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고-억울한 사람들> (46)감사원에 농락당한 사연

2017.01.09 10:49:44 호수 1096호

‘내부고발’ 상 준다더니…

[일요시사 취재2팀] 최현목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예정입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마흔여섯 번째는 거대 조직의 횡포에 ‘벙어리 냉가슴 앓듯’고통받아온 신모씨의 이야기입니다.
 



신씨는 부산·경남 지역의 모 대학 교수로 재임하고 있었다. 다른 교수들처럼 신씨 또한 하루하루 학생들을 가르치며 삶의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그랬던 신씨의 삶은 자신의 대학과 학교법인의 부조리함을 알게 된 후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그 동안 대학 측이 숨겨왔던 각종 비리들이 곳곳서 불거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신씨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불거진 비리

대학 내부 커뮤니티는 비리를 고발하는 목소리로 넘쳐났다. 신씨가 제공한 당시 자료에 따르면, 직원노동조합은 2008년 10월1일 ‘시일야방성대곡’이라는 성명을 통해 대학 경영진의 부당·부조리한 인사 절차를 폭로했다. 대학이 승진평가제도를 악용, 직원을 길들이려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경영진과 직원들이 공방을 펼치는 과정에서 학교법인의 고등학교 이전 부지를 대학교비로 매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립학교법 제29조에는 교비의 지출 용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음에도 대학과 법인 측은 당시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채 교비로 부동산을 구입했던 것이다.

대학 경영진은 교수 월급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교수들의 봉급표를 조작해 임금착복에 나섰던 것이다. 연봉규정 제7조 1호 ‘기본급’에는 공무원보수규정 별표 12의 봉급표를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대학은 2004년도 교원봉급표로 바꿔치기 했다. 이는 규정에 나와 있는 2006년 봉급표와 큰 차이를 보였다.


회계전문가인 신씨는 일련의 대학 비리가 횡령에 해당한다고 보고 교과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교과부는 “해당 대학이 보수를 적게 지급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횡령을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회신했다.

그러나 신씨는 멈추지 않았다. 지난 2011년 6월 자신이 밝혀낸 자료들을 모아 감사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신씨는 진정서에 ▲법인이 구입한 부동산은 횡령이라는 점 ▲봉급표를 조작해 임금착복을 했다는 점 ▲이사장이 자산재평가를 통해 발생한 차액을 횡령했다는 점 ▲교비가 법인자금으로 유용됐을 수 있다는 점 ▲법인 수익사업 소득이 학교운영비로 전출되었는지 여부 등 크게 5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진정서는 효과가 있는 듯 보였다. 진정서를 넣은 지 4개월이 지난 2011년 10월, 감사원서 신씨에게 전화를 걸어와 진정 내용이 몇 가지 확인됐다는 회신을 했기 때문이다. 2011년 당시에는 전국대학을 대상으로 한 감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신씨가 포상대상 예비후보자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전화를 끊고 난 후 골똘히 생각에 잠겼던 신씨는 곧 감사원 측에 다시 전화를 걸어 “포상 후보자로 선정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끝까지 대학 비리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며 “포상을 받기 위해 진정을 넣었던 것이 아니므로 후보자에서 제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는 신씨가 제공한 녹취파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감사원이 전국대학에 대한 감사 결과를 최종 발표했음에도 신씨가 청구한 내용에 대한 중간회신이 오지 않았다. 이에 의아함을 느낀 신씨는 2012년 2월, 감사원 측에 “왜 중간 회신이 없느냐”고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감사원 측은 “앞선 전화(2011년 10월)가 중간 회신에 갈음한다”고 전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신씨는 ‘몇 가지 민원 내용이 감사원에 의해 확인된 것이 맞구나’라는 희망을 봤다.

곪을 대로 곪은 대학 비리 고발
침묵한 감사원 “두 번 속 터져”

그러나 이후 한참이 지나도 감사원으로부터 결과에 대한 회신이 없었다. 신씨는 다시 감사원에 전화를 걸어 “감사원이 비리를 확인했다고 했는데, 법인과 대학은 어떻게 처리가 되었느냐”고 재차 민원을 넣었다.

감사원으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신씨 입장에선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지난 2011년 10월) 통화한 감사원 직원이 누군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신씨가 따져 묻자 감사원은 그제서야 “직원을 확인했다. 정보공개를 청구하면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이런저런 사정에 정신이 없던 신씨는 2014년 10월 감사원에 당시 정보를 공개해 줄 것을 청구했다. 그러면서 신씨는 지난 2011년에 제출했던 진정서 내용과 감사원과 통화했던 녹취파일 3개를 USB에 담아 함께 보냈다.


그러나 고생하며 받아낸 자료는 실망 그 자체였다. 부분 비공개로 자료가 날아왔으며 비공개 사유에 대해 감사원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1항7호를 근거로 “공개 내용이 해당 법인 등의 경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비공개한다”고 적시했다. 즉 영업비밀을 알려줄 수 없다는 뜻이었다.

이에 화가 난 신씨는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정보는 보호될 수 없음이 분명한데도 감사원이 비공개를 결정했다는 이유였다. 경영학 박사로서, 또 학생들에게 경영학과 회계학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감사원의 비공개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 대목에서 신씨와 감사원 측 주장이 엇갈린다. 신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행정심판을 청구했는데 각하됐다. 다른 정부 기관은 상위 기관에서 행정심판을 하는데 반해 감사원은 자체 행정심판을 한다. 이러니 자기들끼리 짜고 한다는 의심이 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감사원 측은 “행정심판서 인용이 됐다. 감사원서 두 건을 그분(신씨)에게 보내줬다”고 주장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이후 신씨는 비공개 자료를 받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감사원서 보내온 자료는 신씨가 청구했던 그것이 아니었다. 그는 “내가 요구한 것은 2011년 10월에 감사원서 확인했다는 진정 내용이었다. 그런데 보내온 자료는 감사원서 종합 발표한 내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신씨는 다시 한 번 감사원에 정보공개를 요청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정보 부존재’였다. 이에 대해 감사원 측은 “우리는 벌써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신씨에게) 더 드릴 게 없었다”며 “민원인의 경우 100%를 기대하지만, 결과물이 60∼70%밖에 안 될 경우가 많다. 감사 능력에 한계가 있어 (민원인의 기대와) 차이가 있다”라고 해명했다.

엉뚱한 자료

신씨는 현재 대학을 나와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차린 상태다. 당초 본지에서 신씨를 취재할 때 그는 선뜻 수락하지 않았다. 대학·법인 측의 압박과 감사원의 오락가락한 민원 처리에 많이 지쳐있었기 때문이다. 한때 그는 감사원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까지 생각했었다. 그러나 비용도 문제거니와 ‘과연 내가 거대한 조직을 상대로 홀로 싸울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지금도 신씨는 ‘벙어리 냉가슴 앓듯’ 홀로 억울함을 삭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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