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만튀 주의보’

2016.08.22 11:15:27 호수 0호

‘만지고 튄다’물만난 변태들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만지고 튀기’라는 행위가 있다. 말 그대로 대상을 만지고 도망가는 행위로 그 종류는 가슴을 만지고 도망가는 슴만튀, 엉덩이를 만지고 도망가는 엉만튀 등이 있다. 성추행에 해당하며 주 대상이 여성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남성도 자주 당한다. 이러한 만튀 행위는 여름철 휴양지 같이 사람이 많거나 번잡한 곳에서 일어난다.



만지고 튀기(이하 만튀)의 행위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아이들이나 청소년이 유행처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명확한 성추행의 목적을 가지고 행동하는 이들도 있다. 보통 사람들이 많아 쉽게 몸을 숨길 수 있는 복잡한 장소에서 일어난다. 한적한 골목가 같은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도 범행이 이뤄진다.

번잡한 곳서

초등학생들의 짓궂은 장난인 아이스께끼 같은 장난이 성인까지 지속된다면 이는 범죄가 된다. 만튀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사회에 나오기 시작한 것은 약 10년 전인 2005∼2006년이다. 당시 인터넷 사이트에 만지고 튄 후기라며 올라오는 글들을 만튀로 지칭하게 되면서 하나의 단어로 굳어지게 됐다.

그들은 번잡한 곳에서 여성의 가슴을 만지고 도망갔다는 내용의 글을 하나의 무용담처럼 써 올렸다. 인터넷서 만튀 후기가 유행처럼 번지자 당시 인터넷에 민감한 청소년들이 이 영향을 받아 유행처럼 자리 잡기도 했다. 주로 남녀공학 학교서 유행, 고등학생들에게까지 영향을 받았다.

만튀를 당한 여학생이 남학생을 쫒아가 만지는 일도 있었다. 당시 경찰은 “청소년 또래집단 사이서 만튀 성공을 영웅담처럼 늘어놓거나 들키지 않으면 된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성범죄로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청소년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 가해자가 14세 이상이면서 피해 여성이 성인이고 고소가 있을 경우 강제추행죄가 적용된다.


지난 2014년 11월엔 성인이 저지른 황당한 만튀 행위가 있었다. 당시 인터넷커뮤니티 사이트에선 수능 시험날 만원버스 속 여자 수험생을 만튀하면 시험을 망칠까 봐 저항도 못한다는 말이 떠돌았다. 그 말을 그대로 믿은 A씨는 실제로 행동에 나섰다.
 

수능 당일 만원 버스에서 한 여자 수험생을 추행한 것이다. 그러나 여학생은 인터넷 속설과는 다르게 소리를 지르며 대응을 했다. 결국 A씨는 경찰에 체포되고 만다. 만튀 후기 무용담에 휩쓸려 만용을 부린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식힐 장소를 찾아 떠난다. 전국의 휴양지와 워터파크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만튀하는 이들은 이 시기에 가장 기승을 부린다. 사람이 많을수록 범행을 저지르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에는 한강시민공원 수영장서 지나가던 여성들의 허리와 엉덩이를 만진 혐의로 파키스탄인 B씨가 현장에서 체포되기도 했다. 워터파크에서 만튀를 당해 수치스럽다는 사람들도 많다.

인터넷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워터파크 성추행에 대한 경험담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사람들이 많은 풀장 안에서 피해를 당한 사례가 가장 많았다. 방법은 다양했다. 파도풀에서 파도가 칠 시기를 노려 몸을 만지는 사람도 있고 잠수를 해서 중요부위를 만지는 행위도 있다.

워터파크 등 휴양지 피해 많아
청소년들 사이서 장난식 유행도

여름을 맞아 워터파크에 놀러간 C씨는 모처럼의 즐거운 휴가를 망쳤다. 인공 파도풀에서 파도를 즐기던 C씨는 누군가 만지는 느낌에 기분이 싸해졌다. 우연히 스친 것이라 생각하고 넘어가려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스친 것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이에 C씨는 곧바로 파도풀을 나왔다. 휴가기간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아 휴가를 날린 기분이었다.
 

다른 사례도 있다. 피서철 가장 인기가 많은 장소인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튜브를 타고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어난 일이다. 여자친구와 해변을 찾은 D씨는 물놀이를 같이 하던 여자친구가 깜짝 놀라며 몸을 움츠리는 것을 보고 당황했다. 여자친구는 D씨에게 튜브 아래서 누구가 만진 것 같다고 했다. 이에 화가 난 D씨는 어떤 사람이 그랬는지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으나 의심되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이런 사례서 볼 수 있는 만튀 행위는 혼잡한 틈을 타고 이뤄진다. 경찰은 만튀 같은 성폭행은 적발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대부분의 여성이 수치심에 피해사실을 숨기거나 신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만튀와 같은 범행이 자주 자행된다는 것이다.

이어 성추행을 당하면 큰 소리로 도움을 요청하거나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려야 한다고 했다. 이에 피서지 성범죄를 막기 위해 지난달부터 ‘피서지 성범죄 신고포상금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신고를 통해 범인이 검거되면 신고자는 보상금을 지급받는다. 보상금은 아동·장애인 대상 성범죄 5000만원 이하, 청소년과 성인 대상은 각각 2000만원, 1000만원 이하로 구성돼 있다. 몰래카메라나 만튀 행위 모두 해당 범죄에 포함된다.

남성 피해도


만튀 행위는 여성들만 당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남성 피해자들도 존재한다.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이슈가 되지 못하고 묻힐 뿐이다. 한 피해자는 만튀를 당한 후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신이 겪은 일을 올렸지만 남자를 대상으로 만튀를 하는 여자도 있나며 웃음거리가 됐다.

왜 그게 나쁘냐는 식의 대답도 들었다. 피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이상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남성피해자들은 피해사실을 숨기고 지낸다고 한다.


<anjapil@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서울대 단톡방 성희롱 파문

지난 11일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산하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이하 학소위)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교내 게시판 등에 ‘서울대 인문대학 카톡방 성폭력 고발’이라는 대자보를 게시했다. 학소위에 따르면 인문대학 소속 남학생 8명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희롱성이 짙은 대화를 나눴다. 학소위는 “피해자들의 제보를 받아 조사에 착수했다”며 지난해 2월부터 6월까지의 대화내용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해당 인문계 학생 8명은 클럽에 간다고 하는 친구에게 ‘슴만튀(가슴 만지고 도망가기)’‘먹버(먹고 버림)’‘슴가펀치(가슴을 때림)’ 등 성범죄를 의미하는 단어를 사용하며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배고프다는 한 학생의 말에 동기 여학생을 거론하며 ‘먹어’라는 발언을 했다. 몰래 찍은 학생의 사진을 올리며 ‘박고 싶다’는 등의 표현도 썼다. 이에 학소위는 학교 측에 가해자와 피해자의 격리, 가해학생 징계 등을 요구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해당 사항을 교대 인권센터서 조사 중이며 결과에 따라 징계 등 엄정 조치하겠다”고 전했다.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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