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전격 귀국 미스터리 추적

2011.03.01 09:30:00 호수 0호

한상률 비행기 태운‘보이지 않는 손’ 있다

‘현재 권력’ MB인가 ‘미래 권력’ 박근혜인가
헤게모니 이동 시점 파악에 따른 ‘자의 귀국?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지난 2009년 1월 국세청장 직에서 물러나고 그해 3월 미국으로 급거 출국했다. 한 전 청장은 뉴욕주립대에서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머물며 “연구 활동이 끝나기 전까지 귀국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외부와 연락을 끊고 검찰의 거듭된 귀국 요청도 묵살했다.한편 그는 지난 2009년 11월 미국에서의 언론 인터뷰에서 인사 청탁 로비 의혹 등에 대해 “끝도 없는 진실 왜곡”이라면서 억울함을 피력했고, 기획 출국설에 대해서도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랬던 그가 지난달 24일 오전 5시 20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전격 귀국했다. 미국으로 출국한 지 약 2년만이다. 검찰은 입국 즉시 그에 대한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또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최윤수)는 한 전 청장이 귀국하자마자 나흘 뒤인 28일 소환 조사에 응하라고 통보했다.

한 전 청장에 대한 직접적인 수사가 본격화됨에 따라 그를 둘러싼 의혹들이 하나씩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청장의 귀국은 사정 당국도 사전에 알지 못한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달 24일 “아무런 사전 협의가 없었다. 오늘 오전 통보를 받고서야 입국 사실을 알았다”면서 “개인적 판단에 의한 귀국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 전 청장과 사전 교류 없었다
갑작스런 귀국 ‘검찰 진짜 몰랐나’

그는 이어 “변호인에게서 연락이 와 소환 통보를 했다”면서 “본인이 알아서 들어온 만큼 (우리는) 실기 없이 차분하게 수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한 전 청장의 급거 귀국은 ‘엄청난 파격’이라는 것이 사정 당국의 설명이다.

한 전 청장 소유의 미국 비자는 ‘J-1’으로 뉴욕주립대 방문 연구원 자격이 유지되는 한 5년까지 자동 연장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음먹기에 따라 미국에서 3년 더 체류할 수도 있었다. 또한 검찰이 귀국을 종용한 정황도 보이지 않았다. 검찰은 미 사법당국에 한 전 청장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지 않았다.

입국 시 통보 조치만 취한 상태로 알려졌다. 통상 검찰은 정치적 파장이 큰 사건 관련자가 해외에 체류할 경우 사전 조율을 통해 귀국 시일을 잡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전 조율’을 극구 부인하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한 전 청장이 ‘예정에 없는’ 귀국길에 왜 올랐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에서 한 전 청장의 귀국이 자의냐 타의냐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타의에 의한 귀국이라면 ‘누구 손’에 이끌려 거사를 단행했는지 여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의에 따른 귀국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이들은 한 전 청장의 해외 도피 생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장기간의 해외 도피로 생활 자금이 떨어져 귀국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권력이 비호하지 않는 한 고액 체류비를 감당하기 힘들고 실제 한 전 청장에게 생활비를 지원해 주는 ‘우군’도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부분의 해외 도피자들은 비호 세력이 있지 않는 한 결코 오래 버틸 수 없다. 돈에 쪼들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게임이기 때문에 언제고 못 버티고 들어온다”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귀국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강하게 제기했다.

청장 연임, 도곡동 땅 로비 의혹
MB·SD 형제에 비수 될 수도

하지만 자의가 아닌 것이라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 전 청장이 받고 있는 의혹은 크게 4가지다. ‘학동 마을 그림 로비’ ‘청장 연임 골프 로비’ ‘태광 관련 박연차 게이트’ ‘MB 도곡동 땅 전표’ 등이다.

실제 한 전 청장의 비리 의혹은 다양한 무지갯빛을 반사하고 있기 때문에 본인의 입맛에 맞는 ‘비리 의혹’에 초점을 맞춰 공세를 펼 수 있다. 그의 의혹 리스트 중 ‘학동 마을 그림 로비’건으로 검찰 수사망을 좁힌다면, 이는 결국 ‘꼬리 자르기’ 수사로 종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MB정부 내에서 적당히 덮고 가자는 ‘현 정권 실세’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시나리오로 사건이 진행될 경우 야권 측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면서 특검제 도입이라는 초강수 배수진을 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반면 ‘청장 연임 골프 로비’ ‘MB 도곡동 땅 전표’등의 비리 의혹으로 수사가 확대되면, 현 권력인 이상득 의원(골프 로비)과 대통령(도곡동 땅)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대한민국 전역에서 살아있는 현 권력에 칼을 겨눌 수 있는 ‘잠재된 권력’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결국 본인이 원하지 않더라도 그럴 수 있는 힘을 가진 정치인은 박근혜 전 대표뿐”이라면서 “혹여 한 전 청장의 발언으로 대통령을 위시한 여권 실세에 불똥이 튀게 된다면 어차피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과 선을 그어야 되는 상황인데, 일이 아주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 한상률 개인 비리 혐의로 ‘꼬리 자르기?’
MB 도곡동 땅? 박연차 관련 노무현 죽이기?

한 전 청장이 현직 국세청장 신분으로 지난 2008년 크리스마스에 ‘대통령 형제’와 친분이 있는 한나라당 국회의원, 포항의 기업인들과 골프를 치며 연임 로비를 했다는 것이 ‘청장 연임 골프 로비’의 골자다. 당시 저녁 식사 자리에는 이 대통령의 동서인 신기옥씨도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도곡동 땅’과 관련해서는  한 전 청장이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 보유’ 의혹을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으로부터 보고 받았다는 의혹이다.

지난 2007년 7월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였던 이 대통령의 재산 의혹을 세무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감춰진 재산을 파악했으면서 은폐하려고 했다는 주장이 야당 쪽에서 일었다. 안 전 국장은 지난 2009년 말 “도곡동 땅이 당시 이 후보의 소유라는 문건을 발견했는데 그냥 덮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007년 검찰 수사와 2008년 초 특검 수사를 통해 이미 이 대통령의 차명 소유 의혹 근거는 없다고 결론이 내려진 상태다.

차명 소유 관련 문건을 봤다고 밝힌 안 전 국장에 대해 한 전 청장이 퇴임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한 전 청장과 안 전 국장의 대질 심문 여부도 관심이 쏠리지만, 검찰은 이와 관련 “현재로서는 필요성이 많지 않아 보인다”라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한 전 청장의 귀국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타깃으로 플러스알파를 얻어내기 위한 여권 실세의 ‘핸들링’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박연차 게이트를 집요하게 털면 기존에 잡았던 단서들과 맞물려 ‘대어’를 낚을 수 있고, 이에 더해 MB정부 집권 후반기도 레임덕 없이 대야 공세를 펼 수도 있으며, 심지어 여권 실세의 노림수인 ‘개헌’까지도 야권 측과 협상이 가능해 ‘1석 3조’의 블루칩이라는 것이다.

박연차 게이트로 노무현 죽이기?
레임덕 방지, 개헌 추진 양득?

이런 점을 노렸을까. 한 전 청장은 조용히 입국했지만 정치권은 어느새 시끄러워졌다. 한 전 청장이 귀국을 결정한 ‘대통령 임기가 2년 남은’ 현 시점이 협상하기 딱 좋은 시기다. 이 대통령의 레임덕이 발생하지 않은 지금이어야 ‘현재-미래 권력’을 아우르며 협상다운 협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과거 권력과 현재 권력 그리고 미래 권력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 전 청장이 유유히 귀국했다는 점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선현들의 지혜가 이번에도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줄 수 있을지 한 전 청장의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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