어 관계법 개정안에 대해 지상파들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언론노조가 주도하는 연대 파업의 동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다”라고 덧붙였다.
엄기영 MBC 사장은 담화문에서 “방송법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방송의 상업화와 여론의 독과점 현상 등 부정적인 여파가 밀려올 것이며 공영방송 MBC의 위상을 지켜야 한다는 데 노와 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하면서도 “노조의 파업 자제와 함께 정치권의 강행 처리가 아닌 사회적 합의 절차를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MBC의 한 관계자는 “파업 참여율은 높지만 명분이 애매하다는 인식도 있다”며 “미디어 관계법 개정안에 대해 가만히 있을 순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참가한다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언론사에 책임 물을 것”
언론노조가 총파업을 감행하자 정부는 잇달아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노동부는 언론노조의 총파업을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고,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에게는 민·형사상 불이익이 수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동부는 “총파업은 노사간 교섭 대상에 속하지 않은 사유를 내건 불법 파업이다”라며 “특히 MBC 등 방송사의 파업은 국민 재산인 전파를 특정 방송사의 사적 이익을 위해 사유화하는 행위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비윤리적인 행위다”라고 비난했다.
노동부는 이어 “정치 투쟁을 벌이면서 파업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파업 참가자에 대해서는 해당 언론사의 사규에 따른 조치가 있어야 하고, 조치가 없으면 국민이 그 언론사에 대해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