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 개헌 노림수

2018.01.29 10:34:35 호수 1151호

꽃놀이패 쥐고 판 흔든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6·13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진행을 주장하는 여당이 야당을 향해 연일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야당이 반대하면 지방선거·개헌 동시투표가 사실상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설득보다는 강공 발언을 통해 야당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일요시사>는 평행선을 달리는 여야의 개헌 노림수를 살펴봤다.
 



여당이 국회 발의가 아닌 대통령 발의로 가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논란이 된 권력구조 개편은 제외하고 지방자치와 기본권 강화만을 담은 개헌안을 문 대통령이 제안할 것이란 분석이다.

동시투표

여당은 내달 초 개헌과 관련 주요 쟁점 현안에 대한 당론을 확정하고 개헌안 합의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달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6·13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 추진하기 위해 국회의원과 당원,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2월 초 개헌안 당론을 확정 짓기 위해 의원 개개인에게 권력구조와 지방분권 등 구체적 내용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또 이달 말까지 권리당원과 국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여론조사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를 토대로 내달 1일 의원총회를 열고 당론을 확정할 계획이다.


민주당이 발 빠르게 움직이자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도 이에 보조를 맞추는 분위기다. 한국당은 지난 23일 의원총회를 통해 개헌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오는 29일 열리는 연찬회서도 개헌 등 각종 현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한국당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기 위한 권력구조 개편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개헌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양당이 개헌안 마련을 위한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실제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개헌 국민투표에 대한 시기를 두고 양당의 입장차가 크기 때문. 개헌안에 담길 내용에 대해서도 여야가 각론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합의된 부분만이라도 개헌안을 마련해 추진하자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한국당은 권력구조를 제외한 개헌안은 의미가 없다는 점을 강조해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여야가 개헌시기와 세부 사안에 대해 입장차를 보이면서 자칫 행정수도 명문화가 논의 과정에서 제외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여야가 권력구조 등 쟁점 분야를 놓고 설전을 벌이게 되면 행정수도 명문화는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일 개헌안에 행정수도 명문화가 포함되더라도 한국당이 지방선거와 연계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만큼 개헌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공세 수위 높이는 민주당…야당 반발
반개헌 호헌세력 규정…투표 가능성은?

지난 23-24일 열린 국회 헌법개정·정개특위 회의에서는 특위 운영에 대한 부분은 물론 지난 1년간 국회에서 진행된 개헌특위의 논의에 대해서도 여야 간 이견을 보이며 평행선을 유지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권이 개헌에 대한 필요성에는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개헌 국민투표 시기 등을 놓고 합의점 찾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서 충청권의 열망인 동시에 지방분권의 상징성을 갖고 있는 행정수도 명문화가 실현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 측은 6월 개헌 불가론을 주장하고 있다. 개헌정국 주도권을 여당 측에 내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6월 개헌 투표가 현실화 될 경우 젊은 층의 투표율이 올라가는 것도 야당 측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국회서 헌법 발의가 실패할 경우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이 역시도 국민투표에 회부되기 위해선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야당이 찬성하지 않는 한 개언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야당을 설득하기 보단 야 3당의 수장을 87년 전두환 정권과 비교해 ‘반개헌 호헌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선 여당의 꽃놀이패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할 경우 신년기자회견서 밝힌 대로 권력구조 개편안이 빠질 가능성이 크다. 지방자치 분권, 기본권 강화 등을 담은 개헌안을 야당이 부결시키면 개헌실패의 책임을 온전히 야당이 질 가능성이 높다.

정태욱 한국당 대변인은 “국회가 개헌안을 부결할 경우 2004년 총선 때의 탄핵 역풍이 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가 진행될 경우 민주당은 줄세우기 투표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서도 여야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난 24일 두 번째 회의서 개헌 논의에 돌입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개헌에 대한 서로 카드를 내밀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반해 한국당 의원들은 “정부 형태에 대한 합의부터 해야 한다”고 맞섰다.

여야가 사안마다 충돌했던 첫 번째 회의에 이어 이날 회의 역시 이견을 드러냄에 따라 향후 개헌 논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큰 쟁점이 없는 기본권과 지방분권에 (대해 논의에)들어가는 것이 (개헌 논의의)속도를 내는 길”이라며 “정부 형태에 대해선 각 당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하는데 (개헌에 대해)정리된 당, 안 된 당이 있기에 정리가 안 된 당은 의견을 빨리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주의헌법?

반면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자문위원회 보고서대로 한다면 우리는 사회주의헌법을 갖는 것이 확실하다”며 “사회주의로 간판이 바뀌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김 의원 말대로라면 (보고서를 위해) 1년 간 활동한 36명이 쉽게 말해 빨갱이”라며 “개헌특위의 논의 전체를 사상적으로 재단해서 매도하는 것은 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개헌 국민투표 가능성

6·13지방선거서 헌법 개정 관련 국민투표를 하려면 현행 국민투표법을 먼저 개정해야 한다는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이 나왔다.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 여부를 놓고 정치권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국민투표를 위해선 관련 법령부터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24일 “헌법재판소가 재외국민의 투표가 제한된 현행 국민투표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관련 법 개정 없이는 국민투표의 투표자 명부를 작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사실상 국민투표 진행이 어렵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여야 정치권이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 실시의 전제조건에는 눈을 감은 채 무의미한 공방을 벌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여야가 당리당략에 따라 개헌에 대한 찬반 의사를 표명하고 있지만 정작 개헌투표의 위헌 문제에 대해선 무지했다. 조속히 관련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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