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압승’ 민주당 부작용 셋

2018.06.25 09:42:39 호수 1172호

이기고도 바짝 엎드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지난 6·13 지방선거서 압승한 민주당이지만 고민이 여간 많은 게 아니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서 승리한 까닭은 야당의 지리멸렬을 꼽을 수 있겠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국민적 기대 역시 간과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자체적으로 선거의 향배를 갈랐다기보다 외부적 요인이 다소 결정적이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선거 결과에 걸맞은 실력과 성과로 평가받겠다는 입장이지만 그리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싱크탱크는 이번 지방선거의 승리를 당 자체의 성과라기보다 외부적 요소가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민주연구원의 박혁 연구원은 지난 17일, 이슈 브리핑을 통해 “보수 세력의 지리멸렬에 따른 반사이익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잘해서?

연구원은 이어 “정부출범 1년 차의 밀회선거였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능력과 성과가 낳은 결과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 역시 지난 20일 오전 국회서 열린 고위 당정청회의서 “승리에 도취하지 않겠다”며 겸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결정과 선택이 현명하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선거 전후로 민주당 내에서 이렇다할 결과물을 내놨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민심이 민주당을 향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 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어깨가 무거워진 까닭이다.


우선 민주당은 좀처럼 회복국면에 진입하지 못하는 고용 문제를 손볼 것으로 보인다. 고용 악화는 지난 15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5월 고용동향에 대해 “충격적 결과”라고 발표하면서 이슈로 부상했다.

민주당은 ‘경제민생 테스크포스(TF)’를 따로 꾸려 경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9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서 “내년도 예산편성에 일자리 창출 관련 예산을 최우선으로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어 다음날 고위 당정청회의를 통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요청했다. 박범계 수석대변인은 이날 “총지출 증가율을 확장적으로 운영해 달라는 당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며 “김 부총리 역시 충분히 검토해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또 돈 풀기냐’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지난해 11조원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을 편성한 데 이어 올해 본예산에도 19조가 넘는 일자리 예산을 투입했다. 

이어 상반기에는 청년일자리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3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 총 30조의 예산을 일자리 해결을 위해 투입한 것이다. 민주당은 재정 확대에 따른 효과를 보이지 못한다면 재정 건전성만 악화시킨다는 비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북한 변수 역시 민주당에게는 부담이다. 선거 과정서 조성된 한반도 평화 무드는 민주당에게 호재였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라는 슬로건 역시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한국당이 남북 간 평화 분위기 조성을 바라는 국민적 여론에 반하는 슬로건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선거 승리 후 자축보다 겸손모드
고용·북핵·계파 등 넘어야 할 산

다만 향후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19일 한미 군 당국은 오는 8월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합연습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 내기 위해 ‘한미연합훈련 유예’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번 연합훈련의 유예는 지난 북미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중단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결정된 사안인 만큼 파장이 컸다.


이에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지난 19일, 현안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을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을 깊이 존중한다”며 “북한 역시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상응한 조치를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한미의 선제적 조치에 부합할만한 비핵화 조치를 내놓는다면 민주당에게는 긍정적이다. 민주당이 지난 지방선거 때 남북 평화 정세에 힘입은 만큼 훈풍을 계속 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북한의 후속 조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한미연합훈련 유예에 대한 비판과 함께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오는 8, 9월로 예상되는 민주당 전당대회서 친문(친 문재인)·비문(비 문재인) 간 계파갈등이 일어날지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된다. 차기 당 대표는 2020 총선의 공천권을 쥐게 된다. 그만큼 당내서 당 대표직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마평에 오르는 차기 당 대표 후보만 10명이 넘는다.

민주당이 재차 겸손한 자세를 강조하는 까닭은 차기 당 대표권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과거에도 선거 승리 이후 계파갈등이 일어나 여론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지난 20대 총선서 민주당은 123석을 확보해 원내 다수당이 됐다. 당시 민주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중심으로 선거서 승리했다. 

이후 김 대표의 거취를 두고 친노와 86그룹 간 계파갈등이 일어났다. 김 대표가 총선 승리를 이끈 만큼 당 대표로 추대해야 한다는 친노 쪽 주장과 특정인을 대표로 만드는 방식은 수용할 수 없다는 86그룹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선 것이다. 당시 민주당은 선거서 승리하고도 갈등을 겪는 모습을 보여 ‘전리품 싸움’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지방선거서 민주당이 압승할 수 있었던 호재들은 사라지고, 변수만 남은 상황이다. 고용지표가 침체를 보이는 건 민주당에게 큰 부담이다. 경제 문제는 비교적 단기간 안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은 문재인정부와 함께 일자리 문제를 강조했지만 ‘최악’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남북 화해 무드는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에 방점이 실린 상태다.

훈풍 이어가나


선거 기간 호재로 통한 평화 분위기는 유효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 지방선거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 강조한 원 팀이 차기 당 대표직을 두고 당내 계파 갈등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세 가지 변수가 훈풍이 될지 역풍이 될지 주목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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