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소비의 시대다. 상품과 서비스가 넘쳐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나라에는 기업을 견제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미약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우리 소비자들은 부당한 일을 겪어도 이를 하소연할 데가 없어 마른 가슴만 쾅쾅 치는 일이 허다하다. 이에 <일요시사>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소비자와 기업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소비자들의 성난 목소리를 들어보기로 했다.
청호나이스 불만 1위…‘플래너’ 시스템에 문제있나
플래너에 따라 서비스 질 좌우돼…“‘뽑기’ 잘 해야”
A씨는 최근 정수기 필터를 교환하기 위해 담당 플래너에게 문의를 했다. 그러자 플래너로부터 필터값 3만5000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씨는 의아했다. 알던 것보다 비싼 가격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A씨는 본사에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당시 청호나이스 측 관계자는 “필터의 가격은 3만원”이라며 “해당 플래너에게 공지하겠다”고 말했다.
내부 구조 때문?
A씨는 플래너와 약속을 잡았지만 플래너의 사정으로 취소돼 지난달 22일로 다시 약속을 잡았다. 하지만 플래너는 약속 시간으로부터 30분이 지나도록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플래너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A씨는 결국 A/S센터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그러자 잠시 후 플래너가 도착했다.
플래너는 바로 청소를 시작했다. A씨가 전화통화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청소가 마무리됐고 플래너는 점검 싸인을 요청했다. A씨가 필터교환 가격을 묻자 플래너는 “3만5000원”이라고 대답했다. 별안간 ‘설마’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고 플래너에게 교환한 필터를 보여줄 것을 요청했다.
플래너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가방 안쪽을 살피는가 싶더니 “깜박하고 필터를 가져오지 않아 교환하지 않았다”며 “다음에 시간 날 때 와서 교환하려 했다”고 털어놨다. 어이가 없었다. 플래너의 뻔뻔하고 당당한 행동에 부아가 치밀었다.
이에 A씨는 이 같은 사실을 청호나이스 본사에 전화해 알렸다. 그러자 이날 오후 A씨가 집을 비운 사이 문제의 플래너가 재방문했다. 플래너는 A씨에게 전화를 걸어 “필터를 교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집에 아이들만 있는 상황이어서 A씨는 교체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귀가 후 A씨는 필터를 확인하다 깜짝 놀랐다. 필터가 교체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필터의 측면에는 ‘2011년 1월22일’이라는 날짜가 적혀 있었다. 이에 A씨가 항의하자 플래너는 “예전 필터에 오늘 날짜를 써놓은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다시 확인해 보니 필터에는 예전 날짜가 미처 지워지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겉부분을 청소해 새제품인 것으로 착각했지만 필터 바닥 부분에는 때가 잔뜩 끼어 있었다. 만일 A씨가 확인하지 않았더라면 사용기간이 초과된 필터를 다시 6개월 간 사용해야 할 뻔했다. A씨는 “지금까지 청호나이스에서 했던 점검이나 필터 교환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심스럽다”며 “고객을 이렇게 우롱해도 되는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교육 시스템에 문제?
이는 비단 A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청호나이스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2009년 정수기 관련 피해구제 신청 결과’에 따르면 정수기 회사 중 소비자 불만이 가장 많은 업체는 사실상 청호나이스였다.
지난해 1월에서 7월 사이 판매 1만 대당 사업자별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한일월드가 11.5대로 가장 많았고 청호나이스 6.2대, 교원L&C 1.8대, 웅진코웨이 1.3대 순이었다. 하지만 한일월드의 시장 점유율이 1%대로 미미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점유율이 9∼10%로 웅진에 이어 업계 2위인 청호나이스 제품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은 셈이다.
이런 실정임에도 청호나이스는 소비자들의 아우성을 외면한 채 귀를 막고 딱 잡아떼고 있다. 이 같은 행태의 원인은 내부 조직 체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1가정 1제품이 판매돼 모든 관리를 본사 자체적으로 지원하기 어려운 정수기 사업의 특성상 청호나이스는 ‘플래너’ 시스템을 도입, 소비자들에 대한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청호나이스에 따르면 플래너들은 기본적으로 렌탈·일시불 판매 건에 대한 수수료를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장려를 위한 장려수수료 등을 추가로 지급하고 있다. 또, 고객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고객 서비스 만족도에 따른 수수료 차등 지급 및 해피콜 서비스를 통해 고객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여기서 문제는 플래너가 청호나이스에 소속된 정규직 근로자가 아닌 비정규직인 ‘자유소득근로자’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자유소득근로자’는 정수기 필터 교체 등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그 외의 판매에 대해서는 능력에 따라 소득이 결정된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으며 고소득을 올리는 플래너도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플래너도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피해는 소비자에 고스란히 떠넘겨진다.
소비자에 균등한 서비스를 제공해야하는 기업의 책임은 배제된 채 플래너에 따라 서비스의 질적인 차이가 좌우되는 셈이다. ‘뽑기’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청호나이스의 플래너 교육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1위 업체인 웅진 역시 플래너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지만 청호나이스에 비해 피해구제 접수 건수가 1/5 수준에 불과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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